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야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지. 지금 그걸 조사하고 있어. 오늘 밤 숙박객과 내일부터 예약한 손님 중에도 전과자가있었어. 근데 대부분 교통 위반이나 경범죄야. 그런 걸로 천벌을 받는다는 건 이상하지." - P66
"유족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교도소에도 안 가고 끝났으니까. 하지만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피해자도 마음이 복잡하기 마련이야. 무턱대고비난할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 졸음운전 같은 게 전형적이지. 음주운전과는 달리 일부러 사고를 낸 게 아니잖아." - P67
"아즈사 경감 팀말입니다. 사이버범죄 전문가와 상의한다고 했었는데." 글쎄, 라고 모토미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IT 쪽 얘기라면 나는 완전 먹통이야.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모토미야가 주위를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 아즈사 경감이 나는 영 어렵더라고." - P69
"모리모토 마사시가 곧 도착할 것 같아. 오후에 신주쿠 보험회사를 나와서 여태까지 상사와 함께 신주쿠 역 근처 이자카야에 있었던 모양이야. 상사와 헤어지자마자 택시를 탔어. 이쪽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는 보고야." 닛타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곧밤 11시다. "제가 프런트에서 확인하겠습니다." - P73
"모리모토 고객님, 오늘부터 스탠더드 트윈, 1인 2박으로, 찮으실까요." 네, 라고 모리모토는 표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숙박표 작성을 부탁드립니다. 닛타는 표를 모리모토 앞에 내밀었다. - P74
모친이 강도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사망했을 당시, 모리모토는 아직 중학생이었다. 한창 부모에게 반항하는 사춘기였을텐데 그 어머니가 살해되었으니 당연히 범인을 증오할 만도했다. 재판에서는 피해자 유족 전원이 사형을 희망했다는 모토미야의 얘기가 생각났다. - P75
두 개의 화면이 떠 있었다. 양쪽 다 바의 내부 영상이다. 한쪽에는 가미야 요시미, 또 한쪽에는 모리모토 마사시가 찍혀 있었다. "아즈사 경감, 이건…………." 네, 라고 아즈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팀에서 카메라를 들고 갔어요." - P77
"촬영한 동영상을 외부에 유출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수사에 쓰는 것뿐이에요. 보고서에도 남지 않는다니까요. 그보다 닛타 경감께 부탁할게 있어요." "뭡니까." "가미야 요시미의 방은 0707호실이라고 했죠? 모리모토 마사시는 몇 호실이에요?" - P78
"아니, 전혀 다르죠." 닛타는 손을 가로저었다. "실제 하우스키퍼가 청소 때 외에는 객실에 드나들지 않는 것처럼 하우스키퍼로 위장한 잠입 수사관도 무단 입실은 절대 금지예요. 그래서 마스터키는 우리 쪽에 내주지도 않았고 가져올 수도 없습니다. 호텔 측과 협의 끝에 그렇게 정한 거예요." "그걸 곧이곧대로 지키겠다고요?" - P79
"닛타 경감, 진짜 잘 아시네요. 완전히 호텔 측 사람 같아요." 닛타는 일단 아즈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똑바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천만에요. 라고 말했지요?" "제가요?" "아까 저녁때 관리관에게 그렇게 대답하던데요? 천만에요, 라고. 호텔 스태프는 그렇게 대답해서는 안 됩니다. 정확하게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라고 해야죠." - P80
바는 공공장소라서 만일 몰래 촬영하는 것을 호텔 측에 들키더라도 어떻게든 둘러댈 수는 있다. 하지만 객실에 무단으로 들어가 고객의 짐을 수색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예전 사건에서도 하우스키퍼와 함께 객실에 들어갔던 형사가 마음대로 손님의 가방을 뒤져보는 바람에 후지키에게서 엄중한 항의를 받았다. - P82
"모토미야 씨 팀은 어때요? 뭔가 알아냈습니까?" (중략) "7년 전에 과실운전치사상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남자가 있다는 거, 아까 얘기했지?" "졸음운전 말이죠?" - P83
남자 형사가 노트북을 터치하자 두 개의 영상이 동시에 움직였다. "두 개의 카메라가 같은 타이밍에 촬영했어요." 아즈사가 말했다. "즉 두 개의 동영상은 완전히 동일한 순간을 포착했다고보셔도 됩니다." - P85
"다들 아셨겠지요? 가미야 요시미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보냈고 그에 대한 답장이왔기 때문에 다시 뭔가를 입력해 송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동안에 모리모토 쪽은 움직임이 전혀 없어요. 그냥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뿐이죠. 그리고 그의 안경을 자세히 보세요. 뭔가 빛이 렌즈에 반사되고 있어요. 게다가 색깔이 계속 바뀝니다. 스마트폰 화면이 비친 것 같죠? 빛의 색깔이 휙휙 바뀌는 것은 동영상이기 때문이에요. 즉 모리모토는 동영상을 보는 중이죠. 따라서 가미야 요시미가 메시지를 주고받는 상대는 모리모토는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닛타 경감의 추리는 빗나간 것 같군요." - P88
"그나저나 그쪽 팀장에게 한 방 먹었습니다." 노세는 빙긋이 웃었다. "바에서 몰래 촬영한 거 말이지?" "벌써 얘기 들었어요? 빠르네요." "지시도 보고도 신속하게, 라는 게 우리 팀의 모토야 성가실만큼 메시지가 자꾸 들어온다니까." - P98
"원한을 가진 사람 여러명이 협력해 당사자 대신 차례차례 복수를 해준다. 그 사이에 당사자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둔다…. 참 생각도 잘했지 뭐야." 노세가 소시지를 한 손에 들고 말했다. "이번 일련의 사건에 이름을 붙인다면 어떤게 될까. 상부상조 복수 살인? 합동 천벌 살인? 아니, 아니, 그도 저도 신통치 않네. 역시 닛타 씨가 말했던 로테이션 살인이라는 게 가장 근사해." - P91
"로테이션 살인은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단지실제로 로테이션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예를들어 맨 처음 살해된건이리에 유토였고, 그에게 원한을 품은가미야 요시미는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즉 그녀 대신 모리모토나 마에지마 등이 복수를 해줬다는 얘기가 되겠죠. 그 다음에는 모리토모가 증오했던 고사카 요시히로가 살해되었는데, 그 범행 때는 가미야 요시미가 가담랬다는 건가요?" - P93
"분명 아주 두터운 신뢰관계가 있어야 비로소 이 범죄 계획이 성립되겠네. 그렇다면 배신하지 못할 어떤 시스템을 구축했는지도 모르겠다." "배신하지 못할 시스템・・・・・・ 그건 이를테면 어떤 것이죠?" - P94
하지만 그 아들의 목숨마저 사라졌다. 그 일로 다시금 증오의 불길이 타올랐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민사 소송을 하려고 했던 것도 그 일환이 아니었을까. 소송은 단념했지만 그 과정에서 범인의 신원을 알아냈다. 이름은 이리에 유토, 소년원에 송치되어 있었다. 그런 정도로 가미야 요시미는 만족했을까. 순순히 납득할수 있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닛타는 생각해보았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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