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무한의 역설
우리는 기하학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어떤 크기보다 더 큰 것, 즉 무한의 크기라는 것뿐만 아니라, 그 무한의 크기보다 더 큰 무한의 크기를 인정한다. 이는 아무리 크기가 크더라도 겨우 길이 6인치이고, 폭이 5인치이며, 깊이가 6인치밖에 되지 않는 우리 두뇌를 충분히 놀라게 만드는 사실이다. -볼테르 - P540
그리스 시대 이래로 아무리 위대한 수학자와 철학자라도 무한이라는 양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그렇다고 해서 해결된 것은 없다. 예를들어, 갈릴레이는 정수의 개수가 무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시말하여 정수들의 개수는 어떤 유한한 숫자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짝수의 개수도 무한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의무한 집합 중 어느 것이 더 큰 것일까 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 P541
. 갈릴레이는 무한이라는 양을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짓고, 그 주제에 대하여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무한과 나눌 수 없음이라는 것은 본질상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다‘ 라고 말하였다. - P541
수학자들은 정말 여러 번 무한이라는 크기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이를 거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중반 수학은 더 이상 그 개념이 없어서는 안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 P542
영웅적 시기에 남겨져 있던 틈을 메우기 위한 시도는, 역설과 모순, 그리고 더 많은 역설로 좌절되었다. 상상력과 또 다른 종류의 용기,그러니까 직관과 ‘상식‘을 뛰어넘는 아니 때로는 이를 무시할 수 있는 그런 용기를 가진 비판적 사상가들이 시급히 필요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요구가 마침내 충족되었다. - P542
최초로 무한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사람은 칸토어 (GeorgCantor, 1845~1918)였다. - P542
그의 연구는 일반적으로 혁신과 독창성이 받는 대우, 즉 무시와 조롱 , 심지어는 학대를 받기도 하였다. 한 동료 수학자인 크로네커는 이를 가혹하게 비난하였다. 19세기 후반의 가장 유명한 수학자인 푸앵카레 (Jules-HenriPoincaré, 1854~1912)는 1908년, "후세대들은 (칸토어의) 《집합론(Mengenlehre)》을 이제 막 치료를 끝낸 질병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 P543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처럼 수학자들도 비논리적이고, 폐쇄적이며, 남을 희생시키는 경향이 있다. 닫힌 정신을 가진 다른 사람들처럼, 그들도 기존의 사고 방식이라는 커튼 뒤에 자신의 둔감함을 숨긴다. - P543
앞에서 푸앵카레가 한 말과 비교해보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인 힐베르트(David Hilbert, 1862~1943)의 "칸토어가 우리를 위하여 만들어놓은 천국으로부터 아무도 우리를 추방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은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오늘날 칸토어의 연구는 너무나 폭넓게 그리고 완벽하게 받아들여지고있다. - P543
물론 칸토어는 무한 집합에 들어 있는 원소의 개수를 알아보기 위하여 일일이 세어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또한 외관상 피상적으로 보이는 관찰이 아주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 P544
칸토어의 위대함은 바로 일대일 대응 원리의중요성을 인지하고 그결론을 끝까지 밀고나가는 용기에 있었다. 칸토어에 따르면, 만일 두 무한 집합이 서로 일대일 대응이라면, 두 집합의 원소의 개수는 서로같다. - P544
양의 정수의 집합, 그리고 이 집합과 일대일 대응하는 집합의 원소들의 개수를 이라고 말하여도, 그 집합에 얼마나 많은 개수의 원소가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하여 아무런 답도 주지 못하는 것처럼보인다. 독자들은 Ń_0(알레프 0) 이 생소하기도 하고, 양의 정수의 개수에 대하여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 P545
물론, 독자들은 원소의 개수가 백 경인 집합에서 원소들을 일일이 셀 수 있지만 Ń_0은 셀 수 없으므로 백 경이라는 수는 의미가 있지만, Ń_0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러한 구분은 옳지만 이 또한 무의미하다. 과연 누가 백경이나 되는 수를 세어본 적이 있는가? - P545
