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 낮과 밤이 거의 같은 길이가 되는 그날, 해질녘이었다. ‘암흑관‘이란 별명을 지닌 우라도 가문의 저택에 있는 한 방에서 나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택은 호수의 작은 섬을 통째로 집터로 삼아, 대략 네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 P78
그저 오래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듣던 대로 분명히 매우 이상하게지어진 건물이기도 했다. 검은 지붕에 검은 벽, 검은 문에 검은 창이었다. 온통 검은 외관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 P78
시각은 오후 6시20분을 넘어서려 하고 있었다. 간유리를 끼운 안쪽에 있는 올렸다 내렸다 하는 문과 바깥쪽의 검은 덧문을 모두 열어놓은 창밖에서는 떠도는 어둠의 농도가 시시각각 짙어지고 있었다. 저녁놀이 물드는 야릇하게 어두운 풍경 속에, 울창한 정원수의 검은그림자 너머로 더욱 새카맣게 보이는 탑 그림자가 보였다. - P79
뭔가 희읍스름한 것이 움직였다. 어,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뭘까? 저기 누군가 사람이 있는 걸까?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실내를 둘러보았다. - P79
벽이나 바닥, 천장까지도 역시 모두 검은색으로 칠해진 방이다. 그래서 중앙에 놓인 카펫의 매우 탁한 붉은색이 섬뜩할 정도로 선명해보인다. 가죽 안락의자에 조용히 앉아, 우라도 겐지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검은 구두에 검은 바지, 검은 셔츠, 검고 얇은 카디건. 이 저택의 기본 색에 맞춘 듯이 온통 검은색 차림이었다. - P79
(전략) 될 수 있으면 그러지 말아달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젠 나도 귀에 익어, 아예 그 시인처럼 검은 중절모를 즐겨 쓰기까지 한다. "여기서 저쪽 탑이 보이는군요." "아아, 십각탑‘ 말이군. 흥미가 있다면 내일 내가 안내해주지." "탑 위에 지금 누군가가." "뭐?"라며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 겐지는 피우던 담배를 손가락사이에 끼운 채로 일어섰다. "이상하군. 거긴 분명히・・・・" - P80
겐지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단을 밟는 둔탁한 발소리가 다가온다. 그때 그것을 가로막기라도 하듯이 갑자기. 낮은 땅울림 같은 소리가 난다…… 싶었더니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충격. 나는 창틀을 잡고 얼른 자세를 낮췄다. "또?"라고 겐지가등 뒤에서 소리쳤다. 오늘 벌써 두 번째 지진이다. - P80
자세를 낮춘 채로 얼른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분명히 보았다. 검은 탑의 발코니에서 땅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그 사람의그림자를앗, 하는 외마디 소리가 내 입에서 새어나왔다. 바로 그때 난로 위에 있던 탁상시계가 반응을 쳤다. 영롱한 음색으로, 오후 6시 반. 희미해지는 종소리의 여운과 함께, 이윽고 땅의 흔들림도 잦아들었다. - P81
겐지는 실내를 쭉 둘러보면서 반쯤 안도했다는 표현일까, 약간 장난스럽게 두 팔을 펼쳐보였다. 홀쭉한 그의 몸에 걸친 헐렁한 검은카디건, 앞단추를 채우지 않아 옷의 앞뒤 폭이 들어 올린 팔의 넓이만큼 좌우로 펼쳐져 마치 박쥐 날개처럼 보였다. "집은 그래도 무사한 모양이군. 다행일세." - P82
겐지는 담배를 집어들고, 카펫의 불에 탄 부분을 구두 바닥으로 짓밟았다. "이 저택은 옛날부터 불과 궁합이 맞지 않는 것 같군. 예전에도 몇번인가 불이 났었다네. ‘북관‘ 같은 건물은 완전히 타버려서 통째로다시 지었지. 내가 어렸을 때의 일일세." - P82
"아참, 그러고 보니 십각탑에 사람이 있다고?" "떨어졌습니다." "뭐?" "그 사람이 탑에서 떨어지는 걸 방금 제 눈으로 봤습니다." "정말인가?" "비명도 들린 것 같고요. 발코니에 나와 있었는데 지진이 나서, 그때" "균형을 잃고 떨어져버렸다?" - P83
현관홀로 내려가는 넓은 계단이 꺾어지는 부분에 있는 층계참에서 마르고 키가 큰, 검은 양장 차림의 여성과 마주쳤다. 내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왔던 사람으로, 겐지는 ‘츠루코鶴子 씨‘ 라고 불렀다. 우라도 집안에서 일하는 고용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 P83
