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는 많을수록 신나지만 현실에서는 질색하며 피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갈등이다. 갈등은 힘들다. 갈등은 모든걸 엉망진창으로 망쳐놓는다. 갈등은 예측 불가능하다. - P15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라면 문제가 다르다. 독자 입장에 서면 우리는 책을 움켜쥐고 온갖 곤경과 중상모략을 만끽하며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 P15
실생활에서는 피하려고 애쓰지만, 픽션에서는 넘칠수록 더 원하게되는 게 갈등이라니. 뭔가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이런 아이러니가 꽤 일리가 있다. 책은 인간의 ‘투쟁-도피 fight or flight‘ 본능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다. - P15
. 우리는 캐릭터가 느끼는 공포와 분노와 혼란을 똑같이 느끼며 그들의 경험을 동일시하고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 실제 경험을 통해 불확실성과 두려움의 고통이라든가 완전한 열패감이 무슨 느낌인지를 현실에서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 P16
. 독자가 바라는 결말은 단연 후자로, 주인공이 고난을 버텨주길 바란다. 현실의 삶과 소설은 아주 중요한 한 가지 지점에서 수렴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든 소설에서든 성취에는 극도의 희열이 동반된다. 현실 속의 우리나, 소설 속의 캐릭터나 가장 필요로 했던어떤 것을 기어코 얻어내 의기양양해지는 순간은 무엇과도 견줄 수가 없다. - P16
따라서 현실을 사는 우리는 역경을 좋아하지 않고 대개 피하려 노력하지만, 사실 그것을 극복하는 행위는 우리를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 P16
외적 갈등은 캐릭터가자신의 세계를 면밀히 살피고 선택을 하며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행동을 취하게끔 만드는 일종의 장애물을 공급함으로써 플롯을 앞으로 진행시킨다. 내적 갈등은 캐릭터의 내면에서 일어나며 캐릭터가 공포와 신념과 필요와 가치놔 욕망 사이에서 심리적인 줄다리기를 하게 만든다 - P16
캐릭터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 두려움을 무릅쓰고 벼랑 끝으로 올라섬으로써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후퇴하고 말까? 독자는 이 지점에서 이야기에 감응한다. 갖은갈등과 고난을 맞이한 캐릭터가 투쟁해나가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감정적인 울림을 던진다. - P17
갈등은 캐릭터를 한계까지 밀어붙여 가장 절실하고 절망적인 순간에 그의 진면목(윤리와 가치와 신념)을 드러낸다. 성공과 실패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야기의 출발점에서 보았던 캐릭터의 모습과 이야기의 끝에 나타나는 캐릭터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 P17
2016년, 버몬트대학교와 애들레이드대학교는 야심만만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Project Gutenberg‘에 모아놓은 소설1,737편의 감정호emotional arc"를 분석한 후 작품들이 총 몇 개의 내러티브 플롯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정답은 몇 개였을까? 바로 6개였다. - P18
스토리텔링의 범주에 몇 가지 이상의 플롯이 솓해여 하는가를 논의하는 이론은 넘쳐난다. 그러므로 핵심 플롯에 대한 연구는 이것이 최초도 아니고 당연히 마지막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 P20
갈등이 이야기의 핵심이라는 주장은 꽤 대담한 주장일 수 있다. 갈등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각각의 이야기에 고유성을 부여하는 데 ‘캐릭터‘ 또한 막대한 역할을 수행한다. 캐릭터는 성격, 배경이 되는 내용 back story, 욕망, 필요 등을 통해 끝없이 재창조가 가능하다. - P20
스토리텔링에 관한 한 갈등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위대한 이야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핑핑 돌아가는 장애물, 방해, 난제를 제시해야 한다. 각 이야기의 순간순간은 도입하는 문제로 인해 참신해진다. 그렇다고 갈등을 닥치는 대로 던져 넣거나 구조가 결여되어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 P20
그뿐 아니라 각 이야기는 중심 갈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플롯형식의 수가 제한되어 있듯, 갈등을 위한 기존의 문학 형식도 정해진 몇 가지가 있다. - P21
캐릭터 vs 캐릭터
주인공의 의지가 다른 캐릭터의 의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유형이다. 둘 사이는 맞수(영화 <피구의 제왕Dodgeball: A True Underdog Story〉의 체육관 주인 피터와 화이트 굿맨), 경쟁자(영화 <게임 나이트 Game Night>의 인물들 혹은 상반되는 욕구나 욕망이나 의제를 지닌 적수(영화 <다이 하드Die Hard>의 한스 그루버와 존 맥클레인)일 수도 있다. - P21
캐릭터 vs 사회
이 이야기의 특징은 캐릭터가 사회나 세계 내의 강력한 행위자에 대항해 맞장을 뜨다가 극복하기 힘들어 보이는 난제를 만난다는 것이다. 영화 <쓰리 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에 나오는 주인공 밀드레그 헤이스는 살해당한 자신의 딸과 관련된 정의를 실현하기 위햐 경찰과 대립한다. - P22
캐릭터 vs 테크놀로지
캐릭터와 테크놀로지 혹은 캐릭터와 기계가 대립하는 경우다. 터미네이터와 대적하는 사라 코너나 매트릭스와 전투를 벌이는 네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 P22
캐릭터 vs 초자연적 존재
캐릭터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바깥에 존재하는 적을 마주하는 갈등상황이다.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닥터 슬립 Doctor Sleep>에서 초자연적이거나 주술적인 힘에 맞서는 대니 토렌스 <고스트라이더Ghost Rider>에서 귀신에게 홀리는 자니 블레이즈가 이러한 사례에 해당되는 캐릭터다. - P22
캐릭터 vs 자아
갈등의 모든 형식 중에서 가장 사적이고 가장 강력한 갈등이 캐릭터와 자아 간의 갈등이다. 이 갈등에서 마찰은 캐릭터의 신념 체계 내부에서 발생한다. - P23
또 다른 사례는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덱스터Dexter>의 주인공 덱스터 모건이다. 텍스터는 다른 살인자를 죽여 윤리적 행동수칙을 따르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 즉 소시오패스다. 그는 이중생활을 영위한다. 경찰을 위해 유능한 혈흔 분석가로 일하는 동시에 살인 충동과 사적 제재에 흠뻑 빠진 인간이라는 뜻이다. - P23
갈등은 투쟁이다
모든 충돌은 대립하는 두 세력 간의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떤 시나리오는 갈등은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 사이 그 어딘가에 있다. 외적 갈등은 캐릭터가 외부 세계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장애물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며 내적 갈등은 캐릭터의 감정과 신념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갈등이다. - P24
가령 어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은 사랑이 필요하지만, 자신이 사랑을 할 만한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연애 상대를 욕망한다. 과거의 나쁜 경험 때문에 거부당할까봐 겁내면서도 말이다. - P24
주인공은 이러한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까? 자신의 필요와 욕망에 귀를 기울일까, 아니면 공포와 부정적인 생각에 귀를 기울일까? 게다가 결정과정이 뭔가 다른 문제(가령 나이 차이가 크다거나 남자가 여자가 다니는 직장의 상사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면? - P25
각각의 외부 상황은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행동하기 전에 내적 평가와 저울질을 하게 만들 것이고, 의미있는 갈등은 캐릭터의 신념체계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갈등은 이렇듯 캐릭터를 ‘내적으로‘ 형성해내는 힘을 갖고 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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