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쓴다‘는 건 과연 무엇인가? 흔히 거론하는 요건들을 나열해 보자. 우선 근사한 인물, 흥미로운 상황, 극적인장면, 치열한 갈등, 호소력 있는 대화, 주옥같은 비유, 아름다운 문장 등을 떠올린다. 그런 다음 스토리에 생명을 부여한다는 감각적 디테일을 듬뿍 가미한다. - P39

독자의 호기심을 순식간에 불러일으켜 압도적인 긴박감으로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스토리다. 단단히 홀린 독자의 세계관을 변화시키고 현실에서의 행동을 바꿀 힘이 있는 것도 스토리다. - P39

그런데 밑그림을 생각해 보기 전에 먼저, 글쓰기에 관련된 수두룩한 허구들을 반드시 타파하고 갈 필요가 있다.
(중략)
이 장에서는 ‘플롯짜기‘나 ‘무작정 쓰기‘ 기법에의존하면 왜 스토리에서 오히려 더 멀어지게 되는지, 아름다운 글은 그 자체만으로는 왜 아무 의미가 없는지 짚어 본다. - P40

 우리 뇌가 ‘명문‘을 갈구하고 독자들이 명문에 매료된다면, 과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3부작이 무려 1억 부나 팔릴 수 있었을까? - P41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그런 의문은 더 커진다. "글은 지지리도 못 썼는데,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는 식이다. - P41

그뿐인가, 여주인공이 "내 안의 여신inner goddess"이라는 말을 어찌나 자주 하는지, 아무 페이지나 펴서 그 말이 나왔을 때 술 마시는 게임을 하면 술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걸 아름다운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 P42

우리는 글을 쓸 때, 그동안 교육받은 작문의 원리에 치중하느라 이런 스토리의 힘을 보지 못한다. 아름다운 글의 힘으로 독자를 매혹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포장지를 선물로 착각하는 셈이다. - P42

초장부터 우리를 압도하는 생리적 반응

첫 번째는 바로 생리적인 이유다. 잘 만든 스토리가 가장먼저 하는 일은 우리 뇌에서 ‘이것은 스토리다‘라고 감지하는 부위를 잠재우는 것이다. - P43

 그러니 스토리에 한번 몰두하면
‘작가가 어떻게 이리도 진짜처럼 생생한 세계에 나를 빠뜨렸는가‘ 하는 것은 결코 알 수도 없고 또 알고 싶지도 않다. 우리는 그저 이 상황을 즐기고 싶고, 그 속에 빠지고 싶을 뿐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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