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기의 즐거움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천로역정』존 비니언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올리버 트위스트』찰스 디킨스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 『주홍 글자』 너새니얼 호손 『모비 딕』 허먼 멜빌 『톰 아저씨의 오두막』 해리엇 비처 스토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귀향』 토머스 하디 『여인의 초상』 헨리 제임스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붉은 무공 훈장』 스티븐 크레인 『암흑의 핵심 』조셉 콘래드 『환락의 집』이디스 워튼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소송』프란츠 카프카 『토박이』 리처드 라이트 『이방인』 알베르 카뮈 『1984』 조지 오웰 『보이지 않는 인간』 램프 엘리슨 『오늘을 잡아라』 숄 벨로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이탈로 칼비노 『솔로몬의 노래』 토니 모리슨 『화이트 노이즈』 돈 드릴로 『소유』 A.S. 바이어트 『로드』 코맥 매카시 - P87
소설의 첫 문장을 읽는 것은 열린 문틈 너머로 한 줄기 빛을 일별하는 것과 같다. 보이지 않는 방 안에 무엇이 있는가? 독자는 세목들이 전체적으로 제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몸을 내민다. 문 바로안쪽의 혼란스러운 무늬는 알고 보면 병풍식 가리개의 가장자리다. - P89
서둘러 열리는 문도 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턱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들과 머릿수건을 쓴 여자들의 무리는 헤스터 프린(너새니얼 호손의『주홍 글자』의 여주인공)이 아기를 팔에 안고 걸어 나오기를 기다리며 보스턴 감옥 주위에 모여 있다. - P89
스티븐 크레인의 『붉은 무공훈장』에서 휴식 중인 군대는 조만간 자리에서 일어나 동요할 것이다. 파란 군복을 입은 병사들은 동료들과 시비가 붙기도 하고 셔츠를 세탁하기도 하고 모닥불 주위에 몸을 웅크리고 모여 있다. 질척거리는 흙탕길은 아침 햇살에 곧 마르기 시작한다. - P90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 화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언제 죽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양로원에서 보낸 전보는 구체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 사실은 주인공의 마음에 한두 차례 파문을 일으킬 뿐이다. 장례식 참석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이 간략하게 그려진다. 버스를 놓칠 뻔한 후 겨우 양로원에 도착하고,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어머니의 시신이 안치된 방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얼굴을 굳이 보려 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 P90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은 훨씬 여유만만하다. 총살형 집행대원들 앞에 대령의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훌쩍 마콘도의 마을로 되돌아가 일상적 삶의 느긋한 무늬를 그린다. - P90
소설의 긴 역사에서 초기에 해당하는 소설은 문이 거의 대번에 활짝 열린다. 21세기가 가까워 오면서 문들은 닫힌 채로 요지부동이거나 좀더 천천히 뻑뻑하게 열리거나 한 번에 눈곱만큼씩만 열리기 시작한다. 그렇더라도 독자 여러분은 1604년 스페인에서 출간된 최초의 소설 『돈키호테』의 유명한 첫 구절과 훨씬 이후인 1972년 이탈로 칼비노의 이중 액자소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의 첫 구절 사이에서 뜻밖의 닮은 점을 발견할 것이다. - P91
여러분은 이탈로 칼비노의 신작 소설을 막 읽으려는 참이다. 긴장을 풀어라. 집중하라. 다른 모든 생각들을 쫓아 버려라. 여러분 주위의 세상을사라지게 만들어라.¹ - P91
