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언론의 과잉반응에 대하여 언급해야겠다. 《차이퉁》지뿐만 아니라 다른 신문들까지도 실제로 한 저널리스트의 피살 사건을 특별히 더 나쁜, 특히 경악스럽고, 거의 장엄하기까지한, 그러니까 종교 의식적인 살해와 같은 수준으로 다루고 있기때문이다. - P15
왜냐하면 블룸같이 영리하고 거의 냉정하다고 할 정도의 사람이 왜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는지, 왜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낸 결정적인 순간에 권총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했는지의 문제를 앞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 P16
어쨌거나 카타리나 블룸은 5년 동안 시가 총액 10만 마르크짜리 아파트에 현금 6만 마르크를 투자했는데, 현재 경미한 금고형으로 복역 중인 그녀의 오빠가 표현했듯이 "손에 꽉 쥔 것을 먼지 털듯 털어 내게" 생겼다. - P16
그는 "자기 직업의 희생자"가 아니라, 아마도 질투극의희생자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랍 족장의 복장과 권총(08구경)은증거 보관실에 있고, 이 권총의 출처를 아는 사람은 블로르나뿐이다. - P17
문제의 나흘 중 처음 며칠에 대해서는 블룸의 행적에 관한 조사가 잘 되어 갔지만, 일요일에 와서 꽉 막혀버렸다. - P17
그녀는 그날 저녁 그녀의 대모이자 친구이며 가장 신뢰하는 엘제 볼터스하임의 집에서 열리는 작은 댄스파티에 초대받아 무척 기쁘다고, 오랫동안 춤출 기회가 없었다면서 블로르나 부부에게 좋아라 하며 전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블로르나 부인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생략) - P17
조사에서 금방 드러났듯이, 수요일 오후 카타리나는 히페르츠 부부 집에서 두 시간 더 일을 했다. 이따금 그 집에서 부르면가서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히페르츠 부부 역시 카니발 기간동안 이 도시를 떠나 렘고에 있는 딸에게 가기 때문에, 카타리나는 이 노부부를 자신의 폴크스바겐으로 역까지 모셔다 드렸다. 엄청난 주차난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고집을 부려, 그들을 플랫폼까지 전송하고 짐을 들어다 주었다. - P18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저녁 7시 25분에 볼터스하임 부인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곳까지 자동차가 아니라 전철을 타고 왔다. 그녀는 베두인 여자로도, 안달루시아 여자로도 분장하지 않았고 그저 머리에 빨간 카네이션을 꽂고 빨간 스타킹과 구두를 신었으며, 벌꿀 빛깔의 중국 하남산 실크로 된 블라우스를 목까지 여미고, 같은 색깔의 평범한 트위드 스커트를 입었다. - P18
그녀가 볼터스하임의 집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수사는쉬워졌다. 카타리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저녁 7시 25분부터 그녀는 경찰의 감시 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 P19
하흐 검사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에르빈 바이츠메네 수사과장이 블룸이 괴텐과 함께 볼터스하임의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볼터스하임과 블룸의 집 전화를 도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추문에 가까운 법조계 내부 소문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 덕분이기 때문이다. - P19
분명히 괴텐은 카타리나의 집에서 전화를 하지 않았다. 아무튼 하흐는 그것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다. 확실한 것은, 카타리나의 아파트가 철저하게 감시되었다는 점이다. - P20
그녀는 전혀 놀라지 않았고, "의기양양하지는 않아도" 태연해 보였다는 점에서 의심을 받았다. 그녀는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마거리트 꽃문양이 수놓인 초록색면 목욕 가운만 걸치고 있었다. 괴텐이 어디 있느냐는 바이츠메네 수사과장의 질문에 블룸은 그가 언제 아파트를 떠났는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 P20
블로르나와 그의 부인은 카타리나 블룸이 성적인 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고 거의 결벽에 가깝다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잡았다고 생각한 괴텐이 사라져서 아주 화가 나 있던 바이츠메네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질문을 던졌을 가능성에 대해 여기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 P21
만일 바이츠메네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면, 그 순간부터 그와 카타리나 사이에는 어떤 종류의 신뢰감도 생길 수 없었다고 단정할 수 있다. - P21
그래서 아주 매력적인 블룸이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싱크대에 기대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런 음탕한 생각이 그 자신의 뇌리를 스쳐지나갔을 수도 있고, 그가 기꺼이 이런 질문을 던지거나 혹은 그렇게 거칠게 표현된 행위를 기꺼이 그녀와 해 보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 - P22
경찰은 카타리나가 핸드백을 들고 가는 것을 허락했다. 구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잠옷, 화장품 케이스, 읽을거리를 가져갈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녀의 집에서 발견된 책은 연애소설 네 권, 탐정소설세권, 나폴레옹과 크리스티나 스웨덴 여왕의 전기가 전부였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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