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피해액은 총 십억 엔이 넘었고, 피해자의 대부분은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노령자였다. 소중한 노후자금을 송두리째날리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쳤다. 그들이 정말 안됐긴 하지만, 아마 돌이키긴 힘들 것이다. - P175
이 세상에는 사기꾼이 끊이지 않고, 사기에 걸려드는 사람 또한 끊이지 않는다. 텔레비전에서 패널들이 뭐라고 설명하건, 누구를 비판하고, 그것은 조수간만의 차처럼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어쩔 건데?" 뉴스가 끝나자 아내가 내게 물었다. - P175
"하지만 저 사람, 당신 친구잖아?" "가끔 만나서 음악 얘기를 했을 뿐이야. 다른 건 하나도 몰라.‘ "투자 얘기를 꺼내거나 한 적은 없었어?"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 P176
그리고 그런 그녀의 특수한 흡인력과 젊은 남편의 모델급 외모가 하나로 합쳐지면, 어쩌면 많은 일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 합성물에 거역하지 못하고 끌려들어갈지도 모른다. - P176
그렇게 F* 또한 내 앞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녀가어디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구치소에 있는지, 교도소에갔는지, 혹은 보석으로 풀려나 집에 돌아왔는지, 전혀 알 길이없다. 재판에 회부되었다는 기사는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 - P177
<사육제>의 새로운 음반도 여전히 사모으고 있다. 그리고 노트에 채점을 매긴다. 수많은 신보가 나왔지만 나의 베스트는 지금도 변함없이 루빈스타인이다. - P178
스무 살 가을이 끝나갈 무렵, 나는 그 수려하지 않은 외모의여자애와 딱 한 번 데이트하고, 해질녘 공원을 함께 산책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아트 페퍼의 알토색소폰이 때때로 얼마나 근사하게 삐걱거리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어쩌다음이 흐트러져서나는 소리가 아니라 그에게는 하나의 중요한 심적 상황의 표현이라고 (그렇다, ‘심적 상황의 표현‘이라고 나는 그때 실제로 말했다). - P181
하지만 그 기억들은 어느 날, 아마도멀고 긴 통로를 지나,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온다. 그리고 내 마음을 신기할 정도로 강하게 뒤흔든다. 숲의 나뭇잎을 휘감아올리고, 억새밭을 한꺼번에 눕혀버리고, 집집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지나가는 가을 끄트머리의 밤바람처럼.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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