5장 소설 읽기의 즐거움 1. Italo Calvino, William Weaver 옮김, If on a winter‘s night a traveler(New York:Harcourt Brace and Co., 1991), 3쪽. - P768
오로지 세르반테스와 칼비노만이 책 읽기에 들어서자마자 "이것은 한 권의 책이다. 그저 믿는 칙만 하라. 알겠는가?"라며 독자를 일깨워 준다. - P91
소설이란 관습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관습이란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으레 예상하게 되는 규칙을 말한다. 어떤 관습들은 시각적이다. 분홍색 표지의 문고판에 반쯤 벌거벗은 주인공이 그려진 책 한 권을 집어들면 독자는 "이를 데 없이 더운 7월의 밤에 한 청년이 숙박 중인 에스골목에 자리 잡은 하숙집의 다락방에서 나와 주저하듯 케이 교를 향해 서서히 걸어갔다."²가 아니라 "에반젤린은 늘씬한 종아리 주위에 늘어뜨린 젖빛 모슬린 가운을 쓸어 모으며 계단 꼭대기에 멈춰 서 있다."는 식의 문장을 읽게 되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의 첫 문장. - P92
제대로 훈련된 독자라면 글쓴이가 관습을 언제나 액면 그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 독자에게 자기 아버지가 "노팅엄셔에땅을 조금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는 진지하고 신뢰할 만한 화자는 걸리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 P92
『걸리버 여행기』에서 조너선 스위프트는 문학과 여행기의 초기 양식을 이용해 당시 사회 관습을 조롱한다. 하지만 여행기가 무엇인지 선지식이 없다면 스위프트가 꼼꼼하고 검증된 세부 사항을 고의적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음미하지 못할 것이다. - P93
고대에는 산문으로 씌어진 긴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은 18세기 대니얼 디포와 새뮤얼 리처드슨 헨리 필딩의 손을 거쳐 등장하게 되었다. 디포는 여행자 이야기의 관습을빌려서 『로빈슨 크루소』를 만들어 냈다. 리처드슨은 한 명의 인물이 작성한 일련의 편지들로 이뤄진 전통적인 ‘서간체‘ 형식을 사용하여 『파멜라』를 탄생시켰다. - P93
바로 개별적인 인간의 내면적 인생에 대한 성찰이다. 18세기 이전에는 산문으로 씌어진 긴 이야기란 한 나라의 이야기를하거나 하나의 관념을 설명하거나 스펜서의 『요정 여왕』에 나오는 것처럼 일련의 미덕을 묘사하기 위해서 사건등이 연달아 뒤죽박죽 일어나고 평면적인 인물들로 넘쳐나는 서양 장기판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 P94
한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세르반테스는 외로운 천재였다. 디포와 필딩, 리처드슨은 새로운 종류의 문학으로 꽃핀 하나의 문학 운동을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한 인물의 내면적 인생을 탐험하는 산문 서사다. - P94
로망스는 현대의 연속극과 대체로 비슷하다. 18세기 비평가의 말을 빌리면 로망스는 "그럴듯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찬미받는 지명인사와 관련되어 있다. 로망스는 가볍고 도피적이어서 여성에게 적합한 읽을거리였다. (여성의 두뇌는 ‘진정한 인생‘과 맞붙어 싸우는 데 이르지 못했으며, 그래서 여성이 환상물을 읽는 것도 당연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 P94
반면 소설가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했다. 소설들은 낮익은 상황에 처한 진짜 인간들을 다루었다. 새뮤얼 존슨이 1750년에 썼듯이 소설가들은 "세상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에 의해서만 변화하고 다양해지는 인간, 인류와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진짜 발견될수 있는 열정과 자질, 그 열정과 자질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진짜 인생의 상황을 보여 주려"³했다.
