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가 죽는 꿈을 꾸었다. 아니면 그제일지도 모른다.


"흰토끼와는 친하신가요?"
"친하다면 친한 편일걸? 뭐, 내가 녀석한테 어떤 감정을 품고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일꾼으로서는 제법 쓸 만하지 않을까? 가져와야 할 물건을 잊고 그냥 올 때가 많지만."
"그럼 일꾼으로서는 실격 아닌가요?"
"메리 앤이 흰토끼를 도와주니까 괜찮아. 메리 앤은 아주 쓸만해." - P107

"현실 세계의 흰토끼와 만나볼 생각은 있으십니까?"
"절대 사양할게."
"어째서요? 저쪽에서는 친한데도요?" - P107

"공작 부인 입장에서는 어떠십니까?"
"사건이 해결되면 여왕에게 공작 부인의 공이라고 말해주는 거지? 약속은 꼭 지켜."
"자신이 공작부인이라는 자각은 있으시군요."
"내가 공작부인이라기보다 내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일까. 기억은 나지만 의식의 연속성은 모호해." - P108

"그리핀을 살해한 범인을 찾고 있어요." 앨리스는 말했다.
"그 말인즉슨 너 자신을 찾고 있다는 건가?" 미치광이 모자 장수가 히죽히죽 웃었다.
"아니요. 나는 나 자신을 찾는 게 아니에요. 범인을 찾고 있다고 - P109

"확신이 있다면 왜 지금 당장 날 체포하지 않는 거죠?"
"자유로이 노닐도록 풀어두는 거지." 3월 토끼가 말했다. "여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여죄라뇨?"
"현재 조사 중인 죄와는 별개의 죄를 뜻해." - P110

"뭐? 자백한 거야?" 미치광이 모자 장수가 환성을 질렀다. "이것으로 멋지게 사건이 해결됐군!"
"그런 말 안 했어요. 난 험프티 덤프티도, 그리핀도 안 죽였다고요!"
"이래서야 제자리걸음 하는 꼴이잖아. 이제 그만 단념하지그래?" 3월 토끼가 투덜거렸다.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라니, 절대 그렇게는 못 해요." - P110

앨리스가 모자 장수에게 말했다. "우선 그리핀이 죽었을 때의 상황을 말해봐요."
"그건 내가 너한테 묻고 싶은데." 모자 장수가 말했다. "목격자가 없어서 당시 상황은 범인밖에 몰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시체 상태가 어땠느냐는 거예요."
죽었을 때의 상황‘과 ‘시체 상태는 완전히 다른 의미야." 빌이말했다. - P111

3월 토끼가 실망했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튼 시체가 어떤 상태였는지 알려줘요."
"알려주고 말고 할 것도 없는데. 그리핀이 해안에 쓰러져 죽었을 뿐이야." 모자 장수가 말했다. - P111

"당신, 시체를 조사했잖아요."
"조사했지만 제대로 보지 않았어. 귀찮아서 말이야."
"의욕도 없으면서 왜 수사를 맡은 거죠?"
"뭐? 누가 수사를 맡았다고?"
"당신들 둘요." - P112

"생각해보니, 당신들 경찰이고 뭐고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아니지."3월 토끼가 말했다. "당연하잖아. 토끼 경찰관을 본적 있어?"
"모자를 파는 경찰관을 본적있어?" 모자 장수가 말했다.
"그럼 왜 수사를 하는 거죠?"
"재미있으니까." 미치광이 모자 장수와 3월 토끼는 어깨동무를했다.
"뭐야. 그럼 아무 권한도 없잖아." - P112

"그것보다 앨리스, 네게 중요한 소식을 가져왔다." 체셔 고양이가 말했다.
"뭔데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나쁜 소식부터 들을래요."
"여왕 폐하께서 미치광이 모자 장수를 연쇄살인사건의 정식 수사관으로 임명하겠다고 하셨어." - P113

