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중 한 권을 다 읽었다.
다음에 무슨 책을 읽을 지 생각해봐야겠다.

<빌트>는 독일의 발행 부수일둥 신문이다. 무려 400만 부를 찍는다. 슈프링어 그룹의 독일 신문시장 점유율은 30퍼센트에 육박한다. 그런데 2005년 8월 슈프링어 그룹이 채널 둘을 운영하는 독일 민간 방송사인 프로지벤/자트아인스(PR07/5AT1)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P297
다. 소위 ‘여론 독과점‘의 위험성에 대해 치열한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독일 연방 정부는 언론 미디어 시장의 경제력 집중이 여론 조작의 위험을 야기한다는 비판 여론을 받아들여 신문 재벌 슈프링어의 방송사 교차 소유를 무산시켰다. - P297
. 언론기관으로서 높은 권위와 명성을 누리는 것은 다른 신문들이다. 매우 품격 있는 중도 자유주의 성향의 <쥐트도이체 차이퉁(Suddcutsche Zeitung)〉, 중후한 보수 성향의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그리고 진보 성향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가 그런 신문들이다. - P298
발행 부수가 이 신문들 못지않은 수많은 지방신문까지 고려하면, 아무리 발행 부수 400만을 자랑하는 《빌드》라고 해도 독일 여론 시장을 제멋대로 좌지우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독일 연방 정부는 슈프링어 그룹의 방송 종합편성 사업진출을 허가하지 않았다. - P298
처음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읽었을 때를 생각해본다. 주인공이 기자를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에서 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 P298
그런데 당시 대한민국은 정부 그 자체가 극우적이었다. 공보처리는 정부 기관과 국가안전기획부라는 공안 기관이 모든 신문사와 방송사에 ‘보도지침‘이라는 것을 내려 보냈다. 이 지침은 보도해야 할 것과 보도하지 말아야 할 것, 크게 보도할 것과 작게 처리할 것을 친절히 준류해주었다. - P298
뷜에게는 《빌트》라는 신문이 문제였지만 우리에게는 국가권력과 언론 그 자체가 통째로 문제였다. 죄 없는 카타리나 블룸은 <차이퉁>이라는 신문 때문에 좌익의 조종을 받는 ‘강도의 정부‘가 되었지만, 헌법이 보장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실제로 갖고 싶어서 정부에 대항했던 우리들은 정부와 언론 전체에 의해 ‘북괴의 배후 조종을 받는 친북 좌익 세력‘으로 만들어졌다. - P299
발행 부수일등부터 삼둥까지가 모두 <빌트>와같은 신문인 나라. 그리고 그 밖에 또 여러 개의 작은 <빌트>가 있는 나라 <빌트>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면 신문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나라, 그게 대한민국이다. - P299
그런데 퇴임한 지 15개월밖에 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은 카타리나 블룸과 똑같은 상황에 봉착하자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죽이는 길을 선택했다. 검찰 조사실에서 오간 대화가 교묘하게 왜곡된 형태로 특정 신문을 통해 중계되듯 보도되고, 문제가 된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사항들이 훌러나와 ‘피의자‘를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가운데, 가족과 친지, 친구 등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어간 그 모든 일들은 35년 전 독일에서 나온 이 소설에서 뵐이 묘사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 P300
만약 슈프링어 재벌이 <빌트>와 같은 신문뿐만 아니라 방송사도 가지게 되었다고, 그래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차이퉁>의 보도 행태를 계속한다고 가정해보라. 무슨 일이 더 벌어질 것인가. - P301
그 모든 것들이 ‘어느 정도‘ 진실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우리들은 남의 머리가 생각한 것을 내 머리로 생각한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카타리나 블룸은 잃어버린 명예를 영원히 되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 P301
카타리나 블룸이 묻는다. "그대는 신문 헤드라인을 진심이라고 말습니까?"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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