우리가 계단을 달려 내려가는 것을 보고 츠루코는 우뚝 멈춰 섰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 채고, "겐지 도련님" 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겐지가 아무 대꾸도 없이 옆을 지나치려 하자 그녀는 더욱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겐지 도련님?" "탑 열쇠 어디 있나?" - P84
희미한 별빛에 의지해 검게 솟은 ‘십각탑‘ 을 올려다보았다. 건물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없다. 정면 입구에 문이 보였지만, 그것은닫혀 있었다. ‘내내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고 하는 그 문이 신경 쓰이는지, 겐지는 우선 그리로 달려가려다 생각을 바꾼 듯이 바로 걸음을멈췄다. "저쪽인가?" 중얼거리며 왼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동관‘ 쪽 방향이었다. - P85
"누구...아니, 신타愼太로구나." 반소매 셔츠에 잔바지 차림의 아직 나이 어린 소년이었다. "뭐하는 게냐, 이런데서?" (중략) "저기." 왼손을 들어 지금 자기가 나온 나무 뒤편을 가리켰다. "누워 있어, 누가." "누워 있어?" "모르는 사람 저기……." "거기 누가 있는 거로구나." 겐지가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다가가자 소년은 심하게 몸을 떨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쁜 장난을 치다가 야단을 맞기라도 한듯한 반응이었다. - P87
오른손은 여전히 주머니에 찌른 채로 소년은 뛰어 사라져갔다. 우리가 온 길과 반대 방향-저택의 뒷마당 쪽일까?-으로. "누굽니까. 지금 저 애는?" 겐지에게 물었다. "시노부 씨 아들일세." - P87
"거실에 차를 가져왔던 사람 있잖아. 하토리 시노부羽鳥しのぶ라고. 지금 저 애는 그 사람 아들인데, 이름이 신타지." 말을 끊고, 겐지는 검지로 자기 관자놀이 부근을 살짝 찔렀다. "약간 지능에 문제가 있네." "저 애가, 왜?" "아.… 아니, 그보단 저쪽이 먼저지." - P88
3
명치까지 오는 키의 진달래 정원수가 잔뜩 심어진 그 바로 앞ㅡ. 무성한 잡초에 파묻히듯 엎드린 봄이 달빛을 받아 뿌옇게 보았다. 전체적인 복장이나 체격, 머리 길이로 미루어 여자는 아니었다. 남자였고, 그리고 젊다. - P88
"누구죠? 이 사람은?"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겐지는 구부리고 있던 윗몸을 일으켜, 사방을 둘러보더니 머리 위로 시선을 향하며 "아아" 하는 소리를 냈다. "그렇군. 아마......" 그때 "겐지 도련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단풍나무 뒤에서 들려왔다. 손전등을 가지러 갔던 츠루코가 온 모양이었다. - P89
"이 분이, 탑 위에서?" "그런 모양이군.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아. 그리 크게 다치지는 않은것 같은데." 손전등을 켜면서 겐지는 다시 땅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츠루코 씨, 도와줘. 일단 뒤집어야겠어." - P89
받아든 손전등의 빛을 누워 있는 남자의 얼굴에 비쳤다. 역시 젊은남자였다. 겐지와 비슷한 또래의 나이.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었다. 눈은 감고 있었다. 뺨과 콧등에 진흙 같은 것이 지저분하게 묻어있지만, 심하게 일그러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피가 묻어있는 것 같았지만, 이렇다 할 큰 외상은 없는 모양이었다. - P90
겐지가 청년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동안, 츠루코는 재빨리 셔츠 단추를 풀고, 바지 벨트를 느슨하게 풀었다. 그녀 또한 이런 조치에는 익숙해보였다. 여기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겠군." 이윽고 겐지가 말했다. "골절도 없는 모양이야. 움직여도 괜찮겠지. 일단 집안으로 옮겨야겠네." - P91
청년이 입은 옅은 회색 재킷은 얼굴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심하게 지저분했다. 바지도 마찬가지였다. 겐지와 호흡을 맞춰 몸을 들어올렸다. 천천히 이동을 시작하면서 나는 청년의 왼손에 손수건이 둘러져 있다는 것을 보았다. 탑에서 떨어지기 전에 이미 부상을 당했는지, 그 흰 손수건에는 검붉은 피가 배어 있었다. "저어, 겐지 선배." - P91
청년을 들고 ‘동관‘의 현관으로 돌아오는 도중, 나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물어보았다. "이 사람은 누구죠?" "나도 궁금하군." 걸음을 옮기면서 겐지가 힘없이 대답했다. "모르는 얼굴일세. 적어도 이 저택 안에 이런 사람은 살지 않지." - P92
