술은 사회활동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마시는 이의 긴장을 허물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벽을 낮춰주는 효과 때문이다. 코로나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회활동 자체가 위축되면서, 술과 관련된 산업도 영향을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직격탄을 맞은 것이 수제 맥주였다. - P11

하지만 우리술은 이 와중에도 판매가 크게 늘었다.
SSG닷컴의 경우 2020년 전통주 매출이 전년 대비 53.6퍼센트 증가했고 G마켓도 2020년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100퍼센트 이상 늘었다. 이런 추세는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 P11

Q. 막걸리는 유난히 더 취하고 다음 날 숙취도 심한 것 같아요. 왜 그런가요?

A. 막걸리를 많이 드셔서 그렇습니다. (중략)
. 증류주는 증류과정에서 숙취의 원인이 되는 아세트알데히드나 퓨젤유 같은 불순물이 제거되는데 반해 양조주는 그 성분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증류주도 많이 마시면 몸 안에서 분해될 때 결국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듭니다. 결국 숙취를 결정하는 건 음주의 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 P14

Q. 우리술은 단맛이 많이 난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막걸리나 약주는 단맛이 많이 느껴지는데요, 왜 그런가요?

A. 모든 술은 당분에서 시작합니다. 미생물이 그 당분을 소비해 알코올로 만드는 것이 발효의 과정이기에, 발효를 길게 끌면 도수는 높은 대신 ‘드라이‘한 술이 되고 발효를 짧게 하면 도수가 낮으면서도 단맛이 강한 술이 됩니다. - P15

. 우리술 중에는 알코올 도수는 거의 없이 단맛만을 즐기기 위해 만들었던 감주류‘가 존재합니다. 사우나를 마치고 즐겨 마시는 식혜도 감주류의 일종입니다. 사대부들이 즐겨 마시던 청주는자연스럽게 은은한 단맛을 띠는 쪽으로 발전했습니다. - P15

Q. 막걸리는 마트에서 저렴하게 구입하는 술이라고 생각했는데요, 10만원대 막걸리도 있더라고요. 왜 그렇게 비싼가요?
A. 맥주와 소주가 72퍼센트인데 비해, 막걸리에 붙는 세금은 5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 P16

Q.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진이나 위스키를 만드는데요, 이 또한 우리술의범주에 들어가나요?

A. 주세법상 위스키는 ‘일반주류‘에 속하도록 명시돼 있어 국내에서 생산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술‘ 혹은 ‘한국‘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에 반해, 진(Gin)은 ‘일반증류주‘에 속하고 이 일반증류주는 한국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8개 주종에 속합니다(366페이지 표 참조).  - P18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입맛이 바뀌면서, 지역특산주를 생산하는 분들도 그에 맞춰 좀 더 다양한 제조법을 시도하게 된 것이 오늘날 진과와인, 시드르(Cidre)가 전통주에 포함되는 상황을 낳았습니다. 이런 구분이 직관적이지 못해 괜한 오해를 사고 있다면, 법을 개정하면 됩니다. - P18

Q. 부침개를 먹으면 막걸리가 생각나잖아요, 이렇듯 피자나 치킨에 어울리는 우리술도 있나요?

A. 부침개를 먹을 때 막걸리가 생각나는 건 밀가루의 텁텁함과 식용유의 느끼함을 막걸리의 탄산감과 가벼운 산미가 정리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찬가지 해법이 피자와 치킨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 P19

우리는 언제부터 술을 마시게 된 걸까

지구로부터 2만 6천 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는, 무려 수십억 킬로미터에 걸친 알코올 구름이 존재한다고 한다. (중략) 메탄올, 에탄올, 비닐에탄올로 구성된 이 화합물을 그대로 흡입했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다.  - P26

 술과 인류 문명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해 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분자고고학 교수 패트릭 E. 맥거번은 그의 책 《술의 세계사》에서 이와 같은 유기화합물이 포함된 우주먼지가 얼음으로 뒤덮인 혜성의 머리 부분에 붙어서 지구까지 운반됐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다. - P27

이때 ‘이 근처에 고농도의 당분이 존재하고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되는 것이 바로 알코올의 향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효모라는 미생물이 당을 포착하고 ‘당발효(또는 알코올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 분해하면,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말해술 냄새가 나는 곳에는 먹을 것이 있다! - P27

알코올이 인류의 식단에 포함된 다음부터는, 진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체내에 들어간 알코올은 전두엽을 자극해 환상과 환각을 보게 만들었고, 이러한 체험은 우리가 추상적 세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이해하기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단초가 됐다.  - P28

