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깊은 책이 점점 많아진다. 공간은 그에 비례해 좁게 느껴진다.






자본주의 문화를 이끌고 가는 사람은 소비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노동자가 없다면 그들이 소비할 상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즉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살아가는 사람의 출현은 최근에 나타난 역사적 현상이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사람들 대다수는 토지를 이용해 자기가 먹을 곡식을 키웠고 남는 것이 있으면 내다 팔았다. 또한 판매나 거래를위해 여러 가지 물품을 생산하기 위한 도구들(예컨대 물레나 철제기구)을 손수 만들어 썼다. - P86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1861년에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쓴 피에르 프루동은 그것을 "소득의 원천인 자본이 실제로 자기 노동력을 통해 자본을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속하지 않는 경제사회적 체제"라고 불렀다(Braudel, 1982, 237쪽). 자본주의라는 용어는1902년에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가 사회주의에 반대되는 말로 언급하기 전까지만 해도 널리 쓰이지 않았다. - P86

자본주의의 진수가 상품, 즉 사람들이 사서 소비하는 유용한 물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나의 제품, 즉 사람이 언젠가 한 번은 사서 신는 운동화를 예로 들어 자본주의로의 짧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세계 최대의 운동화 제조업체인 나이키를 살펴보자. - P86

오늘날 우리가 신고 입는 운동화와 옷 대부분은 해외에서 제조되는데 나이키 같은 대기업은 제조공장을 자기 나라가 아닌 주변의 다른 나라들로 이전시켜왔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입는 옷과 보고 - P87

자본주의 경제와 발전에 대한 핵심적인 기본 개념을 대강 살펴보자. 간단히 말해 자본주의 경제는 다음의 다섯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성장했다. - P87

1. 상품(C): 기본적으로 자본재와 소비재, 두 가지 형태의 상품이 있다. 토지, 원재료, 도구, 기계, 공장 등 자본재는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될 소비재(예컨대 텔레비전, 비디오 녹화기, 컴퓨터, 주택)를 생산하기위해 쓰인다. - P87

2. 화폐(M): 화폐는 무엇보다도 표준화된 교환수단이다. 모든 상품과 물품을 표준가치로 환산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것(예컨대 숲에 화폐가치를 매김으로써 그것을 다른 상품(예컨대 국채)과 비교할 수 있다. 따라서 화폐는 상품 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 P87

3. 노동력(lp): 노동력은 어떤 형태의 상품을 다른 형태의 상품으로 바꿔주는 작업이다(예컨대 강철을 자동차로 바꾼다).
4. 생산수단(mp): 다른 말로 자본재라고 하는데 다른 상품들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계, 토지, 도구들을 뜻한다.
5. 생산(P): 노동력과 생산수단을 합쳐 상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 P88

따라서 농부는 셔츠(C)를 약간의 옥수수(C)와 맞바꾸거나 돈을 주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여기서 셔츠를 구하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우리는 이런 교환 형태를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C→C‘ 또는 M → C‘ - P88

 다시 말해 그들이 어떤 상품(C)을생산하거나 구하는 목적은 또 다른 상품(C‘)을 손에 넣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이나 화폐(M)를 얻기 위해서다. 여기서 상품은 교환가치라는 것이 생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어떤 상품을 사서 그것을 더 높은 가격에팔 때 우리는 그 상품이 교환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M→ C → M′ - P88

 따라서 고유한 방식으로 노동력과 생산수단을 결합하는 한 단계 더 나아간 발전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완전히 발전된 자본주의는 다음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

M→C→P→C→M′

또는

M → C →mp/lp→C‘→M - P89

여기서 자본주의 기업의 대명사인 나이키를 예로 들어 이 공식에 적용해보자. 나이키는 돈(M)을 투자해 가죽, 고무, 직물을 짜는 기계, 공장(mp)과 같은 것들로 구성된 상품을 산 다음 그 상품들을 노동력과 결합해 운동화라는 또 다른 상품(C)을 디자인, 생산, 조립한 뒤 시장에 팔아돈(M‘)을 번다.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목적은 투자한 돈 M보다 가능한 한 더 많은 돈 M‘를 버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윤, 즉 손익계산서의 맨 아랫줄에 나오는 순이익이라는 것이다. - P89

