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그렇다, 그 버드가 힘찬 날갯짓과 더불어 돌아왔다. 지구상의 모든 장소에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팀북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러 그 위대한 새의 그림자를 목격하고 환호성을 지르리라. 그리고 세계는 다시금 새로운 햇빛으로 가득차리라.

때는 1963년, 사람들이 버드 찰리 파커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들은 지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다. - P53

그러나 그로부터 팔 년이 지난 1963년 여름, 찰리 파커가다시 알토색소폰을 들고, 뉴욕 근교의 스튜디오에서 앨범 한장분의 녹음을 마쳤다. 앨범의 타이틀은 ‘찰리 파커 플레이스보사노바‘! - P54

이것은 내가 대학생 무렵 쓴 글의 첫머리다. - P54

물론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라는 음반은 실재하지 않는다. 찰리 파커는 1955년 3월 12일 사망했고, 보사노바가 스탄게츠 등의 연주를 통해 미국에서 히트한 것은 1962년이다. - P55

 내 입으로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세부까지 공들여 그럴듯하게 지어낸, 어찌 보면 열정 가득한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끝에 가서는 이 음반이 정말로 존재하진 않을까 나 자신마저 믿고 싶어졌을 정도다. - P55

편집장은 자신을 깜빡 속인 것을 두고 잠깐 쓴소리를 하긴 했지만(사실은 속인 게 아니라 자세한 설명을 생략했을 뿐이지만),
비록 대부분 비판적일지언정 게재 기사에 대해 나름대로 반응을얻은 것이 내심 기쁜 모양이었다ㅡ - P56

 하지만 글이 표현하고자 한 음악의 이미지는 대충 파악했으리라 짐작한다. 물론 그 음악은 실재하지 않지만, 혹은 실재하지 않을 터이지만. - P60

시간이 나서 숙박중인 호텔근처를 산책하다가 이스트 14번지에 있는 작은 중고 레코드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 찰리 파커 코너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웬걸, ‘Charlie Parker Plays Bossa Nova‘라는 타이틀의 레코드였다. 개인이 만든 해적판 같은 레코드였다. 흰색 재킷에 그림도사진도 없이 검은 글씨로 제목만 무뚝뚝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 P61

 놀랍게도 곡명과 연주자명단 모두 내가 학창 시절 혼자서 지어냈던 것과 한 치도 다르지않았다. 딱 두 곡에서 카를 루스 조빙 대신 행크 존스가 피아노를 맡았다. - P61

나는 새삼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정말로 뉴욕일까? 틀림없이 뉴욕의 다운타운이었다.  - P62

레코드에는 35 달러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어떻게 할지한참 고민했다. 결국 레코드를 사지 않고 가게를 나왔다. 어차피누군가의 실없는 장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구 별난 사람이 내가 쓴 글의 내용대로 있지도 않은 레코드를 그럴싸하게꾸며낸 것이다. - P62

 역시 그레코드를 샀어야 했다. 설령 의미 없는 가짜라 해도, 상당히 과한 가격이라 해도, 일단은 손에 넣고 봤어야 했다. 이리저리 꼬여온 내 인생의기이하고 야릇한 기념품 삼아서. 나는 그길로 다시 14번지로 향했다. 발길을 서둘렀지만 레코드가게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 P63

이튿날 오전 다시 한번 가게를 찾아가봤다. 올이 풀린 라운드넥 스웨터를 입고 머리숱이 별로 없는 중년 남자가 계산대에 앉아 신문 스포츠면을 읽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 P63

찰리 파커 코너를 찾아봤지만, 내가 찾는 레코드는 없었다. 어제 분명히 이 코너에 레코드를 돌려놨는데. 하릴없이 재즈 섹션에 있는 모든 박스를 뒤져봤다. 어디 다른 데로 끼어들어갔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 레코드는 보이지 않았다. - P63

"어떤 레코드요?" 그는 <뉴욕 타임스>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Charlie Parker Plays Bossa Nova>" 내가 말했다.
남자가 신문을 내려놓고, 가느다란 철테 돋보기안경을 벗고천천히 내 쪽을 돌아보았다. "미안한데, 다시 한번 말해줄래요?"
나는 되풀이했다. 남자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작게 가로저었다. "그런 레코드는 없어요. - P64

"그걸 우리 가게에서 봤다고요?"
"그래요. 어제 오후에 여기서요." 나는 그 레코드에 대해 설명했다. 어떤 재킷에, 어떤 곡이 들어 있었는지. 그리고 35달러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는 것도
"아마뭘 착각하셨겠죠. 그런 레코드는 우리 가게에 없어요.
재즈 레코드를 매입하고 값을 매기는 작업은 나 혼자 하니까, 그런 걸 봤다면 기억하기 싫어도 기억날걸요."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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