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파트너인 기기나 씨는 어디 있어? 우리를 배려해준건가?"
"지금은 그 역신 이야기만은 하지 마. 술맛 떨어진다."
의아한 얼굴을 하는 헤로델은 모를 것이다. 드라켄 족의 가구 마니아는 이번 수입을 당장 탕진하러 갔다. - P136

나의 기기나 암살계획 137호. 악수하면서 뇌격 주식을 쓰고 싶은참이다. 지금은 654호까지 계획해놓았다. - P136

"기기나는 생체계 중에서도 강화계를 즐겨 사용하는 검무사야생체 내부에서 고분자를 합성하고 초인적인 근력과 재생능력, 육체 변화를 이루는데 기본적으로는 자기 몸에 작용시켜 검을 휘두르면 끝날 전위(前衛)야." - P136

"반대로 말하면 늘 저 인물을 상대하는 헤로델에게 머리가 수그러든다."
"둘 다 고생하는구나."
나와 헤로델은 동시에 쓴웃음을 짓고 동시에 술잔을 입에 댔다. - P137

"별 의미는 없어. 학창시절에 이렇게 곧잘 장난치던 일이 떠올랐올 뿐이야"
"가유스, 예의라는 말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어? 그건 실제로 존재하는 모양이던데." - P137

헤로델이 서글픈 듯 말하고 손바닥으로 술잔을 문질렀다. 얼음이녹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나를 쫓아낸 란발테 영감은 아직 안 자빠지고 살아있나?"
"2년 전에 학원에 들렀을 때 란발테 교수님은 통풍을 앓고 있는것 이외는 건강해 보였어." - P138

"그러니까 세상물정 모르는 학자는 좋아할 수가 없었어. 남을 시험관과 같은 도구로밖에 안 보다니. 인간으로서 바닥이다."
"그래도 교수님은 그때 일을 후회하셨어. 소중한 것은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고, 연민은 의외로 평범한 것이라고."
그래도 옛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반가웠다. 나는 도중에 떠나버렸지만 헤로델과 다른 학우들의 진로나 결혼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속이 향수로 차오른다.  - P138

헤로델이 심술궂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옛날 이야기라 하니 생각났는데, 둘이서 란발테 교수님의 주인 조성식을 해석해서 만든, 그 두 개의 화학계 주식은 쓰고 있어?"
"제정신이냐?" - P139

지금의 내가 공성주식사로서 충분히 강력하다면 사용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두 가지 주식을 사용할 정도의 위기가 나에게 찾아오는 날이없기를 바랄 뿐이다."
"걸어 다니는 비상식이었던 가스가 그런 따분한 상식을 말하게되다니. 세월은 무서운 거야."
술 탓인지도 모르지만 헤로델의 화제는 너무 들떠 있다. - P139

"그때는 군부의 방침이 올바르다고 생각했어. 내가 사랑하는 것을 빼앗은 라페토데스 7도시 동맹을 쓰러뜨리는 것만이 되갚아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지."
헤로델이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은 아니야. 복수로는 아무도 구할 수 없어. 국가나 세계라는단위에서 봐야 할 일을 그 사람을 통해 받아들여 나는 변했어. 나는 예하가 가리키는 길을 믿고 있어." - P140

"너는 과거를 망각할 수 있었어? 그녀의 시파카의 죽음을...."
내 물음에 헤로델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멀리서 가까이에서 계시파 교회가 울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죽은 이에게, 언젠가 죽은 이가 될 살아 있는 이들을 향해. - P140

검정과 회색만 있는 우울한 풍경, 관 위에 얹어놓은 헤로델과 시파카의 약혼반지의 붉은보석과, 장미 꽃다발의 붉은색만이 인상적이었다.
내 오른쪽에 선 헤로델은 모세혈관이 보이는 충혈된 눈이었다.
장래를 맹세하고 아내가 되어야 할 시파카가 든 관을 응시하고 있다. 흙을 덮을 때도 한시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 P141

그러나 유탄은 시파카를 죽였다. 주식은 어느 나라에서 발사한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시파카를 죽인 주식이 어느 나라 것인지 자세히 조사하면 알겠지만 황국은 조사 결과 불명이라고 발표했다. 그저 무미건조한 조문전보와 조의금이 왔을 뿐이었다. - P141

7 도시 동맹 타파를 부르짖는 애국주의자들이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나랑 동급생들이 쫓아 보냈다. 시파카의 죽음이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헤로델은 말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 P141

헤로델은 실제 화학 주식학에서 수법계의 법정 주식으로 학부를 변경했다. 그리고 군인, 게다가 장교를 목표로 격렬한 기세로학위를 따냈다. - P142

누가 시파카를 죽인 건지 답은 나와 있었다. 자국민이 죽었는데 7도시 동맹을 책하지 않은 것은 그 당시 황국의 상황에서 보면 일목요연했다.
주식은 동맹 측이 쏜 것이었다. - P142

