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독서는 좋은 것인가?
이 책이 교양을 줄 순 있지만, 직접적인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데는 부적합하니,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차라리 다른 것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만이 도출된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태초에 가장 먼저 카오스가 생겨나고, 이어 가이아, 타르타로스, 에로스가 줄줄이 태어나고 그들이 자식들을 낳으면서 세상은 온통 신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 신들의 세상에 인간들이 나타난 걸까요? - P287

최초의 인간은 황금 종족이었습니다. 크로노스가 천하를 지배하던 시기 그러니까 아마도 제우스가 크레타섬 동굴에서 숨어지낼 때, 아니면 제우스가 태어나기 이전에 생겨난 것이겠지요? - P287

낙원에 지내듯이 매일을 축제처럼 즐겁게 지냈습니다. 몸도 건강해서 노년을 비참하게 보낼 일이 없었고, 죽을 때도 마치 깊은 잠에 빠져드는것 같았다고 합니다. - P288

두 번째 인간은 은의 종족이었다고 합니다. 올림포스의 궁전에 사는 신들이 이들을 만들었다고 하니, 크로노스의 시대가 저물고 제우스가 권좌에 오른 시기에 태어난 것이겠지요. 그런데 이들은 황금 종족처럼 신들과 친하게 지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 P288

 특히 신들에게 불경스러웠는데, 제물 바치는 것을 소홀히 했다고 하네요.
제우스가 마침내 안하무인으로 제멋대로였던 은의 종족들에게 노여움을 폭발시켜 이들을 땅 위에서 감춰 버리자 가이아 여신이 그들도 받아 땅 아래로 숨겨 버렸다고 합니다. - P288

세 번째 인간은 청동 종족이었는데, 청동 무기와 농기구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청동 종족이었지만, 제우스가 이들을 직접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 P288

이들은 은의 종족보다 훨씬 더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고, 그에 따라 성품도 거칠고 난폭했습니다. 그들 사이에 적대감이 생겼고, 서로 싸우며 죽이는 잔혹함이 용맹스러움으로 찬양되기도 했습니다. 탐욕과 폭력에 물든 그들은 결국 멸망하고 말았는데, 이는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었습니다.  - P289

네 번째 인간은 영웅 종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웅은 반신반인의 존재였으니, 인간과 신 사이에서 태어났던 겁니다. 제우스가 이 영웅 종족을 만들었다는데,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 P289

그런데 왜 올림포스의 신들은 갑자기 인간들에게 매력과 욕정을 느끼고 잠자리를 같이해서 영웅 종족을 낳았을까요?
하지만 영웅 종족도 이 땅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테베와 트로이아에서 전쟁이 일어난 후 영웅 종족이 멸종되었다고 합니다. 일부는 죽고, 일부는 세상의 끝에 있는축복의 섬 엘리시온 들판으로 가서 아무 근심 없이 살고 있다고하네요.  - P290

청동 종족과 영웅 종족이 사라지자, 철의 종족이 태어났습니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인간들보다 훨씬 더 사악했고, 삶도 고통스러웠습니다. 부모에게 은혜도 갚지 않고, 폭행을 일삼으며 힘센 사람이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기 일쑤였습니다.  - P290

그런데 가만 보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바로 우리가 철의 종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도 이전 종족의 인간들처럼 신들의 저주를받아 이 땅에서 사라져 지하 세계로 삼켜져 버리진 않을까요? - P291

플라톤에 따르면, 황금을 품고사는 사람은 외부의 황금에 초연하며, 쇠와 청동을 가진 사람은 황금을 갖고 싶은 탐욕에 휩싸인다고 합니다. 저마다 마음속에 타고난 품성이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 P292

그런데 어쩌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영웅 종족의 본성도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나약한 인간으로서 명백한 한계를 품고 살지만, 그 한계 너머로 신들과도 같은 무한한 힘과 능력, 공간을 생각하고 영원한 시간과 존재도 상상할 수 있으며, 그 초월적인 열정에 몸살을 앓곤 하니까요. - P292

1부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1장

카오스,
천지 창조의 하품을 하다 - P19

 카오스가 생겨나기 전엔 아무것도없었죠. 카오스는 최초의 존재였고, 최초의 신이었습니다. 누가 그를 낳은 것도, 만든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혼자서 생겨난 겁니다.
그런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 P19

실제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카오스‘라고 부르기도 했죠. 원래 이 말은 ‘하품‘이라는 뜻에서 나왔습니다. 우리가 하품을 하면 입안이 넓게 벌어지면서 텅 비게 되지요. 바로 그런 공간을 카오스라고 불렀던 겁니다. - P19

‘태초‘라는 말도 흥미롭습니다. 그리스어로는 ‘아르케 (arkhē)‘
인데,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이렇게 정의했죠. ‘그 앞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 뒤로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너무나도 명쾌한 정의입니다. 그러니까 ‘카오스가 생겨나기 전에는 무엇이 있었나?"라고 물을 수 없습니다.  - P20

뭐라도 있어야 ‘상태‘라는 말을 쓸 수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면 ‘상태‘라는 말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요? 좀 더 쉽게 비교를 해 보죠. 내가 살고싶은 집을 짓는다고 합시다. 그러려면 일단 집을 지을 땅이 있어야겠죠. 텅 빈 터가 있어야 집을 지을 수 있을 테니까요. - P20

비슷한 논리로 그리스의 철학자 파르메니데스(Parmeniděs)는이런 말을 했습니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있는 것이며, 없는 것은 말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다." - P20

그런 점에서 보면, 그리스 신화의 첫 구절은 매우 논리적이고 과학적입니다. 신화도 다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고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니, 존재를 논하려면 먼저 존재가 자리 잡을 공간을 깔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 P21

그리스 신화는 이렇게 물을 겁니다. "신이 하늘과 땅을 만들기 전에 먼저 하늘과 땅이 자리 잡을 공간부터 펼쳐 놓아야 하지 않았을까? 태초에 신이 있었다면, 어디에 있었던 거지?" 성경은 이렇게 답했을지 모릅니다. "공간은 태초부터 그냥 있었던 거야. 마치 신이 그랬던 것처럼!" - P21

 세상에, 카오스로부터 신화를 시작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존재의 전제로서 공간을, 세상에 관한 이야기의 전제로서 카오스를놓는다는 발상 말입니다. - P22

 이런 생각만 해도 그리스 신화의 첫 구절, 기가 막힙니다. 제가 인생에서 큰 결단을 내려야만 했을 때, 제 아내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어." 지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제가 고민하던 이유는 결국 그때 제가 가지고 있던 것들을 놓지 못하고 아까워하며 집착했기 때문이었죠.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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