"저기. 3월 토끼가 수사관이 아니라는 게 좋은 소식이에요?"
"설마, 이건 그냥 흘려 넘겨도 되는 소식이야."
"다행이다. 그럼 아직 좋은 소식이 남아 있는 거네요." 앨리스는 눈을 반짝였다. - P114

"아니. 철회되지 않았어. 철회된 건 공작부인의 진언이지. 여왕폐하는 공작 부인을 크게 꾸짖으신 후 모자 장수를 특명 수사관으로 임명하셨어."
왜 그게 좋은 뉴스예요?" 앨리스는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모자장수에게는 좋은 뉴스지. 그는 늘 수사관을 동경했으니까."
"됐다! 이제 떳떳하게 진짜 수사관으로 활동할 수 있어!" - P115

"그게 뭐예요. 그럼 ‘나쁜 소식과 나쁜 소식‘이잖아요!"
"나쁜 소식과 나쁜 소식‘은 어감이 별로잖아." 체셔 고양이가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빌이 동의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훨씬 어감이 좋아." - P115

"대답을 듣고 나서 생각해볼게요."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데?"
"아까 전에 한 질문의 대답요. 그리핀의 시체 상태."
"벌써 대답했잖아. 쓰러져서 죽었을 뿐이야. 아무 특징도 없었어.. - P116

"그리핀은 굴을 먹고 탈이 나서 죽은 거 아니었어요? 그렇다면입안에 남아 있는 건 이상해요. 아니면 식중독 증상이 일어날 때까지 계속 먹고 있었나? 굴이 그렇게 많았다는 거예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굴을 먹고 탈이 나서 죽은 게 아니라 굴 때문에 죽은 거야. 입안에 한꺼번에 쑤셔 넣고 삼키려다 목에 걸리는 바람에 숨이 막혀서 죽었어." - P116

"결국 누가 증언한 거예요? 아주 중요한 증인 같은데요?"
"아니. 하찮은 녀석이야."
"그러니까 누구냐고요?"
"이 녀석." 모자 장수가 호주머니에서 질척질척한 덩어리를 꺼냈다. - P117

"굴이야. 봐. 여기 갈라진 껍데기가 조금 남아 있잖아. 그리핀이산 채로 삼키려다 목에 걸려서 숨이 막혔지. 그래서 괴로운 나머지 씹어서 으깼는데, 이 한 마리만 겨우 살아남아서 이야기할 수있는 상태였어."
"무슨 말을 했는데요?"
"그리핀은 속았다. ‘굴을 양손에 넘칠 만큼 가득 담아서 산 채로단숨에 삼키면 그야말로 맛이 끝내준다‘는 말에." - P117

"그게 아니라 그리핀에게 누가 말했느냐고요."
"무슨 말을 했는데?"
"양손에 넘칠 만큼 많은 굴을 산 채로 단숨에 삼키면 그야말로 끝내주는 맛이 난다."
- P118

"왜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야 내 마음이지."
"물어봤으면 대번에 범인을 알아냈을 텐데."
"안물어봐도 범인은 너인 줄 알고 있었어." - P118

"죽은 사람이 아니라 죽은 굴이지만." 3월 토끼가 말했다.
"아니. 죽은 굴이 아니야. 살아 있는 굴이라고." 모자 장수가 말했다.
"응? 무슨 소리야?" 빌이 물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어." - P119

"생굴, 잘 먹겠습니다!" 빌이 미치광이 모자 장수의 손바닥에서 굴을 후루룩 빨아들였다.
앨리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멍하니 빌의얼굴을 바라보았다. - P119

"지금, 범인 이름을 말하려고 했는데" 앨리스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난 똑똑히 들었어." 모자 장수가 말했다. "굴은 빌에게먹히기 전에 분명 ‘앨리스‘라고 말했어."
"그건 범인 이름이 아니에요."
"넌 굴에게 범인 이름을 물었어. 그리고 답은 ‘앨리스‘였지." - P119

"어째서고 저째서고 지금 눈앞에서 빌이 굴을 죽였잖아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잡아먹은 거지?"
"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잡아먹었어요."
"생굴을 먹은 죄로 잡혀간다면 우리는 살면서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을 거야." - P121

