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들은 어떻게 세상 만물을 만드는 걸까? 이런 질문을 탐구하는 물리 분야를 ‘응집물리‘라고 한다. 원자들이 결합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 만나야 한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둘러싼 전자들로 되어 있으니, 서로 가까워지면 우선 만나게 되는 것은 전자다. 따라서 결합의 주인공은 전자다. - P197
전자들은 어떻게 원자들을 한데 묶을까?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의 3차원 구조에 따라 다양한 답이 있다. 물리학자들은 단순한 상황부터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디테일보다 본질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 P199
얼핏 생각하면 전자들은 이웃 원자의 전자들과 몸을 맞대고 찌그러져 있을 것 같지만 양자역학은 우리의 예상이 틀렸음을보여준다. 각 껍질의 전자들은 마치 안개같이 고체 전체에 스며들듯이 퍼지게 된다. 이게 무슨 말일까? - P199
이런 전자의 상태를 ‘띠band‘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띠는 물질을 이루는 원자 전체가 만들어낸 가상의 구조물이드. 죽어고 결정으로 된 물질은 이웃항 구 원자를 접착지로 붙이는 방식으로만 되어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 P200
물질에 전기장을 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즉, 물질의 한쪽에는 전원의 양극, 다른 쪽에는 음극을 연결하는 것이다. 원자핵은양(+)전하니까 음극으로 끌려가고, 전자는 음(-)전하니까 양극으로끌려갈 거다. 하지만 이들은 원자라는 물질의 최소단위를 형성하고 있다. - P200
하나는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물질이다. 원자핵과 전자가 각각 음극과 양극으로 끌려가기는 하지만 자기 위치에서 조금 벗어나는 정도로만 끌려간다. 그 움직임은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런 물질을 ‘부도체라고 부른다. - P201
아니, 원자를 이루는 전자가 어떻게 원자를 벗어나 물질 내부를 물 흐르듯 움직일 수 있을까? 금속이 보여주는 익숙한 현상이지만 물리학자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물질을 ‘도체라고 부른다. - P201
그렇다면 앞서 설명했듯이, 모든 원자들이 만든 총체적 구조, 즉띠에 놓인 전자가 전류를 만드는 것이 틀림없다. 이걸로 충분한 답이 되었을까? 아니다. 그렇다면 부도체는 왜 존재하나? 여기도 띠에 존재하는 전자가 있다. 띠에도 추가적인 속성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 P201
도체의 띠를 ‘전도띠 conduction band‘. 부도체의 띠를 ‘원자가띠valence band‘라고 부른다. 띠가 갖는 이런 추가적인 속성은 양자역학이 결정한다. - P202
전류가 흐르는 동안 도체 내의 전자는 금속 내부를 마음대로 휘젓고다닌다. 물질이 원자들로 빽빽이 들어차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놀라운 사실이다. 이렇게 자유로이 흐르는 전자를 ‘자유전자‘ 라 부른다. 자유전자는 모든 원자들이 만든 총체적 구조를 타고 흐른다. - P202
도체에 따라 증가비율은 같지 않은데, 그 비를 전기전도도라 부른다. 전도도가 클수록 전기가 잘 통한다고 보면 된다. 전도도의 역수를 ‘저항이라고 부르는데, 저항이 작아야 전기가 잘 통한다. - P203
지난 100여 년간 응집물리의역사는 바로 이 저항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었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전기저항 관련 연구만 추려봐도 트랜지스터(1956년), 초전도이론(1972년), 터널링(1973년), 고체물성이론(1977년), 양자홀효과(1985년, 1998년), 고온초전도 (1987년), 거대자기저항(2007년), 그래핀(2010년), 위상상전이 (2016년) 등이 있다. - P203
전도띠의 시각에서는 저항이 왜 있는지가 의문일 수밖에 없다. 앞에서 띠에 대해 설명할 때 중요한 가정이 있었다. 바로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원자라는 규칙적인 방해물이 있을 때,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이 운동할 수 있다. 양자역학이 말해주는 기괴한 결과다. - P201