3. Samuel Johnson, "On Fiction", Rambler 제 4호 (1750년 3월 31일 자) - P94
18세기의 지식인들은 오늘날 유기농식품 마니아들이 정제설탕의 위험성을 떠들어퍼뜨리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독자를 타락시키는 소설의 영향력에 대해서 탄식했다. 목사들은 소설 읽기가 매춘과 간통에다 지진의 증가를가져올 것이라고 대중에게 경고했다.(1789년 런던의 한 주교가 한 말이다.) - P95
청교도주의뿐만 아니라 각 개인이 자기 자신을 부와 여가를 추구하는 사회의 수준을 통해 상승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도록 부추기는 자본주의에 의해서도 개인적 자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자아는 더는 고정되어 이동할 수 없고, 태어날 때 정해져 평생 절대 바뀌지 않는 책임을 부과하는 봉건 체계의 일부가 아니었다. 자아는 자유로웠다. - P95
소설가들은 개인을 찬양했다. 고통받지만 열정적인 샬럿 브론테의 여주인공들이 그랬고, 자신들을 보호해 주면서 동시에 방해하는 사회의 규제를 받는 제인 오스틴의 여주인공들이 그했으며, 간통을 하고 고통받는 너새니얼 호손의 목사가 그랬다. 그리고대중은 소설을 돈을 주고 사서 읽었다. - P96
결국 모든 사람들이 읽는 책은 최고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진정한 가치가 있을 수 없다. (이것을 오프라 효과라고 부르자) - P96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대중적인 독서를 하는 대부분 여성중 중산층 여성은 소설책을 살 만한 돈과 읽을 만한 여유가 있었지만 좀더 엄격하고 남성다운 ‘고전‘을 감상하는 데 필수적인 라틴어와 그리스어는 몰랐다는 데 있었다. 학자인 찰스 램이 비꼬았듯이 소설이란 "여성 독서 인구 전체를 위한 옹색한 지적 진미"였다.(램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어린이용으로 개작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 P96
고딕 소설의 여주인공들은 폐허가 된 성당에서 고대의 주술과 미쳐버린 아내들로부터, 그리고 햇빛과 거울을 피해다니는 신비스러운 귀족 남성들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이런 인물로 설정되어 폭넓은 인기를 얻은 자로, 앤 래드클리프가 쓴 『우돌포의 신비』의주인공 에밀리를 들 수 있다. - P97
하지만 대부분의 본격 문학 작가들은 현실적인 이야기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 환상적인 요소들을 배제했다. 소설은 사회적인 양심도 계발시켰다. 찰스 디킨스와 그에 비견할 만한 미국 작가 해리엇 비치 스토는 이야기를 통해서, 약자의 뼛골을 뽑아 부를 구축한 시장 경제의 부당함에 일침을 가하고자 했다. - P97
소설 장르의 초기 작가들은 자신이 쓴 이야기의 허구성을 거리낌없이 지적했다. (세르반테스는 독자에게 말한다. "나는 이 책이 두뇌의 산물이길,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영리한 것이 되기를 바라곤 했다.") 하지만 이후의 소설가들은 이런 식으로 서사에 끼어드는 것을 피했다. - P98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철학은 소설가를 일종의 과학자로 변모시켰다. 소설가는 장면을 선택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모든 세부 사항을 과학자처럼 기록했다. 따라서 리얼리즘 소설들은 분량이 상당히 긴 경향을보였다. 리얼리즘의 아버지인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시골마을에 사는 실제 인물의 초상을 그리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상상 속 세계의 지도와 설계도를 그렸다. - P98
차츰 리얼리즘 소설은 전성기를 맞이한다. 헨리 제임스의 등장인물은 낭만적인 레더스타킹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숲에서 인디언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호손이 만들어 낸 고통에 빠진 목사처럼 불가해한 낙인으로 곪아 가지도 않고 죄의식으로 죽어가지도 않는다. 대신 그들은 직장 생활을 하며 천정이 높은 먼지 쌓인 방에서 악다구니하듯 먹고살고 ‘평범한‘ 세상 사람들처럼 남부끄럽지는 않지만 대단한 전율은 없는 남자와 결혼한다.⁵ - P99
5. 리얼리즘은 영미 소설의 주요 운동 가운데 하나다. George J. Becker는 지난 1949년Modern Language Quarterly 에 게재한 논문 "Realism: An Essay in Definition"("리얼리즘‘을 정의하려는 첫 번째 시도 가운데 하나)에서 리얼리즘이 다음과 관련된다고 제시한다. 1) 관찰과 문헌을 통한 세부 묘사. 2) 예외적인 경험이 아니라 평범한 경험을 그리려는 시도 3) "인간 본성이나 경험에 대한 주관적이거나 이상적인 관점이 아니라 예술가가 성취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객관적일 것." 이 주제를 다룬 자세한 내용은 다음 두 편의 비평을참조하기 바란다.
