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동조자들은 악마였기에 최소한의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았던 걸까요? 그들의 죄의식을 마비시키는 다른 기제가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조심스럽게 편견이라는 키워드를 꺼내봅니다. - P231

자신이 편견 덩어리라고 자인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편견이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 P231

이 질문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고든 올포트의 《편견》을 어떤관점으로 읽을지 결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한데요, 우선, 우리는 이 책을 편견의 포로가 된, 어떤 문제 있는집단을 비판하기 위해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독해 방법은 나는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데, 내가 비판하는 대상은 편견에 휩싸여 있고 그래서 저들의 편견을 비판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올포트의 《편견》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합니다. - P232

《편견》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주제가 연관되어 있는 책을 동시에 교차적으로 읽어, 책 사이의 상호연관성을 통해 각각의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병렬독서‘를 시도하려 합니다. - P232

 첫번째 책은 <어느 독일인의 삶>니다.  - P232

두 번째로 병렬독서할 책인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도 미국의 언론인 밀턴 마이어 Milton Mayer가 나치 협력자를 인터뷰한 책입니다. 그는 서문에서 "나치즘이 단순히 무기력한 수백만 명 위에 군림하는 악마적인 소수의 독재가 아니라 "대중운동이라는 사실을 난생처음 깨달았다"(《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10쪽)라고 고백합니다. - P233

사회과학 책의 목차는 그저 찾아보기용이 아닙니다. 목차 자체가 메시지이자 작가가 독자에게 알려주는 독서 팁입니다. - P233

우리는 윌리엄스의 《기나긴 혁명》을 읽으면서 ‘함께 생각하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함께 생각하기‘의 실마리도 목차에 있습니다. - P234

그런데 처음 읽는 작가의 책인 경우, 아직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봉착하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하죠. 아주두꺼운 책이라면, 게다가 작가가 낯설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작가의 스타일을 익히는 것입니다. - P234

<편견》처럼 두꺼운 책을 완독하려면 최소한 달 정도의 시간은 걸릴 테니, 그동안 올포트와 ‘함께 생각하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니 마음이 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엔 책 읽는 속도가 안날 수밖에 없습니다. - P234

<편견>은 한 에피소드로 시작됩니다. "로디지아에서 한 백인트럭 운전수가 쉬고 있는 한 무리의 원주민을 지나치면서 중얼거렸다."(《편견》, 35쪽) 이게 첫 문장입니다. - P235

연이어 올포트는 다른 에피소드를 제시합니다. 폴란드인, 우크라이나인, 독일인이 서로에 대해 사용하는 혐오표현을 나열하더니, 중국인은 미국인을 악마로 생각한다는 사례를 제시한 후에 "세계 어느 지역도 집단 경멸의 태도에서 자유롭지 않다. 각자의 문화에 얽매여 있는 한 우리는 모두가 편견 덩어리에 불과하다"(《편견》, 37쪽)라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전합니다. - P235

 올포트가 편견을 정의 내리는 방식에서는 잠바티스타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통해 익힌 어원학이 생각납니다. 올포트가 비코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비코가 발전시키려고 했던 어원학적인 방법론의 계승자입니다. - P236

 첫번째는 선례, 즉 이전의 결정과 경험에 근거해서 내리는 판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사실에 대한 합당한검토나 숙고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형성된 판단이라는 의미가 더해집니다. - P236

누구에게나 정체성은 복합적입니다. 다중 정체성이죠. 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남자이고요, 중년이고 서울에 살고 대학 교수이고 서점을 하는 자영업자입니다. 몇 가지만 나열했지만 저를 구성하는 요소는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통해 무한대로 언급될 수 있습니다. - P236

 편건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측면 중 한 가지만을 본다는뜻입니다. 편견을 이렇게 정의내리면 누가 자신은 편견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할 수 있겠습니까.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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