맥거번은 그의 책에서 (중략). 즉, 이 작품을 그린 예술가가 ‘한 잔 걸친 상태‘였다는 말이다. 예술가와 주술사는 의식의 확장을 위해 알코올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을 것이고, 절정의 환각 상태에서 그 의미를 이해하려 몸부림친 결과가 바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동굴 벽화, 그리고 태고의 신화라는 것이다.  - P29

맥거번은 오랜 연구를 통해 ‘인류 최초의 술‘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해 왔다. (중략) 중국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鄭州)에서 동남쪽으로 2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후라는 신석기시대 유적지가 있다. 이곳에서 출토된 9천 년 된 토기 병을 분자고고학적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술의 흔적이 발견됐다. - P29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토기 속에 담겼던 술을 재현해 보고자 했다. 인근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 힘을 보탰다. 먼저 그들은 쌀을 중국 누룩을 만들 때 사용하는 곰팡이로 당화시키고, 여기에 꿀과 산사나무 열매 분말을 배합했다. 그리고 일본 사케를 만들 때 쓰는 건조 효모를 넣어 발효를 진행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쌀 맥주에 그들은 ‘샤토 자후(Chateau Jiahu)‘라는 이름을 붙였다. - P29

조선 전기 안동 일대 양반가의 음식 문화가 집대성된 《수운잡방(?雲雜?)》에는 다음과 같이 포도주 만드는 법이 전해진다.

"포도를 짓이겨 놓은 다음 찹쌀 다섯 되로 죽을 쑤어 이를 섞어독에 담아두고 맑아지기를 기다렸다가 쓴다." - P30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8호 삼해소주의 맥을 잇는 삼해소주 아카데미에서는 매 기수마다 교육생들과 함께 삼해주,
그리고 삼해포도주를 빚고 있다. 삼해포도주를 증류한 것을 ‘삼해포‘라는이름을 붙여 병입하는데, 현재의 주세법으로는 분류하기 애매한 카테고리여서 아쉽게 상품화는 되지 않고 있다(쌀 대비 20퍼센트 이상의 과실이 들어가면 주세법상 탁주 혹은 약주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없다. 우리술의 다양한 장르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전통주 관련 주세법은 한시바삐 손질될 필요가 있다). - P31

 술에 대한 우리의 욕망은 많은 부분 본능에 기대고 있으며, 그 본능의 부름에 충실했던 조상들의창의적인 활약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고유의 발효음료를 제조해 왔다는것이다. 다만 술빚기가 시작된 시기는 그 지역이 양조의 그라운드 제로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에 따라 차이가 났다.  - P32

우리술은
어떻게 구분할까

우리술만큼 한눈에 구분하기 쉬운 술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뽀얗고 되직한 질감을 가진 탁주, 옅은 황금색을 띤 채 우아한 향을 풍기는 청주, 그리고 얼음처럼 투명하면서도 뜨거운 불기운을 담고 있는 소주. - P35

일단 우리술은 곡주가 대부분이기에, 중간에 술의 재료가 된 곡물의 건더기를 제거해 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술을 ‘거르는 일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 탁주와 청주다. - P33

여기서 고형분을 어떤 수단으로, 얼마나 제거하느냐에 따라 탁주(탁한 술)에서 청주(맑은 술)로 가는 스펙트럼이 생겨난다. 이런 분류는 동양의 술 분류 체계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에 속한다. - P34

것이다. 5제는 발효의 진행 과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앞에 나오는 술이 발효가 덜 된 술이고, 뒤로 갈수록 발효, 숙성, 침전이 더 많이 이루어진 술이다.  - P34

세 번째는 앙제(??)로, 여기서부터는 맑은술로 볼 수 있다. ‘술이 익어 파뿌리(??)*처럼 하얀 빛깔이 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자료에선 원문에 나오는 총백색(?白色)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 앙제를 ‘연한 푸른빛이 감도는 술이라고설명하지만, 양조라는 맥락에서는 ‘총백(=파뿌리)의 색‘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탁주 단계에서 술이 푸른빛을띠면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 P34

탁주는 오늘날 막걸리와 동의어로 쓰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상둘의 성격은 같다고 보기 힘들다. 모든 막걸리는 탁주이지만, 모든 탁주가 막걸리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탁주는 우리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처음 마신 술은 탁주의 외양을 띠고있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P35

즉, 필터링 (Filtering)이다. 항아리 안에 들어 있는, 발효가 막 끝난 술덧을 보면 얼핏 곤죽 같아 보인다. 여기에 대나무로 된 용수를 꽂으면, 그 안에 맑은 술이 고이게 된다. 이렇게 해서 떠내는 것이 청주다. 청주를 다 떠낸 지게미에도 여전히 알코올 성분은 남아 있다. 여기에 물을 타서, 다시한 번 걸러낸 것이 바로 막걸리다. - P35

