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도 안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만은 유독 첫 번째 장을 읽고 넘어가질 못 한다.


우리는 면역학적 기술에 힘입어이미 그 시대를 졸업했다. 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때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 P11

지난 세기는 면역학적 시대였다. 즉 안과 밖, 친구와 적,
나와 남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이 그어진 시대였던 것이다. - P12

생물학적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전 사회를 장악한 이러한 면역학적 장치의 본질 속에는 어떤 맹목성이 있다. 낯선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면역 방어의 대상은 타자성 자체이다. - P12

 그러나 면역학적 담론이 유행한다고 해서 오늘날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면역학적으로 조직되어 있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 P13

이 새로운 구도는 이질성 Andersheit과 타자성 Fremdheit의소멸을 두드러진 특징으로 한다. 이질성은 면역학의 근본 범주이다. 모든 면역 반응은 이질성에 대한 반응인 것이다. - P13

면역학적 차원에서 차이란 같은것 das Gleiche²이나 마찬가지다. 차이에는 말하자면 격렬한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가시가 빠져 있다.  - P13

(중략), 여행하는 관광객의 향유 대상이 된다. 관광객, 또는 소비자는 더 이상 면역학적 주체가 아니다. - P14

하지만 어떤 적절한 해석 범주를 통해 특수한 부문별 언어들을 횡단하여 단일한 의미 지평과의 연관 속에서이 사건들을 고찰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 책의 제목 면역성. 삶의 보호와 부정』)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나는 ‘면역화를 이러한 범주로 설정할 것이다. - P14

이른바
"이민자들조차 오늘날에는 현실적 위험으로서 두려움을 느껴야 할 그런 강한 의미의 이방인, 또는 면역학적 타자라고 할수 없다. 이민자나 난민은 위협이라기보다는 짐스러운 존재로 여겨질 뿐이다. - P15

면역학적 패러다임은 세계화 과정과 양립하기 어렵다.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이질성은 탈경계 과정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 P15

문화이론적 담론뿐만 아니라 오늘의 생활감정 자체까지도 지배하고 있는 혼성화 경향 역시 면역화와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 P16

21세기의 신경성 질환들 역시 그 나름의 변증법을 따르고 있지만, 그것은 부정성의 변증법이 아니라 긍정성의 변증법이다. 그러한 질환은 긍정성의 과잉에서 비롯된 병리적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17

보드리야르의 다음과 같은 진술은 바로 이러한 긍정성의 폭력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것에 의존하여 사는 자는 같은 것으로 인해 죽는다."⁴ - P17

그러나 보드리야르는 같은 것의 전체주의를 면역학적 관점에서 서술함으로써 이론적 약점을 드러낸다. "면역, 항체, 이식, 담이 그토록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궁핍한 시대에 사람들은 흡수와 동화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과잉의 시대에 이르면 문제는 거부와 배척이 된다. 보편화돤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과잉은 인류 전체의 저항럭을 쩔어트릴 위험으로 작용한다."⁵ - P18

그것은 또한 면역학적 내부 공간을 전제하는 배제도 아니다. 반면 면역학적 배척은 양적인 문제와 무관하게 일어난다. - P18

 스스로의 내부를 지닌면역학적 주체는 아주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이질적인 것에 저항하고 그것을 밖으로 밀어낸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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