"그래, 적어도 여기에서는 인간이 소수파라고." 빌이 3월 토끼를 응원했다.
"즉, 여기에서는 대부분의 동물이 말을 하는 거로군요." - P122

앨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굴이 죽은 건 안됐어요."
"너도 상식을 좀 쌓아야겠구나."
어느새 체셔 고양이가 바로 옆에 있었다.
"먹으면 죄가 아니야." - P122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는 빌이지만, 의사와 사상은 공유하지 않아. 아바타라와 현실 세계의 인간은 동일 인물이라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어. 하기야 넌 특별한 경우지만."
"내가?"
"구리스가와 아리와 앨리스는 겉모습과 능력이 거의 같아. 그러니까 다른 인물보다 인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느낌이 강해도 이상할 것 없지."
"그건 네 오해야." - P124

"실은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니시나카지마 순경이 말했다.
"사건요?" 이모리의 얼굴에 경계하는 빛이 떠올랐다.
"니시나카지마, 사건이라니 좀 그렇잖아."
"하지만 사건이죠, 경감님."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아직 사건이 아니야." - P125

아리가 작게 소리를 질렀다.
다니마루 경감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왜그러십니까?"
"아니요. 좀 놀라서요." 아리는 대답했다.
이 사람들도 그거야. 이상한 나라에 아바타라가 있는 거야. - P125

"그럼 왜 조사하고 계신 겁니까?"
"그, 뭐랄까, 이 두 가지 사례에는 부합되는 부분이 있다고 할까. 서로 붙어 있다고 할까."
"연결되어 있다?"
니시나카지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 P126

확실히 같은 편이라는 보장은 없지. 이상한 나라에서 수사 관계자라면 이쪽에서 앨리스를 범인으로 단정하기 위한 증거를 찾고있는지도 몰라. - P127

"저희가 뭘 어쨌다고 이러시는겁니까? 확실히 말씀해주십시오."
"여기와는 다른 세계에서 어떤 범죄가 발생하든 우리에게는 아무권한도 없고, 물리적으로도 어찌할 방도가 없어." 다니마루 경감은 혼잣말하듯이 중얼거렸다. - P127

"그렇게 따지면 다른 세계의 기억에 의지해서 행동하는 것 자체가 규칙 위반이야. 너희들은 규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딱 잘라말할 수 있나?"
"그런 규칙은 없습니다."
"그럼 우리에게도 그런 규칙은 없어." - P128

"우리가 정체를 밝힌 순간 서로 적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럴 리 없어. 우리 목적은 진실을 알아내는 것뿐이야. 아무도 난처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 거야."
"아니요. 가능성은 있죠." 니시나카지마가 말했다. "이 두 사람이 범인이라면요." - P128

이모리는 말했다. "원래 사건은 한번 해결될 뻔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목격 증인이 죽고 말았죠. ‘
"아아, 그건 분명 수사상 실수야. 일단 범인이 누구인지 들어뒀어야 했어. 하지만 수사진만 실수를 한 건 아니지. 증인을 먹어치우는 머저리가 멋대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이 사람들, 이모리가 빌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걸까? - P129

"여기서는 안 돼. 밝힐 거라면 저쪽 세계에서 밝혀야지."
"하지만 저쪽에서는 저희 능력이 한정적입니다."
"능력이라기보다 성격 문제야. 언제나 영문 모를 소리나 늘어놓으며 이야기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해서야 어쩔 도리도 없지." - P130

"도대체 뭐가 그렇게 겁나는 건데?"
"넌 좋겠다. 아바타라의 머리가 좋아서. 내 아바타라는 정말 명청이야. 증거를 먹어치울 정도로 말이지. 저쪽에서 난 약자라고 무방비하게 정체를 드러낼 수는 없어." - P131

"난 이상한 나라에서 너랑 별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실감으로와 닿아."
‘왜 그런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죠."
"둘다 소중한 친구야. 어제도.... 앗!"
"어제 소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파티 준비하는 걸 새까맣게 잊고 있었어."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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