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칠던 : 아메리칸 예술 공예품 상사의 주인
다고 노부스케 : 태평양연안연방 주재 일본 무역대표부 소속 고위관료
프랭크 프링크 : 유태인 공장노동자
에드 매카시 : 프랭크 프링크의 예전 직장 동료
바이네스 : 스웨덴인 기업가
줄리아나 프링크 : 프랭크 프링크의 전처
조 치나델라 : 트럭 운전수로 일하면서 줄리아나에게 접근하는 사내
야타베 신지로 : 늙고 은퇴한 일본인 사업가
후고 라이스 : 샌프란시스코 주재 독일 영사
크로이츠 폼 메레 : 샌프란시스코 주재 태평양연안연방 보안국 지부장
호손 아벤젠 : 소설 「메뚜기는 무겁게 짓누른다」의 저자 - P9

칠던이 조바심을 내며 우편물을 살펴본 지 일주일째다.
וח llll ג → - P11

그는 벽에 걸린 자판기에서 5센트짜리 인스턴트 차를 한 잔뽑아들고는 빗자루로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예술 공예품 상사‘의 현관은 금세 개점 준비를 마쳤다. - P11

 그때 전화가 울렸다. 칠던은 돌아서서 전화를 받았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칠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고미입니다. 남북전쟁 모병포스터는 아직입니까? 기억나시죠? 지난 주 안으로 된다고 했잖습니까."
신경질적이고 사무적인 목소리에 간신히 예의와 격식을 벗어나지 않는 어투였다. - P12

"대신 다른 거라도 구해야겠군. 뭐가 좋겠소, 칠단 씨?"
다고미는 일부러 이름을 틀리게 발음했다. 그 태도에 실린모욕을 느끼고 칠던은 귀까지 화끈 달아올랐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신분이 주는 끔찍한 치욕, 로버트칠던의 열망과 두려움, 고통의 감정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라 그를 집어삼키고 말문을 막아버렸다. - P13

그는 서른여덟 살로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나날, 그리 오래되지 않은 지난 시절을 기억할 수 있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와 만국박람회, 세상은 그때가 더 좋았다.
"괜찮은 물건 여러 가지를 일하시는 곳으로 가지가 보여드릴까요?"
칠던은 웅얼거리듯 말했다. - P13

힘겹게 서 있던 칠던은 누군가 두어 명쯤 가게에 들어온 것을 알아차렸다. 젊은 남자와 여자, 둘다 멋지게 생기고 잘 차려 입었다. 완벽하군. 칠던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전문가답고도 자연스러운 자세로 다가갔다. - P14

 그 모습을 보니 고마웠다. 물건 볼 줄 아는군.
"정말 멋진 물건들이군요."
젊은 사내가 말했다.
칠던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두 사람은 인간적인 유대감만이 아니라 예술품들을 보며 서로의 취향과 만족을 함께 즐기는 데서 오는 따뜻함이 담긴 눈길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 P14

칠던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이 물건이 쓰레기 같은 기념품도 아니고, ‘미국 태평양연안연방 마린카운티뮤어우즈 국립공원‘이라는 글씨가 박힌 삼나무 명판도 아니고,
장난스러운 표지판도, 어린여자애들이나 끼는 반지나 금문교사진이 들어간 엽서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 P15

칠던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는 현대미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지난 세월만이 그의 가게 같은 곳에 남아 있을 뿐.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오신 지 오래되셨나요?"
칠던이 물었다.
"전 여기 무기한 주재원으로 왔습니다."
사내가 말했다. - P15

사내의 얼굴에 자부심이 흘렀다. 군인이 아니다. 탐욕스러운무식쟁이 얼굴로 껌을 씹어대고, 상점가를 어슬렁거리며 음란한 공연이나 외설스러운 영화, 사격 연습장, 중년이 다 된 금발여인들이 주름진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꼬집은 채 추파를 던지는 사진이나 내건 싸구려 나이트클럽을 넋 놓고 바라보는 촌스러운 징집사병도 아니다. - P16

어쩌면 기껏해야 태평양연안 무역대표부 소속 고위관료인 고미 씨보다 더 고상하고 학식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다고는 늙은이었고, 전시내각 시절의 사고방식이 몸에 익은 사람이었다.
"미국 전통 민속 예술품을 구해서 선물하시려는 건가요?" - P16

"가방 몇 개에 물건들을 챙겨 가서 집에 어울리는 것들로 제안해드릴 수 있습니다. 한가하실 때 말이죠. 이런 거야말로 저희 전문 분야죠."
칠던은 들뜬 기색을 들키지 않으려고 눈을 내리깔았다. 잘하면 수천 달러짜리 거래가 될 수도 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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