그러나 실제 경제 세계에서는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상품 생산자들은 대개 혼자 힘으로 생산의 순환을 시작할 돈(또는 자본)이 없다. 그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생산수단을 구입하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지불한다. 결과적으로 이윤의 일부는 투자자들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원금과 이자의 형태로 지출된다. - P90

훨씬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다른곳에 그 돈을 투자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운동화를 생산해서 판매할 경우 10퍼센트의 이윤을 남길 수 있지만 그것을 다른 곳에 재투자해서 12 퍼센트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좋은 일이다. - P90

이윤을 남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생산의 순환을 개시할 돈이나 자본을 공급하는 투자자들은행, 주주 등)에게 그 밖의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충분한 투자수익을 보장해야 한다. - P90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공장이나 기계(mp), 노동력(1p)에 지출되는 돈을 가능한 한 적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실제로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생산수단과 노동력으로 구성된 생산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한다(이 문제는 잠시 후에 다시 거론할 것이다). - P91

잠깐 곁길로 빠져서. 주식을 발행하지 않아 투자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기업들은 회사 운영자본을 투자자와 은행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들보다 노동자들에게 더 좋은 임금과 복리후생, 노동조건을 제공할 수있다.  - P91

창업자인 포레스트 마즈는 노동자들을 배려하고 고객들을 섬겨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마즈는 세후 3퍼센트의 이익만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그들이 ‘동료‘라고 부르는 직원들의 봉급은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높다. 반면에 임원들의 봉급은 다른 데 비해 낮다(Fernandez-Armesto, 2002, 199쪽). - P91

투자자와 제조업자들은 생산과정의 한쪽 끝에서 돈을 투입해 반대쪽 끝에서 이윤이나 이자의 형태로 더 많은 돈을 얻는다. 그가운데 가상의 장치 같은 것이 있는데, 시스템공학자들은 그것을 블랙박스라고 부른다. - P91

물론 어디에 돈을 투입하고 얼마나 많이 투자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고도로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윤이 발생되는 방식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이윤이 남는가 하는 문제다.
여하튼 상품들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은 블랙박스 안이다. 또한 돈이더 많은 돈으로 바뀌는 것을 장려하거나 억제하는 사회, 정치, 경제, 생태, 이념적 삶의 형태를 발견하는 것도 블랙박스 안이다. - P92

따라서 자본주의는 하나의 경제체제 이상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작동은 사람들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아주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 대다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삶이 상품들을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명령한다. 자본주의체제를 돌아가게 하는 이윤과 이자를 발생시키는 것이 바로 그 상품들인 것이다. - P92

돈 세례식

콜롬비아의 저지대에 사는 영세농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대농장주에게빼앗기고 어쩔 수 없이 임금노동자로 생계를 보충할 수밖에 없게 된 뒤부터 가톨릭교회에서 새로 태어난 갓난아기에게 세례를 줄 때 돈에다 세례를 주는 의식을 은밀히 행했다. 부모는 갓난아기가 신부 앞에서 세례를받을 때 1페소짜리 지폐를 들고 있는데 갓난아기의 세례를 빙자해 신부의 축복이 지폐에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 P93

이처럼 돈이 살아 움직인다는 생각, 돈이 신기하게도 더 많은 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마이클 타우시그(1977)는 콜롬비아 사람들의 돈에 대한 생각이 오늘날 우리와 매우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블랙박스와 관련된 그들의 생각이다. - P93

자본주의의 주요 특징은 돈이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돈은 시장에 팔 수 있는 상품에 투자되거나 그런 상품을 만드는 공장에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돈 자체가 돈을 번다거나 돈이 자기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 P93

달리 말하면, 이와 같은 말에는 자본이 본디 스스로 확장하는 특징을 가졌다는 생각이 담겨 있음을 의미한다. 자본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살아 있는 생물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콜롬비아 농민들이 세례를 받은 지폐가 살아서 자신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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