Lionel Trilling, "Reality in America", The Liberal Imagination (NewYork: Anchor Books, 1957)과 Erich Auerbach, Mimesis: The Representation of Realityin Western Literature (Princeton, N. J.: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53) 참조. - P768
오늘날에도 스릴러, 과학 소설, 환상 소설, 종교 소설에 이르기까지 ‘비범한 사건을 그리는 이야기들은 지적으로 국외자 취급을 받고 진지한 비평적인 찬사를 받을 가치가 없는 ‘대중‘ 장르로 폄하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리얼리즘은 그 지류들을 만들어 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카프카는 물리적인 묘사보다 심리적인 묘사에 좀 더 주력한 ‘심리적 리얼리즘‘을 완성했다 - P99
헨리 제임스의 형인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 사고의 무질서하지만 자연스러운 흐름을 묘사하기 위해서 1900년에 ‘의식의 흐름‘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다. 콘래드부터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까지 이러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의식의 흐름‘은 물리적인 풍경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와 심리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지닌 글쓰기 방식이다. - P99
이런 과정이 너무 지나치면 초기 리얼리즘에서 발견되는 연못과황야에 대한 늘어지는 세부 묘사와 마찬가지로 싫증날 수도 있다. 하지반 20세기 초반의 작가들은 의식의 흐름 기법에 매혹되었다. 포크너의소설 속 인물들은 다른 수단을 통해서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경우가 드물며,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즈』에서 널리 알려진 대로 원서로 45쪽에 당하는 밀도 있는 의식의 흐름을 만들어 냈다.(『율리시즈』는 언제나 현대 양서 목록에 포함되지만 읽어 내기가 무자비한 정도이니 이 책에서는 목록에서 제외했다.) - P100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섰다. 세부 사항에 대한 주의 깊은 목록 작성을 포함하는 리얼리즘 양식은 우리 주위에 아직도 남아 있다. 돈 드릴로는 『화이트 노이즈』에서, 창문에 기댄 화자가 창밖으로 보이는 대학생들이 첫 수업에 들어서는 모습을 묘사하며 소설을 시작한다. - P101
소설의 바탕에 깔린 사상은 리얼리즘 전성기 이후로 바뀌었다. 소설은 일반적으로 ‘모더니티‘를 거쳐서 ‘포스트모더니티‘로 이동했다고 간주된다. 이 두 가지 용어를 정의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왜냐하면 포스트모더니티가 등장하기 전까지 누구도 모더니티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포스트모더니티란 그저 ‘모더니티의 뒤를 잇는‘ 것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 P102
예를 들어 비평가 제임스 블룸은 모더니즘이 "밀도와 특유의 모호함. 그리고 스스로가 중재자이자 중재받고 있다는 소설가 자신의 저지에 대한 이해와 관련이 있다고 정의했는데, 이 내용은 우리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⁶ 다른 대부분의 정의와 마찬가지로 명료하지 않다.
6. James Bloom, Left Letters (New York : Columbia University Press, 1922), 7p - P102
빅토리아 시대인들은 삶이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더니스트들은 ‘실제 인생‘이 사실상 이해를 넘어선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실제 인생‘은 혼돈스럽고 무계획적이며 아무런 길잡이도 없다. 모더니스트의 ‘과학적인 문체‘는 혼란스러우며 소설을 어떠한 결론으로 깔끔하게 이끌어 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 P102
하지만 모더니스트들은 이야기를 경멸하는 경향이 있었다. 모더니즘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측면 가운데 하나가 속물근성이었다. 모더니스트들은 대중을 불신했고 교육받은 소수의 엘리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에즈라 파운드와 같은 몇몇 탁월한 모더니스트들은 파시즘을 지지하며 민주주의를 냉소했다. 이들은 특히 ‘대중 소설‘에 대해 격분했다. - P103