(중략), 그것이 바로 막걸리라는 이름에 포함된 뜻이다. 청주에 비해 맛도 향도 품격도 조금 떨어지는 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값도 쌌을 것이고, 청주를 떠낸 뒤에 물까지 탔으니 알코올 도수도 그리 높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 백성들이 밭일 나갈 때 허리춤에 한 병 차고 나가, 일하는 틈틈이 갈증을 달래는 용도로 마시기에는 안성맞춤이었을 터다. - P36

그러나 2010년대 이후 1980년대부터 줄기차게 이어진 우리술 복원 노력이 차근차근 결실을 보게 되고, 막걸리의 고급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강해지면서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물을 타서 도수를 낮추지도 않은 프리미엄 막걸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 P36

전통적인 탁주는 곡물로부터 온 단백질과 전분, 미네랄 성분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칠맛이 돌고 향이 풍성하다. 그래서 제대로 만든 전통 탁주는 얇고 작은 잔에 따라 홀짝거리는 것보다는 사발에 따라서 크게 한입 베어 무는 것처럼 마시는 것이 제격이다. - P37

청주는 전통주 연구가 박록담 선생의 표현을 빌면 "우리 전통주의 근간(根幹)"이다. 지금은 오히려 막걸리에 밀려 존재감이 덜한 면이 있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우리술의 메인스트림은 청주였다. - P37

 운두가 좀 낮은 소서 (Saucer)형의 샴페인 글라스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도자기 잔을 쓰려거든 백자 이외에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 P37

 조선시대는 사대부 집안에서 제사용으로 저마다 가양주를 빚게되면서, ‘법도대로 빚은 품격 있는 술‘에 대한 니즈가 커져간 시기다. 자태로나 맛으로나 탁주보다 고급스러우면서, 여러 번 덧술까지 해 도수도 높고 향도 진한 삼양주 이상의 청주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방법으로 만든 술을 근사하게 부르는 다른 이름이 바로 춘주(春酒)였고 그래서조선의 청주 중엔 유독 ‘춘‘자로 끝나는 이름이 많은 것이다. - P38

우리 방식대로 만든 술에 청주라는 이름 자체를 쓰지 못하게 되면서, 청주 하면 으레 ‘일본식으로 빚은술‘이라고 연상하게끔 돼버린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술의 근간‘인 청주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주세법이 개정돼 우리의 전통방식으로 만든 청주도 더 이상 약주가 아닌 본래의 이름 청주 그대로 불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 P39

 ‘전통적으로 빚어 마시던 양조주 vs 새로이 도입된 기술로 이를 증류한 증류주‘라는 구분법은, 종교적인 이유로 술이 금지된 나라를 제외하면 세계에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 P39

. 유럽에선 맥주 vs 위스키, 와인 vs 브랜디가 여기에 해당하고 멕시코로 가면 풀케(Pulque) vs 메스칼(Mezcal)이 이런 구분법에 맞는다. - P39

양조와 증류의 상관관계를 알면 같은 맥락에 있는 다른 나라의 술도 더불어 이해할 수 있으니, 양조주와 증류주의 구분은 지역성과 보편성이라는 기준에 더해 문화전파의 과정이라는 세계사적 시각으로 지구상의 술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 P40

. 양조주 안에 포함된 알코올은 모두 미생물의 생체 대사의 결과물이므로, 발효액 안에서 알코올 농도가 20도 이상 넘어가면 미생물 자체가 사멸하게 돼 더 이상 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 즉, 알코올 도수 20도 이상의양조주를 만드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증류주(酒)는 이런 양조주를 술덧으로 해, 증류(Distillation)라는 과정을 거쳐 알코올의 농도를끌어올린다. - P40

 곡물에서 만들어진 양조주를 불살라 그 영혼(Spirit)에 해당하는 알코올만을 취한 술,
그것이 ‘우리술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 증류식 소주인 것이다. 사실 애초에 모든 소주는 전통 증류식 소주였다. - P40

(중략). 이것은 스카치위스키에 일어났던 일과도 일맥상통한다. 애당초 모든 스카치위스키는 싱글 몰트(Single Malt, 오로지 보리 맥아로만 만드는 위스키)였는데, 19세기 중반 이후 채산성을 위해 보리 이외의 곡물로도 위스키를만들게 되면서(그레인 위스키) 정통성을 알리기 위해 ‘싱글 몰트‘를 붙이지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던 것이다. 스코틀랜드에서 1970년대 이후 다시금 싱글 몰트의 자부심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그것이 세계적인 싱글 몰트 열풍으로 이어졌듯, 우리나라에서 다시금 증류식 소주에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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