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 책이 있었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이 하고 싶지.

"울림 기도원, 금평 살 때 다녔어요. 거기 선우 있어요." "정말? 정말이야? 네가 우리 선우를 봤다고?" - P64
그 모습을 보는 선준은 혼란스러웠다. 상상치 못한 말이었고, 이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도 알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예원이 정신요양원에서 데려온 아이다. - P64
"여기 봐. 이 중에서 선우가 누구야?" 선준은 로운의 앞에 앨범을 펼쳐 보였다. 형형히 빛나는 예원의 시선 역시 로운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로운은 말끄러미 선준을 볼 뿐, 사진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 P65
"말해봐. 이 중에 선우가 있어?" 드디어 로운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쪽으로 향했다. 사진을 응시하는 로운의 눈은 무덤덤했다. 애써 선우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 손이 앨범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한군데를 짚었다. "정말이었어. 정말로 선우가 살아 있는 거야!" - P65
"우리 선우 잃어버린 후에 난 그게 너무 무서웠어. 자길 버린 줄알까 봐. 근데 이젠 찾을 수 있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어. 이젠선우를 찾을 수 있어. 으흐흑." 다시 울음을 터뜨리는 예원을 보면서 선준은 가슴이 아팠다. - P66
인터넷을 켜고 울림 기도원을 검색했다. ‘울림‘이라는 단어와 기도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서들이 여럿 떴지만 ‘울림 기도원‘이라는 이름은 찾을 수가 없었다. - P66
그렇다면 경찰이 발견했다는 그 백골 시신은 어떻게 된 걸까. 백골 시신과 함께 발견된 목걸이가 선우의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선준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내심 좌절하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선우의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P67
"여보, 얘 그냥 돌려보내면 안돼 우리 선우 찾을 수 있어. 여보, 제발 부탁이야. 우리 선우 찾아줘." 생각에 잠긴 채 서 있는 선준을 향해 무릎걸음으로 다가온 예원이 애원하듯 발에 매달렸다. - P67
로운의 집 주소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로운이 메고 온 가방에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태그가 달려 있었다. - P68
"보호자 동의도 없이, 병원도 모르게 애 데리고 나온 건 범죄야. 게다가 아이를 잃어버린 걸 알면 애 부모가 병원도 문제 삼을 거야 병원에 폐 끼치는 일이 생긴다고." - P68
여전히 눈을 감지 않는 로운을 예원이 부드럽게 당겨 안았다. 작은 몸이 품 안을 메우자 뜨거울 정도로 뭉클한 것이 예원의 가슴을 뻐근하게 했다.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선우 역시 수없이 안아 재웠을 것이었다. 선우도 로운처럼 넓은 침대가 커다란 창이 낯설고 무서운 아이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예원을 두렵게했다 - P70
푸르스름하게 들어오는 새벽빛을 맞으며 선준은 거실에 앉아 가족사진 속 선우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당장에라도 그 말간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P71
동별로 13평형과 18평형이 분리되어 있었다. 로운의 아파트는 13평형이었다. 로운의 가방에서 보았던 주소는 103동 701호였다. 7층으로 올라가자 한 층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열 개의 집이 보였다. - P72
아침부터 일찍 외출이라도 한 걸까 고민하던 선준은 거의 본능적으로 천천히 문손잡이를 돌려보았다. 예상 밖에문이 힘없이 열렸다. "계세요?" 선준은 안쪽으로 머리만 넣어 소리를 냈다. - P72
거실에는 술병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한편에는 컵라면 그릇이 놀랄 만큼 많이 쌓여 있었다. 안주로 먹었으리라 짐작되는과자봉지들이 널려 있었고, 소파며 TV나 장식장은 원래의 색깔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먼지가 쌓여 있었다. 출처를 가늠하기힘든 쿰쿰한 냄새가 공간을 부유했다. - P73
"누구세요?" 선준의 등장이 갑작스러웠을 텐데도, 여자는 별로 놀라지도 않고 일어나 앉았다. 언제 떠다 놓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물병을 쥐어들고 입을 댄 채로 꿀꺽꿀꺽 마셨다. - P73
"아닙니다. 사실, 다른 게 아니라………. 혹시 로운이가 예전에울림 기도원이라는 곳에 있었나요?" 돌연 여자의 안색이 변했다. 초짐 없는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선준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 선준은 애써 당황한 기색을 감추었다. - P74
하지만 여자의 눈빛을 보고 깨달았다. 여자에게서 정보를 얻는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거짓에도 얼마간의 진실은 필요했다. - P75
돌아서는 여자의 턱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흠뻑 젖은 손으로 여자가 턱을 훔쳤다. "그게 벌써 1년 전이에요. 잠깐 보내긴 했는데.... 같이 들어간 건 아니라서 어떤 식으로 치료를 하는지 전 몰라요. 이제는 거기갈 일도 없구요." - P75
"거기는 그렇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그렇게? 무슨 뜻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면 어떻게 찾아갈 수 있습니까?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아이를 잃어버린 지 3년이나 됐습니다. 애 엄마가 로운이를 정신요양원에서 만났다고 말씀드렸죠? 그럼 어떤 상태인지 아실 겁니다. 애가 있으시니 아시지 않습니까." - P76
그녀의 손에 휴대폰이 들린 것은 뒤지던 점퍼를 던져놓고, 지저분한 스웨터와 마구 구겨진 바지를 들추고 난 뒤였다. 여자는 말없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천주님." ‘천주? 선준의 눈썹 끝이 꿈틀거렸다. 정상적인 기도원이 아닐 수도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 P75
풀썩 앉는 여자의 엉덩이 밑에서 부연 먼지가 일어났다. 여자가 다시 선준을 보았다. "입도 비용은 별도예요. 우선 자격을 확인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 얼마입니까?" 멍하니 묻는 선준을 여자가 똑바로 응시했다. "5천만원이요."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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