. 사실 이부분은 전공자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양자역학의 세상에서는 일정 간격으로 놓인 장애물은 없는 거나 같다. - P204
고체에 불순물이 없어도 온도가 높아지면 저항이 커진다. 온도가 높아지면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이 더 격렬하게 요동치는데, 이는 원자들의 규칙적인 구조가 더많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04
그런데 1911년 이상한 현상이 발견된다. 불순물이 들어 있는 도체의 온도를 절대 0도로 낮추는 실험에서 온도가 0도에 이르기도 전에 도체의 저항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초전도라 부르는 현상으로 이후 1950년대에 가서야 그 이유가 설명된다. 1986년에는 아주 높은 온도에서도 특정 물질의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견된다. - P205
이것은 기존의 초전도 이론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데, 이를 고온초전도라 부른다. 이 현상의 발견자들에게는 1987년노벨물리학상이 주어졌지만, 아직 이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는 이론은 없다. - P205
영화 <엑스 마키나>에서는 인간의 육체를 가진 인공지능로봇 에바가 인간 남성 칼렙을 유혹한다. <엑스마키나>는 인공지능이 인간이나는 흔한 질문을 이성 간 연모의 감정과 복잡하게 뒤섞어놓았다. - P207
2014년 러시아 연구진이 만든 인공지능 ‘유진 구스트만‘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필자도 유진 구스트만과 인터넷으로 10분 정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처음 5분간은 대충 인간이라믿을 만했다. 하지만 어려운 질문을 던지면 "저 같은 어린아이에게그런 질문은 하지 마세요"라며 말을 돌린다. - P208
인공지능이 분야에 따라 인간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모두 인정하는 바다. 컴퓨터보다 더하기를 더 빨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구글보다 검색을 더 빨리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 P208
이제 컴퓨터가 생각하거나 판단한다는 것은 0 또는 1로 된 일련의 수열을 역시 0 또는 1로 된 다른 수열로 바꾸는 거다. 튜링은모든 수학적인 연산 과정을 0 또는 1로 된 수열의 조작으로 구현할수 있음을 증명했다. 여기서 조작이란 한 번에 하나의 비트를 읽어서 수행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격한 문법이 필요하다. - P209
반면, 인간의 뇌는 뉴런이라는 세포들의 집합체다. 뉴런은 전기신호를 입력받아 다시 전기신호로 출력하는 역할을 한다. 입력은 수천에서 수만 개의 다른 뉴런으로부터 들어온다. 들어온 전기신호가 누적되어 어느 임계값을 넘으면 외부로 전기신호를 내보낸다. 이게 하나의 뉴런이 하는 일의 전부다. - P210
시냅스의 특징은 그 세기가 변할 수 있다는 거다. 당신 손아귀의 힘이 세다면 약하게 손을 쥐어도 옆 사람에게 신호가 쉽게 전달될 것이다. 손에 힘이 하나도 없다면 쥐어도 옆사람이 모를 거다. - P210
학습 과정에서 어느 시냅스가 어떻게 강화되는지 알 필요 없다. 사실 알기도 힘들다. 우리가 사용하는 인공지능의 원리도 이와 같다. 신경망회로의 노드라 불리는것들 사이의 결합강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학습이다. - P211
컴퓨터와 달리 여기에는 논리적 문법이 없다. 그냥 무수한 반복학습을 통해 입력과 출력이 연결되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인간이 만든 신경망회로도 인간의 뇌 못지않은 직관을 가진다는 것을 ‘알파고-이세돌‘ 시합은 보여주었다. 어차피 인간의 뇌도 적당한 ‘입력-출력‘이 연결되도록 하는 장치일 뿐이다. - P211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는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가질 수 있을까, 기계가 우리를 지배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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