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
인류에 대한 가장 적절한 연구는 바로 인간이다. - 알렉산더 포프 - P446
인간사는 자연사와 현격한 대조를 이루었다. 자연의 법칙과 질서는아주 자명한 것이었다. 혹성들은 정해진 경로를 지켰고, 결코 거기서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자연과학자들은 어디서 탐구를 하든지 간에, 설계와 조화로운 움직임을 증명해주는 규칙성과 수학 법칙을 발견해냈다. 자연은 질서정연하며, 법칙적이고, 합리적이며 예측 가능하였다. - P446
그런데 인간은 자연 질서의 한 통합된 부분이다. (중략) 그렇다면 인간 행위에도 보편적인 자연 법칙이 있어야 한다. - P446
마찬가지 방식으로 기본적인 경제적 힘의 상호작용으로부터 경제 법칙을 도출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다른 인간에 대한 인간의 학대, 정치사의 혼란, 만연된 궁핍과 비참함, 그러한 사악함은, 단지 인간이 사회의 자연 법칙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인간 관계의 특징인 것처럼 보였다. - P447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과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루소는 이과학이 실험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적절한 실험을고안해내기 위해서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위대한 군주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러한 실험들은 필요하지 않다. - P447
홉스에게 과학이란 단지 한 가지 학문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기하학이야말로 인류에게 안겨준, 신을 기쁘게 한 유일한 과학이다. 칸트는 사회 과학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였고, 케플러나 뉴턴도 문명의 법칙을 발견할 필요를 느꼈다는 말도 덧붙였다. - P448
사회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사회 과학자들은 그것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수학의 사례가 그 답을 제공해주었다. 사회 과학자들은 먼저, 모든 과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고와경험이 허락하는 한,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자명한 진리성을 가진 기본 공리들을 찾아야 했다. - P448
(전략), 인간에 대한 과학의 정리들이 윤리학, 정치학, 경제학의 특수한 공리들과 결합하여 이들 분야의 과학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새로운 사회과학의결론들은 심지어 양적으로도 공식화될 수 있을지 모르며, 그렇게 되면그 이상의 진리를 연역하기 위하여 대수 기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P448
다소 급하게 연속적으로기본 원리를 발견할 목적으로 인간 본성을 분석하는 위대한 작업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그 주제에 관한 17, 18세기 고전에는 로크의 《인간 이해에 관한 에세이》, 버클리의 《인간 시식의 원리》와 흉의 《인간 본성에 관한 논문》, 벤담의 《도덕과 법 원리 개론》이 있다. 제임스 밀의 《인간 마음의 분석》은 1829년 출판되어 그 운동은 다음 세기까지 이어졌다. - P449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 지식과 믿음은 감각 자료에서 온다는 것, 쾌락을 추구하고고통을 피하는 것이 인간 행위를 결정하는 기본 힘이라는 것, 또한 인간 본성은 문화적 그리고 환경적 영향력에 대하여 잘 알려진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을 보인다는 것, 인간은 항상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 등이다. 이 마지막 공리는 그 보편성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에 비견할 만큼 기본적인 것으로 매우 강조되었다. - P449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역을 모두 살펴보기에는 지면이 허락지 않아서 다소 어려운 작업인데, 다행히도 이는 우리의 목적에도 그다지 필요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과학이 성립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P450
윤리학, 정치학, 경제학의 각 분야에서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서 각분야의 고유한 공리에다가 일반적인 인간 본성 과학을 덧붙여야 했다. 이성의 정신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발달시킨 윤리적 체계 중에서도특히 하나가 20세기 문명에 직간접적으로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다. - P450
만일 수학적 정신과 같은 어떤 것이 있다면, 벤담은 아마도 이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너무나 논리적이고 정확하게 사고하여 단하나의 명제라도 약간이라도 의심스럽다고 생각되면 작업 전체를 중지하고 새로 시작하곤 하였다. - P450
민주주의의 지혜를 확신하게 되면서 그는 보통선거권과 군주제와 귀족 의회의 폐지를 감히 주장하였다. 그는 《오류에 관한 책》에서 특권 계층을 공격했다. 부패한 개인, 부패한 법정, 정직하지 못한 법률가도 책을 통해 공격했다. - P451