아아・・・・・・ 이것은. - 나는 대체 누굴까? 5개월 전의 봄날, 그것은 내가 품은 의문이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묻던. - 어째서 나는 여기서 이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왜이 섬에 들어왔고, 저 탑 위에 올라갔을까? 빨리 정신을차려 설명해주면 속 시원할텐데." 달이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다. - P93
타고 왔던 차를 거기 세우고, 우리는 호숫가의잔교로 내려섰다. 섬으로 건너올 때는 엔진이 달린 소형 보트를 탔다. 그 배를 운전해 준 사람은 히루야마 다케오蛭山丈男라는 일꾼이었다. - P94
그때까지 담과 정원수에 가려 조금씩밖에 보이지 않던 이 저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낮은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저택은 처음에는 그림자처럼보였다. - P94
물론 그것은 ‘그림자‘가 아니라, 확실한 실체로 거기 있었다. 검은벽, 검은 창, 검은 지붕, 검은 굴뚝, 검은.…………. "과연 이상한 저택이군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대답했다. "특히 저 벽이 그렇군요." "벽? -흐음." "판자도 돌도 아닙니다." - P95
딱딱한 비늘로 덮여 있는 파충류의 피부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이상한 모습이었다. "건축 공법으로는 해삼벽 같은 겁니까?" "해삼벽?" 흙을 쌓아올리는 벽 같은 데 사용하는 방법이죠. 본 적 없습니까? 평평한 벽돌을 붙이고 그 이음매를 메우는 부분은 희게 돋움처리를 한" - P96
날카로운 턱을 쓰다듬으며 겐지는 의미심장하게 슬쩍 웃음을 지었다. "어느 건물이나 넓이에 비하면 창문이 적고, 게다가 대개 덧창이나 비를 막는 창으로 막혀 있지. 낮에도 안은 어둡네. 그야말로 암흑관이지." "이상한 저택이군요. 정말로." "그렇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는 이게 당연하지만 말일세. 이 집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이해한 것은 나름대로 나이를 먹고 난 뒤였네." 겐지가 수다스럽게 말했지만 얼굴에 드러나는 피로의 기색은 숨기지 못했다. - P97
"그렇지만 이렇게 외진 곳에 이런 저택을 짓다니." "상식을 벗어났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겠죠." - P97
겐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내 눈은 저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저택의 전체적인 모습에서 받은 충격은 이미 옅어져, 이젠 흥미가 오히려 더 구체적인 건물의 모양새 쪽으로 옮겨가 있었다. "키메라로군요." - P98
"이 저택이 지어진 시기가 분명히 메이지 시대 후반기라고 하셨죠?" "그럴 걸세. 동관과 서관은." "개화기 때 일본 각지에서 서양식을 모방한 건물이 지어졌죠. 집을 짓는 사람들이 모양새를 흉내 내 서양식 집을 지으려 했는데, 당연히 서양 스타일과 일본 스타일이 묘하게 뒤섞인 것이 되어버린 겁니다." - P98
"서양 스타일을 모방한 건축이란 게 일종의 경멸의 뜻이 담긴 표현이었다고 하더군요. 일본의 목수들이 고민해서 지은 어중간한 서양식 저택. 그 뒤에 나오는 ‘일본식과 서양식 절충형‘ 건축물도 일종의열등 콤플렉스를 담은 표현이겠죠. 하지만 저는 적어도 초기의 서양식을 모방한 건물들이 싫지 않아요." - P99
개화기에 지어진 이런 건물들은 대개 묘하게 밝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 일본은 세계를 향해 진출한다. 이 나라의 이 도시가 세계의 중심이 된다. 라고 하는 넘치는 의지가 표현된 밝고 편안한 분위기가 그 특징이다. 하지만 이 저택은 그반대다. 눈앞에 있는 이 건물은 어떤가? 그런 밝은 분위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로지 검고, 어둡고, 안쪽을 향해 닫혀 있다.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건물은 이 키메라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여기 지어진 것일까? - P100
5 ‘십각탑‘ 에서 떨어진 정체불명의 청년을 안고 겐지와 나는 ‘동관으로 돌아왔다. - P101
이 저택을 처음 방문해 이 현관홀에 들어선 사람은 대부분 먼저 그바닥의 무늬에 눈길이 갈 것이다. 바깥 벽면과 마찬가지로 검은 평기와가 여기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둑판 모양으로 깔린 네모난평기와 이음매를 메우는 부분도 역시 검다. 더군다나 벽은 검은 칠을한 판자에 그 이음매도 검게 칠해져 있다. - P102