칸토어의 정의를 염두에 두고서, 이제 갈릴레이를 당혹스럽게 하고더 이상 사고를 진행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장애물인 무한이라는 양을다시 살펴보자. 갈릴레이는 양의 정수들의 집합과 양의 짝수들의 집합사이에 일대일 대응 관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집합이 두 번째 집합의 모든 원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갈릴레이가 무척이나 곤혹스러워했음은 틀림없다. - P546
양의 정수들의 집합이 그 부분집합인 양의 짝수들의 집합과 원소의개수가 동일하다는 사실은 불합리하지 않은가? 그러나 일단 무한집합의 원소의 개수가 동일한지를 판단하는 근거로서 일대일 대응 관계를받아들인다면, 겉으로 보기에 불합리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사실도 받아들여야만 한다. - P546
이다. 이와 같은 사고 방식은 유한 집합에는 쓸모가 있지만, 무한 집합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신뢰할 만한 지침이 되지 못한다. 이리하여우리는 다시 한번 수학의 역사에서 논리와 전통적 사고 사이의 갈등에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두 갈래의 길로 갈라지는 현상을목격하게 되었다. - P547
그들은 철학 교수이자, 무한 집합 이론을 발달시키는 데에 칸트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볼차노 (Bernhard Bolzano, 1781~1818) 의 제안을 따라서 무한 집합을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무한 집합은 자신의 부분집합과 일대일 대응관계를 이룰 수 있는 집합으로 정의하였다. 반면, 유한 집합은 그럴 수없음이 명백하다. 그리하여 양의 정수 집합은 무한 집합이다. - P547
모든 무한 집합은 양의 정수와 일대일 대응을 이룰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0과 1사이에 있는 모든 수들, 그러니까 정수, 분수, 무리수까지 포함하는 집합은 양의 정수들의 집합과 일대일 대응 관계에있지 않다. - P547
그러나 두 선분 중에서 길이가 더 큰 선분 위에 더 많은 점들이 있으리라고 확신하는 근거는 무엇이란 말인가? 점과 직선에 관한 어떤 정확한 지식이 그러한 생각을 입증해주는가?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어떤 선분도 무한개의 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 P549
그러나 칸토어의 이론은 이에 관하여 말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길이에 관계없이, 어떤 두 선분도 동일한 개수의 점들을가지고 있다. 이 결론은 논리적으로도 옳을 뿐만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지난 2천 년 동안 철학자들을 괴롭혔던 공간과 시간, 그리고 운동의 본질에 대한 당혹스러운 질문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 P550
우리는 직관에 의해 공간과 시간을 아무리 그 크기가 작다고 해도, 얼마든지 잘게 나눌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공간과 시간에 대한 개념들을 수학적으로 공식화하려면 이 성질을 고려해야 한다. - P550
길이와 시간을 이렇게 수학적으로 개념화할 때 생기는 어려움을제일 먼저 지적한 사람이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었다. 그러나 우리는이 어려움을 무한 집합의 이론을 사용하여 해결할 수가 있다. - P550
이 설명의 일부는 옳다. 우리는 경주 시작부터 끝까지 거북이가 통과한 점의 개수와 아킬레스가 통과한 점의 개수와 같다는 사실에 동의를 해야 한다. 달리는 매순간마다 그들은 정확히 한 지점을 각각 통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 P551
그러나 아킬레스가 경주에 이기기위해서 더 먼 거리를 가야 하기 때문에 거북이가 통과한 점보다 더 많은 점을 통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알다시피, 아킬레스가 경주에 이기기 위하여거쳐가야 하는 선분상의 점들의 개수는 거북이가 거쳐가는 선분상의 점들의 개수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 P551
공간과 시간을 한엊ㅅ이 나눌 수 있음에 반대한 제논은 그를 반대하는 이들을 혼란에 빠뜨린 또 다른 패러독스를 제안하였는데, 이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근대적 수학 개념과 무한 집합 이론을 통해서만 만족스럽게 해결되는 패러독스이다. - P552
근대의 무한 집합 이론은 이에 대하여 똑같이 깜짝 놀랄 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운동이란 일련의 정지일 뿐이다. 운동은 각각 무한 집합을 형성하는 위치와 시간의 순간 사이의 대응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 P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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