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의 장점은 읽기 쉽다는 점이다.

그나저나 세금을 내기 싫다는 생각에서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얼어붙은 거리의 살인」 제10회

기어이 여기까지 왔군, 하가는 아사히카와역 앞에 서서 생각했다. 이쓰미 야스마사는 이 거리에 어딘가에 있을 게 분명해. - P9

"그럴 겁니다. 이 메시지에 따르면." 하가는 가죽 코트 주머니에서 한 장의 메모지를 꺼냈다.
거기에는 불가해한 숫자와 알파벳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쓰미 야스마사가 남긴 유일한 단서였다. 이 몇 개의 문자를정리하면 ‘ASAHIKAWA‘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어젯밤이었다. - P10

덜컹덜컹 덜커덕.
계단 아래에서 격렬한 소리가 났다. ‘택시에 타자‘까지 컴퓨터 화면에 친나는 키보드 위의 손을 멈추고 방을 나왔다.
계단 위에서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여보, 무슨 일이야?" - P11

그것은 하마사키 회계사무소에서 온 서류였다. 소장인 하마사키 고로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자 친구였다. 나는 소설가가 된 지 10년인데 올해 웬일로 수입이 많았던 터라 내년 확정 신고를 대비해 얼마 전 하마사키에게 상담하러 갔었다.
지금까지는 확정 신고는 혼자 적당히 했는데 그렇게 처리할수 있을 정도로 수입이 적었다. - P12

처음에 나는 그 숫자를 멀거니 바라봤다. 그다음에는 자세히 들여다봤고 마지막에는 0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중략)
"당신, 정신 차려요." 이번에는 아내가 내 몸을 흔들었다.
"이런 일이 있을 수는 없잖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이런 바보 같은, 엉터리 금액을, 어째서? 하하하!" - P12

"여보, 어쩌지? 이렇게 큰돈은 우리한테 없는데, 어쩌면좋지?" 아내도 울었다.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 되고말았다.
"하마사키를 불러." 나는 아내를 향해 결연하게 말했다. - P13

"서류를 봤나 보군." 하마사키는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봤어." 내가 말했다. "넋이 나갔지."
"그랬겠지. 아! 고맙습니다." 아내가 내온 커피를 하마사키가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래서 이 숫자는 뭔데? 농담 아니야?" - P13

"저기, 어떻게 안 될까?" 나는 하마사키에게 말했다. 한심하게도 아부를 떠는 듯한 말투가 되어버렸다.
"좀 더 빨리 얘기했으면 여러모로 손을 썼을 텐데 벌써 12월이라." 하마사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최대한 영수증을 모으는 게 전부야. 그게 가장 빨라." - P14

"뭔데? 다 제대로 된 영수증일 텐데.‘
"제대로 되어 있긴 한데." 하마사키는 파일을 열었다. "우선 이거야. 4월에 여행을 갔더라. 여행지는 하와이"
"맞아. 그게 왜?" - P14

"야! 취재 여행이면 되잖아.‘
"그럴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너, 올해 쓴 작품 속에 하와이가 전혀 나오지 않았잖아?" - P15

"우와!" 다시 울고 싶어졌다. "그럼 하와이 여행비를 경비로 공제할 수 없어?"
"그런 셈이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다고? 그럼, 내년에 쓸 작품에하와이를 넣을 계획이라고 하면 되잖아. 그럼, 할 말이 없을텐데." - P15

물론 농담이었는데 하마사키는 웃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한 표정으로 "맞아"라고 말했다. "친한 세무서 직원에게 들었어. 사디스트 기가 있는 사람을 우선 뽑는다고." - P16

"거기에 하와이를 넣을 수 없어?"
하마사키의 말에 나는 입에 머금고 있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말도 안 돼. 홋카이도가 무대라고 하와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 P16

