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수학은 잊어버리고 좀 덜 논리적인 외교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자. 어느 국제회의에서 한 정치가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를 형성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 조건에맞추어 이들 위원회를 형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a) 어떤 두 나라든지 적어도 한 위원회에는 참석해야 한다. (b) 어떤 두 나라도 둘 이상의 위원회에는 참석해서는 안 된다. (c) 어떤 두 위원회든지 적어도 한 나라는 공유해야 한다. (d) 모든 위원회는 적어도 그 속에 세개의 국가를 두어야 한다. - P628
그래서 그는 수학자에게 조언을 구하였는데, 그 수학자는 즉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결론을 추론해냈다.
(1) 특정하게 결합된 어떤 두 나라도 단 하나의 위원회에만 참석한다. (2) 어떤 두 위원회도 오직 한 나라만을 공통으로 가진다. (3) 어느 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세 국가의 조합은 많을 것이다. - P628
명시적으로 진술된 공리로부터의 연역적인 증명에 있어, 무정의 용어의 의미는 어떤것이든 관계가 없다. 오늘날 수학자들은 점, 선, 그리고 다른 무정의 용어들과 관련된 공리들이 물리적 의미에 적용되기만 하다면, 그 용어에어떤 물리적 의미라도 부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P629
그러나 순수 수학 자체는 즉각적으로 혹은 기본적으로 무정의 용어에 주어질 수도 있는 구체적인 의미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공리와 정의된 개념들로부터 이루어질 수 있는 연역에 관심을 갖는다. - P630
순수 수학은 물리적 의미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수학자들은자신이 무엇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순수수학자로서 자신들의 정리가 물리적 세계에 대한 타당한 주장인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 P630
무정의 용어들에 관한 공리로부터 결론을 연역하는 과정은 순수 수학에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을 돌려보면, 이러한 유형의 추론이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알게 된다. - P631
우리의 변호사는 모든 독립자치주는 경찰권을 가진다는 공리만을 이용하였다. 그러므로 경찰이라는 용어는 수학자들이 점이나 선을 사용하듯 무정의 용어로 사용된것이다. 게다가 법에 대한 경험이 없는 독자들은 위의 추론에 동의하면서 경찰권이라는 말을 경찰관과 연관지어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P631
수학과 법적 절차 사이의 유사성은 연쇄적인 연역적 추론에 정의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 이상이다. 법의 원리는 공리일 뿐만 아니라 그 원리들은 수학의 공리와 마찬가지로 체계에 속해 있으며, 다른체계는 모순된 원리를 포함할 수 있다. - P632
수학 체계에서 무정의 용어가 가지는 의미를 논의함으로써 우리는수학적 사고의 추상성을 이해할 수가 있다. 이 추상성은 순수 수학에서 사용하는 무정의 용어로부터 원래 이 용어와 관련을 맺고 있던 구체적인 물리적 대상의 의미를 탈락시킨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 - P633
이러한 수단을 이용하여 우리는 부담스럽고 의미 없는 세부적인 것으로부터 마음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우리앞에 물리적 그림 전체를 다 그려둔 채로 사고할 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 자연의 특정한 측면을 추상하는 과정의 성공은 각개격파(divide and conquer) 전술에 입각해 있는 것이다. - P634
수학은 물리적 대상으로부터 개념과 특질들을 추상함으로써 시각, 청각, 그리고 촉각의 감각 세계를 뛰어넘어 사고의 날개를 펴고 날아갈 수 있다. 그리하여 수학은 감각의 영역을 명백히 뛰어넘기 때문에 질적으로 결코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 덩어리와 같은 ‘사물‘을 ‘다룰 수 있게된다. - P634
화이트헤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학이 극단적인 추상적 사고의 영역으로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구체적인 사실을 분석하는 데에 그만큼 더 중요한 의미를 띠고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사실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극단적인 추상이 구체적인 사실의 사고를 통제하는 진정한 무기가 된다는 역설이 이제야 충분히 확립된 것이다. - P635
싸구려 수수께끼나 낱말 맞추기 퍼즐 혹은 심지어 그냥 말장난 등과 비교할때 수학자의 연구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 질문에 즉시 대답하고 싶은 독자는 너무 성급한 것일지도 모른다. 약 100년 동안 수학자들은 그리스인들이 느끼고 주장하였지만, 그간에 잊혀졌던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수학이란 예술이며, 수학적 작품은 미적인 요구를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P636
아마도 가장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는 수학이 어떤 정서적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서 수학자들이 어떤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혐오와 증오의 감정은 제외된다. - P636
물론 이러한 주장에서 수학자들이 어떤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혐오와 증오의 감정은 제외된다. 또한 이러한 주장은 수학의 창조자들이 그들의 생각을 공식으로 만들고 독창적이면서도 능란한 증명을수립하는 데 성공하였을 때 : 그들이 경험하는 기쁨도 과소평가한 것이다. 심지어 기초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도 정형화된 연습문제를 증명하는 데 성공하고, 이전에는 모호하고 혼란스러웠던 곳에서 빛과 의미, 질서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때 기뻐한다. - P636
그러나 이러한 예술 개념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극적인 사진이 수많은 위대한 그림들보다 더 예술적이 될 것이다. 추상화와 많은 현대의 조각품은 아마도 무시될 것이며, 건축물과 도자기의 위치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될 것이다. - P637
대부분의 르네상스 회화는, 비록 그 구성에 있어서는 지적인 연구가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정서에 작용을 가하는 반면, 근대화가들의 작품은 먼저 ‘이해되어야 한다. 예술이 정서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요구 조건은 오늘날에는 특히 부적당한 것처럼 보인다. - P637
물론 창조적 과정은 설계, 조화, 그리고 아름다움을 가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어야 한다. 이러한 성질들도 또한 수학적 창조 과정에 존재한다. 설계는 질서정연하고 균형 잡힌 조화로운 구조적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많은 수학적 정리들은 바로 그런 설계를 잘 보여준다. - P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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