이제 인간 본성 과학과 일치되는 아닌 게 아니라 거기서 도출되는 윤리학 체계가 쾌락과 고통의 동기라는 공리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래서 벤담은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행위는 옳고, 감소시키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 P451
그리하여 윤리학을 발전시키면서, 벤담은 당시를 지배하고 있던 사고를 반복하고 정교화하였다. - P451
먼저, 그는 감각, 부, 기술, 권력과 같은 14가지 단순 쾌락과 궁핍과 증오 같은 12가지 단순 고통의 목록을 제시하였다. 쾌락 혹은 고통을 야기하는 각각의 행동에 대하여 측정을 하도록 하였다. 그러한 행동의 수학적 값은 지속성, 강도, 확실성, 근접성, 순수성 (다른 쾌락과 고통이없다는 의미에서), 생산성(다른 쾌락과 고통을 만들어내는 경향)이라는 객관적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 P452
한 행동의 가치는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쾌락의 객관적 척도는 당사자들의 다양한 분별력들을 각각 곱한 값이다. 그러고 나서 이값들을 더한다. 이때 얻은 수치는 양의 값이다. 그리고 이 똑같은 행위가 사람들에게서 유발할 수 있는 고통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여 음의값을 부여한다. 그 행위의 가치는 이들 양수와 음수를 더한 것이다. - P452
도덕성에 대한 벤담의 양적 접근뿐 아니라 이러한 종류의 논의들은우리가 보기에는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 수학을 억지로 적용하는 것 같다. 분명히 그가 제안한 가치 측정이 쉽게 계산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결점은 간과해야만 한다. ‘엄격한 논리학자는 면허받은 몽상가‘인 것이다. - P453
. 즉 그들은 인간 본성 법칙과, 동료 인간에 대한 인간의 행위에 대한 특수한 공리들을 활용함으로써 논리적인 윤리학 체계를 수립하였다. 정치적 이론가들도 같은 일을 진행해나갔다. ‘정치는과학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데이비드 흄의 확신에 자극을 받아서 자신들은 그들의 특수 학문을 위한 공리들을 찾았다. - P453
로크는 자연의 기원과 정부의 존재 이유, 즉 정부가 존재해야 하는논리적 이유를 확실히 하고자 하였다. 정부가 등장하는 실제적 역사는그의 탐구와 무관한 것이었다. 그의 논의는 자신의 유명한 지식론에서시작하였다. 모든 인간은 텅 빈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들의 성격과 모든 지식은 경험을 통하여 획득된다. - P454
. 생명, 자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인간은 사회 계약을 맺고, 사회에 대한 범죄를 결정하고 처벌할 수 있는 권리를 정부에 제공하였다. 계약을 맺게 되면서, 그들은다수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기로 동의한 것이었고, 정부는 그에 따라 그의지와 행동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통치자들, 주로 법률가들이 그들의 선거권자들을 배반하게 되면, 반역이 정당화된다. - P454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 은 각 세대는 자신만의 사회 계약을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는 21세가 넘은 국민들의 반이 18년 8개월마다 죽는다는 것을 계산하였다. 그러므로 19 년마다 새로 계약을 해야 하고 새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 P455
인간을 포함한 전체 자연 세계가 자연 법칙에 의하여 질서를 이루고 있다는 18세기 믿음을 명료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물론 이러한 믿음은 뉴턴 시대의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발견한 법칙에 대한 증거에 기반을 두고 있다. - P456
‘자연을 다스리는 하느님의 법칙‘이라는 표현 역시 중요하다. 물론 하느님의 의지와 하느님의 후원은 많은 다양한 대의(cause)와 심지어 반대하는 대의가 자주 사용한 표현이다. 그러나 여기서 하느님의 원리는 게시를 통하여, 성서를 통하여 인간에게 알려진 하느님의 원리가 아니다. - P456
독립선언문은 대영제국으로부터의 반역을 정당화하고자 했던 소수집단의 정치 지도자들이 쓴 것이었다. 그 정당화는 국민들의 믿음을 표현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제퍼슨이 직접 지적한바와 같이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정서를 발명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단지 모든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진술한 것뿐이었다. - P456
수학적 다양성이라는 합리주의와 자연권의 교리가 정치학에 적용되어, 새로운 정부 철학을 만들어내었고, 사람들에게 부정에 대한 반역이 결정론적이라는 생각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자연권의 교리가 19세기에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 P456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의 교육에 대한 자연권이 거부를 당하였는데, 그 근거는 그들이 교육을 받게 되면 자신의 운명에 대하여 불행을 느끼게 되고, 그들을 다루기 어렵게 하는 선동적인 팸플릿, 사악한 책들, 기독교에 반대하는 출판물을 읽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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