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손님을 내려준 택시가 빈 차로 나가야 하는 구조여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앞을 빈 택시가 획획 지나쳐 갔다. - P91
시나가와 역 관리자들은 그런 상황을 방치하고 역 지하에 자기부상열차가 통과하는 거대한 터널공사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택시 정류장을 개선하면 승객도 편리하고 효율성 증가로 택시 회사의 수익도 증가하겠지만, 이런 사소한 것은 자본의 측면에서보면 별로 알 바가 아닌 모양이다. - P91
실은 ‘유용성‘과 ‘가치‘, 이 둘의 이중성 또는 대립은 『자본론』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 P92
특별히 기억해야 할 부분은 자본제사회의 정의다. 자본제 사회는 물질대사 대부분이 상품의 생산, 유통유통은 곧 교환을 의미한다), 소비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다. (중략) 마르크스 자본주의관의 핵심을 『자본론』을 통해 추출한 내 나름의 해석이다. - P92
그런데 상품경제가 발달하면서 그때까지는 가정이나 공동체에서 함께 소비하기 위해 만들던 농작물도 공동체 외부에 판매할 목적으로 만들게 된다. - P93
또한 산업혁명을 시발점으로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팔아 생계를 꾸리고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생활양식이 일반화된다. (중략) 이것이 산업혁명이 만들어낸사회다. - P93
그런데 상품경제가 발달하면서 처음에는 주변부에 존재하던 상품이 점점 중요해지고,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취하는 물질대사가 상품에 의존하는 비율이 점점 커졌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상품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 P93
그것은 바로 노동력과 토지다. 마르크스는 이 두 가지가 상품화되었을 때 그 사회는 자본제 사회가 된다고 간주했다. - P94
‘노동력의 상품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에 대해 마르크스는 빈정거리는 어투로 ‘이중의 의미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바로 노동력을 상품화한 노동자라고 말한다. - P94
즉 노동자는 독자적인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이를 바꿔 말하면 생산수단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표현할 수 있다. - P95
또 하나는 신분적 속박에서의 자유다.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는 기본적으로 신분적 속박과 토지에 대한 속박이 직능과 연관되어 한 몸을 이루었다. - P95
자본주의가 성립하려면 ‘자유로운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 - P95
『자본론』에서는 이를 프롤레타리아의 원초적 상태라고 표현한다. - P95
다음으로 ‘토지의 상품화‘에 관해 생각해보자. 전근대, 봉건제 시대에 토지는 유동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신분제가 있었으며, 토지를 자유롭게 매매할 수도 없었다. - P95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인 우치다 다쓰루[内田樹]는 교육이 황폐해진 가장 큰 원인은 교육의 상품화, 대학의 시장화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우리는 하이퍼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것을 상품으로 간주하며, 교육 또한 예외가 아니다. - P96
그런데 교육을 상품으로 취급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교육을 상품으로 취급하면 모순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내고 획득하는 것이기에, 상품은 입수한 순간부터 어떤 도움이 되어야 한다. 유용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P96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렸을 때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 그때는 흘려들었는데 지금에야 그 말씀의 뜻을 알겠네." 때로는 그 뜻을 평생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 P97
이 폐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좋지 않은 수업 태도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자신들이 곧 고객이니, 수업 태도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며 교사를 상점 주인 대하듯 구는 것이다. - P97
소비자는 수동적이다. 소비자의 태도를 가진 학생은 대부분지루한 표정으로 수업에 임한다. 아마도 인생이 지루한 것일 테다. 그들은 스스로 재미있는 것을 찾아서 배우자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재미있고 신나는 게 굴러와 자신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고 여긴다. - P97
이것이 소비자가 된 학생의 모습이다. 그들에게 교육 상품을 판매하는 대학은 어떨까? - P98
근래 들어 대학들이 만드는 카탈로그를 보면 아파트 분양 광고보다 더 화려한 것 같다. 우리 대학에 오면 이렇게 멋지고 낭만적인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다는 식이다. - P97
과대광고를 하며 학생을 끌어모아고객님은 신과 같은 존재이니(일본에는 고객은 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옮긴이) 잘해드려야 한다며 대접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을 상대로 가르칠 수는 없다. - P97
이러한 경향은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에도 퍼져 있다. 학력은자꾸만 저하되고,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이릌바 ‘학급 붕괴‘ 현상마저 나타난다. - P98
한때는 유토리 교육(여유 교육)이라고 해서 교과서 분량을 줄인 적도 있다.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해서 실패했으니 최소한의기준을 마련하고 그 대신 그 내용은 확실하게 학습시키자는 취지였다. 그런대로 일리 있는 생각이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고, 그러자 다시 교과서 분량을 늘리는 쪽으로 되돌아갔다. - P99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화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도 점점 상품화하는 속성이 있다. 왜 그럴까? - P99
자본은 무조건 늘어나는 것, 오로지 양적으로 증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잘 살게되는 것은 자본의 목적이 아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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