"그럼 내 말대로 해. 게다가." 하마사키는 파일로 시선을돌리고 이어 말했다. "하와이에서 쇼핑을 무척 많이 했더군. 골프도 치고, 이것도 가능한 이유를 대야 할 텐데."
"이유?"
"그러니까 정당한 이유지, 일테면 주인공이 하와이에서 쇼핑이나 골프를 하는 장면이 소설 속에 나오면 그를 위한 취재라고 주장할 수 있지." - P17

"죄다 경비에 넣기 어려운 것들이야. 일테면 이 여성용 코트 19만5천 엔이라는 영수증, 이거, 부인을 위해 샀지?"
"올해 1월에 세일 할 때 샀어. 그게 왜 안 되는데?"
"안 될 건 없지. 부인 사랑으로는 좋아. 다만 경비로는 힘들어." - P18

"그리고 이거." 하마사키는 그렇게 말하고 다른 영수증을꺼냈다. "신사 용품이야. 양복과 셔츠, 넥타이와 구두까지 총33만8천7백 엔짜리."
(중략)
"일본 미스터리 작가 협회 파티에 입었어. 그리고 화보 촬영에서도 입었고." - P18

"안 입어." 내가 말했다. "사적인 시간에 아르마니 양복을입는 사람이 있겠냐? 보통 때는 반바지에 티셔츠면 충분하지. 너도 알잖아."
"나는 알지. 하지만 세무서는 그런 데 까다로워." 하마사키는 미간에 팔자 주름을 잡았다.
쳇, 나는 혀를 찼다. - P19

"소모품으로 인정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에 사용하고 나면 다른 데는 사용할 수 없는 게 명백한 것들이어야 해. 일테면 필기구라거나."
"필기구도 일이 아니라도 쓸 수 있잖아!"
"그러니까 비율의 문제야. 양복은 일 외에도 입을 때가 많다고 세무서 마음대로 생각하는 거지." - P19

"경비는 되는데 소모품은 아니야."
"뭐? 왜?"
"영수증에 따르면 구매 가격이 22만 엔이야. 20만 엔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고정 자산이 되지. 그러니까 감가상각 항목으로 경비에 올려야 해." - P20

"그리고 이거 노래방 기계를 샀네."
"부부 공통 취미야." 그렇게 말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거 다 합쳐 수십만 엔인데, 그것도 감가상각이야?"
"아니, 이건 다행히 할부라 그럴 필요는 없어." - P20

"소설을 쓰는 데 노래방이 필요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으니까. 세무서는 반드시 지적할 거야."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하와이 여행도, 코트도, 아르마니도, 노래방 세트도 경비 처리가 안 되고, 컴퓨터도 몇 푼 안되는 돈만 인정되고. - P21

"그런 큰돈이 어디 있겠냐?"
"종종 벌어지는 일이야. 갑자기 수입이 늘어난 것까지는좋은데 세금을 까먹고 다 써버리는 경우 말이야."
"다른 사람 일이라고 태평하게 말하지 말지!" - P21


"그럼 주민세는………….
"대충 계산해보니." 하마사키는 계산기를 꺼내 손바닥 위에서 탁탁 두드리며 계산했다. 그리고 그 금액을 얘기했다.
이번에야말로 나는 정신이 멀어졌다. 앗, 기절하네, 라는자각이 있었다. - P22

"왜 코트를 꼭 찢어야 하는데?" 나는 옆에 서 있는 하마사키에게 물었다. 이런 장면을 적어 넣게 한 사람이 그였다.
"이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실제로 여자 코트를 찢은 적이있는 것으로 해야지. 그럼 실험 재료비로 코드를 겅비에 넣을 수 있어. 다만 세무조사가 들어오면 그 코트는 어딘가 숨겨야 해." - P24

그녀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하가도 옷을 벗고 싶어졌다.
그는 아르마니 양복을 벗고 넥타이를 풀고 셔츠도 벗었다.
그리고 라이터 불을 켜서 그 옷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아르마니 옷은 활활 탔다. 끝내는 구두까지 벗어 불꽃 속에 던졌다. 가죽 타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이제 후련하네." 하는 트렁크 팬티만 입은 모습이었다. - P24