버지니아 울프는 소설가를 책 판매의 불가피함에 매달린 ‘노예‘라고 탄식했다. 그녀는 "플롯도 없고 희극도 아니고 비극도 아니며 사랑에 대한 관심도 없고 수용될 만한 문체로 비극적 결말을 맺지도 않는 자유로울 수 있는 소설을 열망했다. E. M. 포스터는 "아 저런, 그렇지, 소설은 이야기를 하는거지."라고 말했지만 그가 진심으로 바랐던 것은 문학 시장이 "그토록 지급한 격세유전의 형식인 이야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었다. 포스터와 울프 모두 나중에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으니, 결국 시장에서 명백한 승리를 거둔 셈이었다.) - P103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10대 아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모더니즘에게 말한다. "누가 너를 대장으로 만들어 줬어?" 그리고 E. M. 포스터에게 말한다. "누가 당신을 소설의 권위자로 만들었지? 죽은 백인 남자인 당신을 당신이?") 포스트모더니즘은 진정한 인생의 진실을 안다고 하는 모더니즘의 주장을 거부한다. - P104
『돈키호테』와 『천로역정』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만난개인적 자아는 장애물을 헤치고 사회의 위선에 맞서 승리를 구가하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 P104
포스트모더니즘 소설가들은 독창적인 이야기를 쓰려고 시도하지않았다. 왜냐하면 ‘독창적인‘이라는 말은 사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창조적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사회에 대해서, 출생 이후부터 인간을 형성하는 정보의 홍수에 대해서 썼다. - P105
포스트모더니즘은 존 버니언의 설교만큼이나 무거운 교훈이 될 수도 있으며, 『화이트 노이즈』는 청교도식의 우화적인 인물만큼이나 가차없이 자신의 요점을 주입시킨다. (돈 드릴로가 이후에 쓴 좀 더 방대한 소실『지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진실‘이라는 관념을 거부하는 세인들을 위해서 결론을 외치며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목소리는 놀랄 만큼 크다. - P105
문학적인 포스트모더니즘은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활기를 일부 잃어버리기 시작했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단일한 ‘운동‘은 없었다.(이런 것들은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면 더 쉽게 눈에 띄는 법이다.) - P106
이런 기법을 메타픽션이라고 한다. 진짜인 척하는 가짜 세계를 창조하지 않고, 메타픽션은 솔직하게 이것이 이야기일 뿐이라고 인정한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 위로 발걸음을 뗄 때 작가는 우리 뒤에 서서 이렇게 외친다. "여러분이 어디서 왔는지 잊지마세요!" 칼비노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 P106
소설의 존재가 탄생시킨 초기 몇 년간의 긴장, 즉 진짜와 허구적인것, 환상과 실재, 소설과 로망스 사이의 긴장은 드디어 그렇게 진정되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사건들이 다시 한번 가능해지고 그것을 이용하는 소설들은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자신만의 이름표를 갖게 되었다. 심지어 플롯은 사소하긴 하지만 복귀하기까지 했다. - P106
장르가 처음 생기고 400년이 흐르면서 소설 쓰는 직업은 이미 성장을 마쳤다. 그래서 메타픽션 최고의 소설가들은 이야기꾼이나 심지어로망스 작가라는 호칭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19세기 리얼리즘과 그에 관련된 형식들이 부과하는억압을 헐겁게 해 주고 리얼리스트와 자연주의자들의 시대에 빼앗겼던 상상력에 일부나마 힘을 되찾아 주었다. - P107
소설 제대로 읽는 법
1단계: 문법 단계 독서
소설을 처음으로 통독할 때 아주 간단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야 한다.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후에 그들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 P107
제목과 표지, 차례를 본다.
독서 일기장과 연필을 가까이 두고 제목이 있는 지면과 뒤표지를 훑어본다. 책에 저자나 역자의 약력이 있다면그것 역시 읽는다. 저자나 역자가 쓰지 않은 서문은 넘긴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읽으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기회를 갖기도전에 그 책에 대한 해석을 지니게 될 것이다. - P108
등장인물의 목록을 만든다. 독서 일기장의 제목 바로 아래나 비어있는 왼쪽 면 정도에 등장인물의 이름과 지위, 다른 인물과의 관계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고 싶을 것이다. 특히 러시아소설에서 한 인물의 이름이 두 개나 그 이상이라면 목록을 작성한 덕분에 인물들을 착실하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 P109
각 장의 주요 사건을 간략하게 적는다.
각 장을 끝낼 때마다 독서일기장에다가 한두 문장으로 주요 사건을 묘사해 본다. 그 문장들은 플롯의 세부적인 요약이 아니라 기억 촉발제가 되어야 한다. 각 장을 주요사건 하나로 제한해 본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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