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한글을 보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글이 아주 특이하고 예뻐 보인다고 한다. 우리말은 용언이나 서술격조사에서 어미의 활용이 복잡하고, 조사의 사용법이 민감하여 외국인이 배우기에 그리 쉽지 않은 언어다. - P42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은 수강하는 전공과목을 영어로 된 교재로 배울 뿐만 아니라 수학을 영어로 쓰는 훈련을 받는다. - P43
첫째, 우리말에서는 명사, 대명사, 수사 등 체언을 수식하는관형사, 관형구(절)나 동사, 형용사 등 용언을 수식하는 부사, 부사구(절)와 같은 모든 수식어가 수식할 대상(피수식어)의 ‘앞에만‘ 오기 때문이다. - P43
수학적 서술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정리라고 불리는 갈루아정리 Galois Theorem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내용이 어려우므로 구체적인 의미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다).
"2개의 부분적 순서관계를 갖는 집합들의 모둠 사이에"
여기서 부분적 순서관계가 2개라는 것인지 모둠이 2개라는 것인지 문장만 봐서는 구별되지 않는다. - P44
이번에는 수학 문제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다음은 ‘2022년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1번 문제에서 마지막 문장이다.
"초기의 배열이 어떤 것이더라도, 작업 과정의 어떤 순간에는 가장 왼쪽의 개의 동전이 모두 같은 종류가 되도록 하는 순서쌍 (n, k), 1<k<2n을 모두 구하여라."
문장이 길고 어려워서 독자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 P44
둘째, 영어에서는 부정관사와 정관사를 쓰므로 문장에 나오는 명사가 어떤 특정한 것인지 불특정한 것인지를 구별하기 쉽지만, 우리말에는 그런 구별이 없기 때문이다. - P45
셋째, 우리말은 문장이 길어지면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말에서는 서술어가 문장의 가장 뒤에 나오므로 의문문인지 평서문인지, 긍정문인지 부정문인지 등을 문장을 다 읽고나서야 알 수 있다. - P46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영어에서는 문장에 ‘주어+서술어‘로 시작하는 기본적인 틀이 있는 반면, 우리말에서는 서술어가 문장의 맨 뒤에서 나오므로 주어를 생략하거나 주어와 잘맞지 않는 서술어가 등장하기 쉽다. - P47
넷째, 우리말의 부정문 사용법이 어려운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에게 어떤 명제의 ‘부정명제‘를 써보라고 하면 ‘어떤‘과 ‘모든‘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예를 하나들어보자. "세 문제를 받았는데 다 풀지 못했어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 P47
"철수처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이라는 문장에서도 철수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뜻인지 그 반대라는 뜻인지알 수가 없다. "철수는 영희같이 체력이 좋지않다"라는 말에서도 영희가 체력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잘 구별되지 않는다. - P48
끝으로 이것은 사소한 부분이어서 다섯 번째로 분류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우리말에서는 문장에서 비교되는 것(또는 인용되는 것)의 ‘동격‘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으나 영어에서는 그런 편이다. - P49
국립국어원은 10년쯤 전에 갑자기 수학에서 자주 쓰는 표현인 ‘최대값, 최소값의 표기를 ‘최댓값, 최솟값‘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발표하여 수학 교과서, 참고서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수학자들의 반발을 크게 샀다.*
*대푯값에서 ‘푯‘이라는 글씨는 이전에 써본 적도 없는 글씨인 데댜 칠판에 이 글씨를 써 보면 벌레같이 보인다. - P50
교과서 집필 시에는 물론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출제 등에서 수학자들은 두 개의 파로 나뉜다.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만족시키는 ~를 구하시오"와 같은문장에서 ‘만족하다‘가 맞다는 파와 ‘만족시키다‘가 맞다는 파가있다. - P51
숫자 읽는 법도 한자어 때문에 혼란스럽다. (중략) 그때 발표자는 535명을 ‘오백른다섯 명‘으로, 36506명을 ‘삼만육천오백여섯 명‘이라고 읽다. 즉, 백 단위까지는 한자어로 읽고, 십 단위부터는 고유어로 읽는다. - P52
따라서 사람들이 사소한 것이라도 정확한지 부정확한지,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것에 좀 더 관대해지기를 바란다. - P54
최근 정부에러 2023년도 6월부터 우리도 난 나니를 쓰기로 발표했다. (중략) 그런데 실은 아직도 국민 대다수가 만 나이와연 나이를 잘 구별하지 못하거나 그 차이를 굳이 따지려고 하지않는다. - P55
물론 이런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런오류가 생기는 것 자체보다는 그 일을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그래서 아무도 반성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다. - P57
나는 남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문화에 ‘지적화‘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다. 이름을 붙이면 개념을 확대재생산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 P61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우리나라보다는 지적문화가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 P61
이 영상에서 사회자가 두 어린이에게 "잔소리와 충고의 차이는 뭘까요?"라고 질문하니까 그중 한 어린이가 "잔소리는왠지 모르게 기분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라고 대답했다. - P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