"정말 올드하네. 좀 더 새로운 노래는 몰라?" 하마사키가옆에서 말했다.
"하와이 노래 같은 거, 갑자기 나오지 않아."
"뭐 됐다. 이런 식으로 종종 노래를 작품 속에 넣어줘. 그럼 자료 및 자료 검색 기자재로 노래방 세트를 경비에 넣을수 있어." - P25

"자, 여기서부터가 문제야."
"지난번 연재에서 암호를 해독하는 장면이 나왔어. 이쓰미야스마사가 남긴 유일한 단서였지. 그 몇 가지 문자를 정리하자 ‘ASAHIKAWA‘라는 답을 일단 냈다고. 그걸 어떻게 다루지?" - P26

"잠깐만요! 여기에 이상한 게 적혀 있어요." 시즈카가 방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가는 그곳을 봤다. 그러자 벽구석에 칼 같은 것으로 새긴 문자가 있었다.
‘KASAGANAI, ITSUMIYORI‘
거기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 P27

하는 수첩을 펼치고 볼펜으로 거기에 ‘ASAHIKAWA‘라고 적었다.
"여기서 카사를 없애는 겁니다." 그가 말했다.
"어? 우산이요?"
"우산・・・・・・ 그러니까 K, A, S. A요."
하가는 ‘ASAHIKAWA‘에서 K, A, S, A의 네 글자를 지웠다. 남은 글자는 ‘HIAWA‘였다. - P28

"하면 할 수 있네! 역시 프로 작가야." 하마사키도 감탄한듯 말했다.
"이제는 무대를 아사히카와에서 하와이로 바꾸고, 원래 줄거리대로 쓰면 되겠어."
"무슨 소리야? 명목에 넣기 힘든 영수증이 아직 많다고." - P29

"이 정도면 평범한 여행객처럼 보이겠죠?" 하는 양손에종이봉투를 들고 말했다.
"맞아요. 하와이에 와서 쇼핑을 전혀 하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이 수상하게 여기겠죠." - P29

"하지만 단서가 하나도 없어요."
"아닙니다. 단서는 있습니다. 이쓰미는 골프를 밥보다 좋아했어요. 하와이에 와서 골프를 치지 않을 리 없습니다. 하와이의 골프장을 돌면 반드시 뭔가 잡을 수 있을 겁니다." - P30

"물론 그렇죠. 그러므로 조금 힘들 수도 있겠으나 우리도실제로 각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머, 그러네요. 힘들겠네요."
둘은 근처 골프용품점에 들어가 골프 세트와 캐디 백, 골프화, 그리고 골프웨어를 골고루 갖추었다. - P30

 하마사키가 말했다. "다른 영수증 더 없어? 1만이나 2만 같은 소액이 아니라 수십만 정도의 영수증."
"없어." 나는 한숨을 쉬었다. "긴자 같은 비싼 거리의 술집에서 놀지도 않고 작업실을 따로 빌리지도 않았으니까."
"소설 매수는 어때? 아직 여유가 있어?" 하마사키가 물어왔다. - P31

 주인공들은 몇 개의 골프장을 돌았고 크루즈를탔고 쇼핑한 후 끝내 별다른 수확 없이 일본에 돌아왔다. 그리고 나리타에 도착하자마자 이번에는 구사쓰 온천에 갔다.
이는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가 올가을에 갔던 온천 여행의경비를 털기 위해서다. - P31

"어때?" 하마사키가 물었다.
"안 돼. 아무래도 쓸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영수증 다발을 하마사키에게 건넸다.
"어디 좀 보자." 그는 그렇게 말하고 종이 다발을 쭉 훑었다. 조금 후 그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지?" 내가 말했다.
"목욕탕 개축 공사에 50만 엔, 자동차 수리 19만 엔 ・・・・・" - P32