"호흡이나 맥박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 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머리에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느냐" "노구치 선생님이라는 분은?" "우리 주치의, 2주에 한 번 꼴로 구마모토 시내에서 왕진을 와 대개 이틀이나 사흘 정도 묵고 가네. 아버지의 어린 시절 친구이기도하고 말이야. 아마 어제부터 와 있었을 거야.………." - P103
얼굴에 묻은 진흙과 핏자국을 지우고 보니, 눈을 감고 있는 청년의표정은 뜻밖에 편안했다. 흰 피부에 상당히 점잖은 얼굴이라는 것을알 수 있었다. 나이는 역시 스물대여섯 정도일까? "대체 누굴까?" 청년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겐지가 중얼거렸다. "신원을 알 수 있는 게 뭔가・・・・・・ 윗옷을 벗기는 게 좋겠군. 도와줘. 츄야." - P104
"방 네 개가 연속해서 있어." 겐지가 가르쳐주었다. "이 건물의 남쪽 단층 부분이 모두 이 사랑방이야. 전부 열어두면운동회를 해도 될 걸세." "예." 우리집도 그 지방에서는 제법 유지로 통한다. 집에는 일가친척들이 모이기 위한 큼직한 사랑방이 있지만, 이 정도로 넓은 방은 아니다. - P106
저 사람이 노구치 선생인가? 180센티미터 정도의 키다. 체격이 좋다기보다는 한마디로 ‘거한 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맥주통 같은 그 체형에는 흰 가운보다 목욕 가운이 훨씬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P106
이윽고 겐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탑에서 떨어졌다고 들었네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나뭇가지에 걸렸다가 그 다음에 땅바닥에." "대충 살펴봤는데, 골절이나 큰 외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호흡도 맥박도 또렷하지만 의식은 없는 것 같고요. 추락 쇼크 때문인 것 같습니다." "머리에 다친 상처는?" "커다란 혹이 후두부 윗부분에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왼손을 손수건으로 감싸고 있더군요. 추락하기 전에 난 상처인 모양입니다." - P107
겐지는 방에 들어와서 있던 츠루코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는 사람인가?" "아뇨. 저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냉담하게 대답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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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그 선생님, 살짝 술 냄새가 나던데요." 목소리를 죽여 말하자, 겐지는 시원스럽게 생긴 눈에 살짝 웃음을지으며 말했다. "여기 오면 늘 마시지. 저 정도면 반쯤 알코올 중독일 테니까. 술을전혀 마시지 않았을 때보다 오히려 컨디션이 더 좋을걸." - P108
겐지가 가벼운 말투로 불렀다. 시노부는 홀에 들어서기 바로 직전에 멈춰서더니, 우리 얼굴을 고개를 숙인 채로 눈만 들어 쳐다보며꾸백 인사를 했다. "아까 지진 때는 괜찮았나?" 겐지가 물었다. "예, 그건." 약간 박자가 느린 대답이었다. "건물이 어디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았고?" "예." 역시 박자가 늦은 대답이었다. - P109
"아까 밖에서 신타를 만났어." 시노부는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이때는 바로 반응이 나왔다. "그 애가 무슨 나쁜 짓이라도?" "아니,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 탑에서 떨어진 사람이 있는데, 신타가 그걸 제일 먼저 발견한 모양이더군." "어두워지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이야기해두었는데, 죄송합니다. "신경 쓸 거 없다니까. 오히려 발견해줘서 고맙지." - P110
자 하며 겐지가 내게 내민 담배의 이름은 ‘피스‘, 약간 머뭇거리고나서 담배를 받아 입에 무니 겐지가 라이터 불을 빌려주었다. 처음피우는 이 필터 없는 담배의 연기는 내게 자극이 너무 심해 한 모금을 빼니 목이 무척 아팠다. - P111
"- 어디를?" 되묻자 겐지는 바지 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내며 대답했다. "다시 십각탑으로 탑 안을 한번 살펴보고 싶어서."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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