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간과 공간도 함께 생겨났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이 뭔지도 모르는데 그것이 생겨났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시간에 시작점이 있다면 그 시작점 이전의 시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 P27
물론 지금은 팽창하지만 과거에는 제멋대로 팽창수축했을수도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때는 가급적 단순한 답을 찾는 것이 과학의 원칙이다. 일정한 속도로 우주가 팽창했다고 보는것이다. - P27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기술하는 이론이 가능할까? 시간과 공간은 기술의 대상이 아니라 기술의 기본전제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물리에 쓰이는 언어는 그것이 일상 언어로서 갖는 의미와 다를 때가 많다. - P29
마찬가지로 하나의 사건에 대해 (어떤 이유로든) 움직이는 사람이 잰 시간 간격이 정지한 사람이잰 시간 간격보다 크다면, 움직이는 사람의 시계는 ‘실제로‘ 느리게가는 거다. 측정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시간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따름이다. - P29
자연에서는 빛의 속도가 관측사에 상관없이 일정하다. 속도는 1초의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를 말한다. - P30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길어지고 길이가 짧아진다. 정지한 사람이 움직이는 사람의 시계를 보면 자신의 시계보다 느리게 가는 것을 보게 된다는 뜻이다. - P30
이런 식으로 시공간은 우리의 연구대상이 된다. 실제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은 시공간의 기학적인 모양을 기술한다. 빅뱅의 순간 시공간은 ‘점‘이라는 도형이 된다. 그러니 이 순간 시간도 생겨난 것이다. - P30
물리학자에게 시간과 공간은 측정으로 얻어진 물리량일 뿐이다. 그러니 시공간의 측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측정을 하기 위해서는 기준, 쉽게 말해서 ‘자‘가 필요하다. "고래는 크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아무 의미 없다. - P31
1미터를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1미터 길이의 막대기를 만드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막대기를 잃어버리면 낭패가 될 테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해낸 것은 이런 인공물이 아니었다. - P31
오늘날 1미터는 빛의 속도와 시간으로 정해진다. 정해진 시간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가 1미터라는 식으로 말이다. - P32
현재 1초의 정의는 세슘 원자가 내는 특정 진동수의 빛이9,192,631,770번 진동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언젠가 미래에 인류문명이 멸망하더라도, 이 정의를 본 누군가는 1미터를 정확히 복구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 P32
이제 크거나 작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공간의 스케일이야기다. 헌혈할 때 쓰는 주사바늘의 지름은 대략 1,000분의 2미터(혹은 2밀리미터)쯤 된다. 머리카락을 20개 정도 늘어세울 수 있는 거리다. 꽃가루라면 1만 개가 들어간다. - P33
서울-부산 거리는 약 40만 미터(혹은 400킬로미터). 서울을 출발하여 동일한 위도를 따라 지구를 한 바퀴 돈다면 이 거리의 80 배가된다. - P33
물리는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 대상은 쿼크가 존재하는 극도로 작은 세상에서 은하와 우주라는 거대한 규모에 걸쳐져 있다. 지금 우리는 단지 몇 개의 법칙으로 이런 모든 규모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 P34
세상은 왜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 없다. 하지만 무엇인가 존재한다면 왜 그것이 있어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300년 전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무언가 있는 것보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 P35
‘우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별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주는 존재하는 이 세상 전부다. 왜냐하면 저 별들 중 어딘가에는 우리 같은 생명체가 하늘을 쳐다보며 태양이 속한 수많은 별들을 우주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 P37
우리는 누가 왜 연극을 제작했는지, 아니 왜 우주가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주가 항상 존재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는지는 알고 있다. - P37
빅뱅이론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물리학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언급해두어야겠다. 우주에 시작이 있다는 사실이 바로 기독교의 창조론을 닮았기 때문이다. - P38
사실 스티븐 호킹의 중요한 업적의 하나는 블랙홀과 빅뱅 같은 특이점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 P38
빅뱅이론은 과학이다. 물질적 증거가 있다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권위로 방정식에 상수를 써넣어 빅뱅을 막을 수는있지만, 과학에서의 옳고 그름은 권위가 아니라 실험적 증거로 결정된다. - P39
어떤 것은 1년, 어떤 것은 100만 년, 또 다른 것은 100억 년 전에 출발한 것들이다. 멀리서 온 것일수록 더 먼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신기한 일이지만, 이렇게 우리는과거의 우주를 현재에서 볼 수 있다. - P39
1989년 COBE는 이런 목적으로 발사된 인공위성이다. 여기서 얻어진 데이터는 배경복사의 존재를 더욱 명백히 보여주었을뿐 아니라 공간적으로 그 세기에 미세한 요동이 있음도 알려주었다. - P41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공간이휘어지고 뒤집히는 일도 가능한데, 우리 우주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잘 작동하는 평범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휘어지지 않은 편평한 공간을 다룬다. 플랑크 위성은 전례 없는정확도로 배경복사를 다시 측정했고, 그 결과가 2014년에 발표되었다. - P41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에너지의 밀도는 낮아지고 결국 쌍생성을 할 수 있는 에너지 이하가 되면 우주는 오직 빛만 가득하고 물질은 없는 세상이 된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세상에는 물질이 존재한다. 왜일까? 아직 정확한 답은 모르지만, 쌍생성으로 만들어진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달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 P42
빅뱅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묻는 분들이 있다. 물리학자에게역사란 초기조건과 법칙을 알면 정해지는 이야기다. 작가 T. S. 엘리엇은 "우리의 탐험이 끝나는 때는 우리가 시작한 장소가 어디인지 알아내는 순간이다"라고 종종 말했다고 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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