"하지만." 하마사키는 턱에 손을 댔다. "목욕탕과 자동차를 일 때문에 일부러 부쉈다면 설명이 될 듯도 한데."
"뭐, 뭐라고?"
"소설을 쓰는 데 아무래도 필요해서 일부러 부인 친정의목욕탕과 자동차를 망가뜨린 것으로 하지. 하지만 그대로 둘수는 없으니까 수리 비용은 네가 낸 것으로 하자." - P33

"그걸 생각하는 게 자네 역할이지. 아, 그리고 다음 고액영수증은・・・・・…." 하마사키는 아내가 가져온 영수증 다발을 넘겼다. "걸개 20만 엔, 항아리 33만 엔 ・・・ 이건 뭐죠?"
"아버지가 골동품을 좋아해요." 아내가 말했다. - P33

"여보, 그리고 이건 못 쓰겠지?" 아내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받아들고 보니 그건 슈퍼마켓 영수증이었다.
소고기, 파, 두부, 실곤약, 달걀・・・・・・ 오늘 밤의 스키야키 재료가 거기에 적혀 있었다. - P34

"이상하네, 어디가 현관이지?"
"그래서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즈카가 말했다.
그것은 자세히 보니 기묘한 건물이었다. 전체가 하얀 벽토로 덮여 있었다. 출입구 없이 창도 작은 것 하나가 전부였다.
하는 유일한 창문 밑에 차를 대고 자동차 보닛을 밟고올라가 작은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안은 캄캄했다. 자세히 보니 어둠 속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 P35

차에 탄 하는 일단 최대한 후진했다. 그리고 차의 방향을 건물에 맞추고 이번에는 힘껏 액셀을 밟았다.
엄청난 소음과 함께 충격이 하가의 몸을 덮쳤다. 차는 앞부분이 찌그러졌다. 건물도 벽이 거의 무너져 있었다. - P35

 이번에는 벽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런데 그곳은 아무래도 목욕탕 같았다. (이 장면을 쓰기 위해 목욕탕과 차의 파괴 실험이 필요. 각각의 수리비를 경비로 처리) - P36

하는 주위를 둘러봤다. 하얀 바탕에 선명한 무늬가 그려진 고이마리 항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흉기인 듯하네요." 하가가 말했다. (고이마리라는 걸 쓰기 위해 골동품에대해 취재, 사들인 자료 몇 점을 경비로 처리) - P36

그 아이섀도는 올해 유행하는 색으로 장미색깔의 립스틱과 맞춰산 것이다. (이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화장에 대해 취재, 자료로 산 화장품 수십점 요금을 경비로 처리) - P36

시즈카는 도로 옆에 서서 미니스커트를 살짝 올리는 대담한 모습으로 히치하이크를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차도 세워주지 않았다.
"이럴 리 없는데." 시즈카는 분한 나머지 이를 바드득 갈았다. (이를 가는 연습하다가 의치 파손, 경비 처리) - P37

"이상하네. 어디로 사라졌지?" 하가가 중얼거렸다.
화재 현장에서 몇 가지 물품이 발견되었다. 우선 여성용기모노 다섯 벌이 재가 되어 나왔다. 그중 한 벌은 오시마 비단이었다. 모두 새까만 재가 되었다. (실제로 태우는 실험. 기모노 다섯 벌 분량을 경비처리) - P38

또 진주 목걸이와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도 재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목걸이와 반지를 경비로) - P38

"아, 그러니까" 수사원이 말했다. "소고기, 파, 두부, 곤약,
달걀・・・・………." (이들 식품을 태웠을 때, 어떻게 되는지 조사하기위해 실험했다. 재료비는 경비 처리) - P39

그런데 3월 20일, 나는 지방 세무서의 호출을 받았다. 그리고 필요 경비의 명세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나는 『얼어붙은 거리의 살인 제10회』의 원고 복사본과 함께 서류를 제출했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경비 대부분을 인정받지 못했다. - P39

「얼어붙은 거리의 살인』 제10회를 쓴 이후 어떤 출판사로부터도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얼어붙은 거리의 살인』도 연재가 중단되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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