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계약론』은 게다가 하나의 시민종교의 묘사로 끝맺고 있고 또 거기서 루소는 반대뿐만 아니라 중립까지도 용납하지 않는 현대 사회의 선구자가 된다. 사실루소는 현대에 있어 시민적 신앙을 선언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리고 루소는 가장 먼저 시민사회에서의 사형을 정당화하고 주권자의 왕권에 대한 신민의 복종을 정당화한다. - P208
이 신비로운 개념은 생쥐스트가 체포되는순간부터 단두대에 오르기까지 지킨 침묵을 정당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개념을 제대로 전개한다면 스탈린식 재판에 희생된 피고들의 열광 또한 설명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 P208
1789년 혁명이 "성스러운 인류"¹⁰⁸와 "우리 주이신 인류¹⁰⁹가집권하는 원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실격된 주권자가 사라져야 한다. 사제-왕을 살해함으로써 새로운 시대가 인정받게 된다. 그 새로운 시대는 지금껏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108) 베르니오의 말 (원주) 피에르 빅튀르니 베르니오(Pierre VicturnienVernigaud, 1755-1793), 지롱드 당원들의 지도자들 중 하나로 간주되어 처칭되었다. 다음과 같이 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혁명은 사투르누스와 같은것이다. 그것은 그의 자식들을 잡아먹는다." 109) 아나카르시스 클로츠의 말(원주) - P209
그러나 누가 이 일반 의지를 해설하고 누가 판결을 내릴 것인가? 그것은 국민의회다. 국민의회는 그 기원으로 보아 이 일반 의지를 대표하고 있으며, 계시받은 공의회¹¹²로서 이 새로운 신성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회의 판결은뒤이어 인민의 비준을 받아야 할 것인가? 국민의회 내 왕당파의 노력은 결국 이 점을 겨냥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왕의 생명은 이처럼 부르주아-법관들의 논고에서 벗어나 적어도 인민의 자발적 감정과 동정에 맡겨질 수도 있었다.
112) 가톨릭교에서 교리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최하는 주교들의 회의. - P212
만인이 용서한다 할지라도 일반 의지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민들도 전제 군주의 범죄는 지워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희생자가 법에 따라 자신의 제소를 철회할 수 없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이것은 법학이 아니라 신학이다. 왕의 범죄는 동시에 지고한 질서에 반하는 죄가 된다. - P212
생쥐스트의 연설은 단두대로 통하는 출구만 남겨 놓고 왕에게 모든 출구를 하나씩 닫아 버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 계약론』의 전제들을 받아들인 이상 과연 이러한 본보기는 논리적으로 필연적인 것이었다. 이 본보기를 보여 주어야만 비로소 "왕들은 사막으로 달아나고 자연은 권리를 되찾으리라. 국민의회가 보류 투표를 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고, 루이 16세를 재판에 회부할 것인지 아니면 그의 안전에 대한 보장령을 내릴 것인지 아직 예심하지 않았다고 말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 P213
1793년 1월 21일, 사제-왕이 살해됨으로써 의미심장하게도루이 16세의 수난이라고 불렸던 사건은 종결된다. 분명 약하고 선량한 한 인간의 공공연한 살해를 프랑스 역사의 위대한한순간으로 내세웠던 일은 혐오할 만한 추문이다. 그렇다고이 단두대가 절정을 이루는 것도 아니다. 어림도 없다. 그러나적어도 왕의 심판이 그 원인과 결과로 보아 프랑스 현대사로넘어오는 전환점이 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것은 프랑스 역사의 신성 상실과 강생한 기독교 신의 사멸을 상징한다. - P214
혁명가들은 복음서를 내세울 수 있다. 사실 그들이 기독교에 무서운 타격을 가해 기독교는 아직도 그 타격으로부터 재기하지 못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숱한 자살과 광란의 경련하는 상황들이 뒤따른 왕의 처형은 가담자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의식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 P214
덕의 종교
그러나 이렇게 옛 주권자를 처형하는 종교는 이제 새 주권자의 권력을 확립해야한다. 그 종교는 교회를 폐쇄한다. 따라서 다른 하나의 사원을 세우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루이 16세라는 사제에게 한순간 끼얹어졌던 신들의 피는 새로운 세례를 예고한다.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대혁명을 일컬어 악마적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의 이유와 의미를 안다. 그렇지만 대혁명을 연옥이라고 부른 미슐레의 말이 한층 진실에가깝다. - P216
만약 인민이 자유롭다면 인민은 오류를 범할 리 없다. 왕이 죽고 낡은 전제주의의 사슬이 풀린 이상 인민은 그러므로언제 어디서든 진리이고 진리였고 진리일 것만을 표현하게 되리라 인민은 세계의 영원한 질서가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알기 위하여 자문을 구해야 할 신탁인 것이다. "인민의 소리는곧 자연의 소리다.(Vox populi, vox naturae.)" 영원한 원리들은우리의 행동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니 그것은 곧 ‘진리‘요 ‘정의‘요 ‘이성‘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신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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