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논리 단계 독서 처음 독서를 할 때는 이야기가 하나의 통합된 전체라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생각에 잠기거나 세부사항을 찾아보기 위해 멈추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쫓아갈 수 있도록 하나로 몰아가는 이야기라는 느낌 말이다. - P111
하지만 소설은 철학이나 과학, 역사와는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다. 소설은 독자에게 특별한 주장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세계로 진입하도록 독자를 초대한다. 논픽션을 평가할 때에는 이런 물음을 제기해야 한다. 내가 설득당했나? 하지만 소설을 평가할 때는 대신 이렇게물어야 한다. - P112
여러분을 비평가로 만들려는 의도도 아니다. 그것보다는 이런 질문들이 여러분의 생각을 좀더 분석적인 양식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것들을 묻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다른 질문과 대답이 떠오를 것이다. - P112
그리고 이런 질문에 반드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비평가라면 『모비딕』 리얼리즘에 가까운지 환상에 근접한 것인지에 대해서 끝도 없이 논쟁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대답을 적어 둘 때마다 대답을 지지하기 위해서 소설에서 직접 인용하는 것이 좋다. - P113
이 소설은 ‘우화‘인가 아니면 ‘연대기‘인가?
소설가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의 소설가는 우리가 사는 곳과 아주 비슷한 세계로 우리를 끌어가고 싶어 한다. 그는 우리 삶을 관할하는 규칙과 똑같은 규칙의 지배를 받는 삶에서 순간순간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말해 준다. 그리고 모든 정서는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하며 모든 행동은 하나의 반응이라는 사실을 납득시켜 주며, 우리 자신의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즉 ‘연대기‘를 생산한다. - P113
이렇듯 옛날 옛적의 우화는 우리를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로 옮겨 가게 한다. 걸리버는 진술한다. "나는 영국에서 배를 타고 왔고 신장 8 센티미터인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 P113
소설에 대해서 첫 번째로 던져야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 서사는 나의 존재를 지배하는 것과 똑같은 규칙으로 지배되는 세계에서 일어나는가? - P114
일단 이 질문에 대답하고 나면 다음 세 가지 질문 가운데 하나를고려해 볼 수 있다.(대답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내용을 소설 속에서 한두 문장 인용하여 적어 둔다.) - P114
1) 소설 배경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같다면 연대기 소설가는 어떻게 현실을 보여 주는가? - P114
2) 소설가가 환상의 세계를 제시한다면, 의도는 무엇인가?
소설가는 우의적으로 쓰고 있는가? 우화 속에서 작가는 이야기의 어떤 부분(등장인물, 사건, 장소)과 실제 현실 사이에 일대일 대응을 구축한다. 『천로역정』에서 크리스천은 등에 거대한 짐을 지고 있는데, 이 짐은 죄를 의미한다. 『걸리버여행기』에서 등장인물들은 달걀의 갸름한 쪽과 뭉툭한 쪽 중 어디를 깨뜨려야 하는지 설전을 벌인다. - P114
3) 소설이 주로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두어 가지 환상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소설을 단순히 ‘우화‘로 분류할 수는없다. 『주홍 글자』는 일상적인 사건(부정(不貞), 사생아 출생)을 연대순으로 그리고 있지만 소설의 절정 부분은 적어도 하나의 환상적인 사건과 관련된다. - P115
중심인물이나 등장인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가? - P115
엘리자베스 베넷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중심적인 질문은 종종 직선적인 대답을 끌어내는지도 모른다. 엘리자베스 베넷은 결혼하고 싶어 한다. ‘크리스천‘은 시온 산에 이르고 싶어한다. 히스클리프는 캐시를 원한다. 에이햅은 고래를 원한다. - P116
이제 좀 더 세분할 필요가 있다. 여주인공이 내면의 욕구를 성취하는 데 방해하는 요인이 사람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고전적인의미에서 ‘악당‘, 즉 다른 인물에게 해를 끼치는 악인인가?(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 사이먼 리그리는 고전적인 악당이다.) - P116
일단 잠정적으로나마 등장인물의 욕구와 충족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면 세 번째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된 것이다. 자신의 길에 방해가 되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등장인물이 따르고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 P117
돈 드릴로의 『화이트노이즈』에 나오는 잭 글래드니는 회사가 그를 위해 이미 구성해 놓은 삶의 이야기에 따라 부여된 의미 (회사에서 생산된 모든 물건을 그가 끊임없이 구매하면서 연루되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고유한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의미를 찾지 못하도록 그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종국에는 찾게 되는가? (세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 P117
이야기하는 이는 누구인가?
이야기는 허공에서 떠돌지 않는다. 어떤 목소리가 들려주는 것이다. 누구의 음성인가? 달리 말하면 소설가는어떤 시점을 채택하는가? - P118
1) 1인칭 시점은 아주 직접적이지만 제한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1인칭의 인물인 ‘나‘는 등장인물의 가장 사적인 생각을 엿듣게 하지만 대신인물의 시선에 얽히는 것만 볼 수 있고 등장인물 스스로가 인식하는 사실만을 알 수 있다. - P118
2) 2인칭 시점은 오직 실험적인 작품이나 어드벤처 게임에서만 사용하는 드문 기법이다. "당신은 거리를 걸어 내려가서 문을 연다…………."는 식의 서술이다. - P118
3) 3인칭 제한적 시점 혹은 ‘3인칭 주관적 시점‘은 특정 인물 한 명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그의 마음속을 깊이 파고들지만 1인칭대명사보다는 3인칭 대명사인 그나 그녀를 사용한다. - P118
4) 3인칭 객관적 시점‘은 멀찍이 떨어져 거리를 두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화자가 마치 그 장면 위에서 공중을 선회하고 있듯 지금 벌어지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어떤 인물이든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볼수는 없다. 3인칭 객관적 시점을 채택하는 글쓴이는 일종의 과학적이고공평무사한 관점을 얻지만 등장인물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우리에게 말해 주는 능력은 부족하다. - P119
5) 전지적 작가 시점은 19세기까지 가장 인기 있던 시점으로, 글쓴이를 신의 위치에 놓는다. 글쓴이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모든 것을설명할 수 있다. - P119
그 시점은 글쓴이에게 도덕을 부여하고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 개인적인 자신만의 생각을 기록하게 만들어 준다. (빅토리아 시대에 전지적 작가 시점은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직접적인 언설도 허락했다. "사려 깊은 독자여, 이런 여자는깊은 죄책감으로 얼마나 고통받겠는가!") - P119
이야기의 배경은 어디인가? 모든 이야기는 물리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장소가 자연인가? 아니면 인간이 구축한 곳인가? 만약 자연이라면 숲과 들판, 하늘이 등장인물의 정서와 문제를 반영하는가? 여주인공이 눈물을 흘릴 때 하늘에 구름이 뒤덮이고, 신경이 곤두섰을때 바람이 이는가? 아니면 자연이 주인공의 고투에 반응이 없는가? - P120
인간이 구축한 환경(도시, 집, 방) 역시 등장인물의 내적인 삶을 반영한다. 소박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거나, 뒤죽박죽으로 혼란스럽게말이다. 카뮈의 『이방인』에서 화자는 이렇게 쓴다. "다음날 다시 보내졌을 때, 전기 선풍기는 여전히 무거운 공기를 세차게 휘저어 대고 배심원들은 가지각색의 화려하고 작은 부채를 모두 같은 방향으로 부쳐 대고있었다. 변론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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