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수학의 중심부에서 24. 수학자는 모두 플라톤주의자인가?
플라톤의 아카데미 입구에 실제로 기하학자가 아닌 자는 들어오지 말라" 라고 새겨져 있었든 아니든, 이 문장은 플라톤의 생각과 일치한다. 그는철학자가 기하학을 배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가Politeia』제7권에서 기하학 학습이 철학 공부의 전제조건이며 기하학이 시민을 양성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과목이라고 말했다. - P268
명백하게 드러나는 개념 사이에 감추어진 비밀스러운 관계를 꿰뚫어 밝히려고 노력하면서 수학과 거리가 먼 분야 사이에 다리를 놓다 보니, 자신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대수학과 기하학을 연결하는 이 정리는 정말 내가 만들어낸 것일까, 아니면 이 정리가 나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을까? - P268
동굴에 갇힌 사람들처럼 우리는 우리의 감각과 상상력을 뛰어넘는 광대한 세계를 슬쩍 훔쳐보기만 할 뿐이다. 플라톤은 (이런 외부세계가 무척 구체적이라고 보았는데도) 이를 ‘이데아의 세계‘라고 불렀다. 이 확장된 세계는 과연 존재하는가? 플라톤은 그렇다고 가정했고, 그래서 영혼이 불멸한다고 주장했다. - P269
. 그리스 철학은 가끔 이렇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성향은 수학자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학자들에게 2+2는 3.99 일 수없다. 답은 이론의 여지없이 4다. 이 방법론은 그 틀 안에서는 정확하지망, 간혹 영혼이 불멸한다는 생각 같은 불필요한 부조리에 이르게 한다. - P269
수학의 세계는 인간보다 먼저 존재했을까
그렇다면 수학자는 플라톤주의자일까? 그들은 수의 세계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인간은 그 세계를 단순히 탐색하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믿을까? 확실한 것은, 수학자가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의 세계를 닮은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 P270
고대 이후로 기하학의 세계는 몇 가지 공리, 즉 증명 없이 참이라고 간주되는 결과로 규제된다. 이 공리적 방법은 20세기 초에 힐베르트가 일반화하고 발전시켰다. 오늘날 각 이론(산술학, 기하학 등)에는 그 이론의 구조를 세워주는 공리들이 있다. - P270
시라쿠사 침공
포물선의 축에 평행한 직선 D와 이 포물선이 점 M 에서 만난다면, M에서의 섭선에 대하여 D와 대칭하는 직선은 포물선의 초점을 지난다. 이 특성은 우리 일상세계에 눈에 띄는 결과로 나타난다. - P271
뒤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 Eugene Wigner, 1902~1995처럼 일부 과학자는 수학의 실효성이 ‘비이성적이다‘라고 평가했지만 말이다. 당신이 수학자에게 공리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그는 아마도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대답할 것이다. "공리는 우리가 추상적인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논리 법칙에 따라 일관된 이론을 구축하는 규칙들입니다"라고 말이다. - P272
이상적인 세계
공리는 무작위로 선택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리들은이 공리로부터 끌어내는 수학 이론이 현실에 대한 좋은 모델이 되도록 선택된다. 이를 위해 공리는 현실에서 영감을 받는다. 수학자들은 플라톤이그랬듯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데, 현실은 이 세계를 반영한다. 이런 의미에서 수학자들은 플라톤주의자이지만, 자신이 만든 모델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는 않는 플라톤주의자다. - P272
달리 말하면, 수학은 비역사적인 세계에 머물지 않는다. 수학은 진화하는 역사의 산물이다. 수학적 진리가 변치 않는다고 단언할 수조차 없다. - P272
알랭 바디우가 『수학 예찬』에서 쓴 용어를 빌리면, 수학적 사고는 두 방향으로 나아간다. 첫번째 방향은 우리가 플라톤주의적 사고라고 부른것으로, 현실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중략) 두 번째 방향은 공리가 자유의지로 선택되었다고 보는데, 이른바 형식주의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 P273
대부분의 수학자는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수학을 평가한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 현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는 수학자는 거의 없다. 이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 같은 철학자들의 견해에 가깝다. 하지만 현실주의와 형식주의, 이 두 방향은 모든 수학자에게 항상 존재한다. - P273
유명한 플라톤주의자의 글 발췌
"수학과 물리학 사이에 어떤 지속성의 중단, 단절도 없다고 보며, 정수가 나트륨이나 칼륨 같은 것과 똑같은 필요와 필연성으로 우리 바깥에 엄연히 존재하는 듯 보인다고 내가 여러분에게 감히 고백한다면 여러분은 펄쩍 뛸것이다"
- 샤를 에르미트Charles Hermite, 1822~1901 - P273
"수학은 (지질학, 입자물리학 등 같은) 과학의 대상만큼이나 실재하는 연구대상을 갖고 있다고 나는 계속 주장한다. 하지만 이 대상은 물질적이지 않으며 시간이나 공간에서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외부 현실만큼이나 견고하게 존재하며, 수학자들은 외부 현실 세계에서 물체에 부딪히듯 그것에 부딪힌다."
- 알랭 콘Alain Connes, 1947년 출생 - P2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