개인이란 세계의 미미한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에직면한 것은 모든 것을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만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반드시 누군가가 행동하고, 혹은 누군가가 뭔가 행동하지 않기때문에 사람이 사는 세상의 사상인과는 이어진다. - P142

그리고 무엇보다 시험하는 것 같은 질문.
"가스야말로 누이인 아레시엘의 죽음을 극복했어?"
나도 도망치듯이 학원으로 향했다. 주식이며 여자며 보클이며 친구들과 소란을 피우는 데 몰두해서 근원적인 것에서부터 눈을 피했다.
아니, 내 경우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다. 떠올려서는 안 된다. - P143

린츠 호텔 13층, 7중 초강화유리 앞에 선 사람 그림자가 있었다.
몰딘 추기경장은 눈 밑에 펼쳐지는 에리다나의 밤거리를 보고 있었다. - P143

몰딘 뒤에는 오디로 짠 양탄자, 명공 토르담의 제자가 만든 의자와 탁자 등 호사스런 가구들이 있었다. 호위하는 기사와 무관의 모습은 없었고 추기경장은 혼자였다.
몰딘의 뒤에 있는 복잡한 조각이 새겨진 장식 테이블, 양탄자에드리워진 그림자도 복잡한 모양이었다. 검은 그림자가 한여름의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 P144

광학 미채 주식으로 숨어 있던 인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두운 회색 옷을 입은 인간이 방구석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제야 와주었나."
뒤에 있는 인물을 돌아보지도 않고 몰딘은 말을 걸었다.
"일곱 별에서 노인이 보낸 사자는 도착했나?"
"사자는 예정대로 내일 아침 도착한다. 자객들은 피리소리에 춤추고 꼭두각시와 사냥꾼을 불러 모았다." - P144

목소리에는 비애감이 섞여 있었다.
"이미 추적자에게는 알기 쉬운 신호를 보냈다. 조만간 발견하겠지."
"계획에 변경은 없다는 거로군."  - P145

"자네는 나에게는 별로 경의를 표하지 않는 것 같군."
한순간 망설이다 그림자가 대답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분이라면 몰라도 너한테 표할 경의는 없다."
"그도 그렇군."
몰딘이 자조적으로 쓴웃음을 흘렸다. 그림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했으나 광학 미채 주식을 발동. 방구석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 P145

문을 열고 들어온 사복 차림 주식 기사가 인사를 하고 실내를 둘러보았다.
"왜 그러나?"
추기경장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물었다. 기사는 실내에 탐사주식을 펼치고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말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혼잣말을 한 거야. 밤의 에리다나에 걸맞은 시를 읊조리고 있었을 뿐이다." - P145

추기경장은 알고 있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 기사를 물러가게 했다.
"이상 없음이라. 린츠의 경비도 소문 정도는 아니군. 오제스 왕가의 주식 기사도 질이 떨어졌어."
몰딘의 입 끝에 쓴웃음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자이기 때문에 솜씨 좋은 정도의 공성주식사 정도는상대가 안 되는 게 당연하겠지."
몰딘은 혼자서 결론을 맺는다. - P146

"지그문트의 무의미하게 속이 깊은 것 같은 시는 이럴 때 쓰면 분위기가 살지."
한자신의 1인극에도 그는 딱히 감개가 없는 듯이 하품을 했다.
창 밖에, 눈 밑에 펼쳐지는 에리나의 광경을 뒤로하고 침실로향했다. - P147

나는 술잔을 기울여 술을 목으로 넘겼다.
위속에서 알코올이 뜨겁게 타올랐다.
"해열제에는 비 스테로이드 항염증제와 아세트아미노펜계가 있는데 부작용이 적은 것은 후자다. 해열제는 염증에 의한 체온 상승으로 숨골을 자극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의 합성을 억제하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은 한정적으로 뇌에만 작용하고 항염증세는 환부에 작용해." - P147

옆에 앉아 있는 줄 알았던 헤로델이 분자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 채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헤로델은 휴대 주신기로 호출해 내일의 호위 계획에 관해서 관계자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가버린 것이다. 잘생각해볼 것까지도 없이 나도 관계자인데 거기에 안 들어가나? 뭐 상관없어. - P148

"여기 있을 줄은 알았지만 임무 중에 취해서 어떻게 할 셈이냐?"
기기나의 환각이 걸어온다.
"드라켄 족의 술잔을 기울이면서 검은 휘두를 수 없다‘는 고마운 말을 네놈에게 가르쳐줬을 텐데."
악몽이 지껄인다. 정말 기기나가할 법한 재수 없는 대사다. 독사념파로 지워야 한다. - P148

"우훗, 기기나 씨, 오랜만이네요. 봐요. 오빠. 여기 공기 있어요.
공기. 갓 따온 생생한 본고장 신선 공기를 지금이라면 30퍼센트 세일로 팔아 죽입니다."
취한 건지 기기나를 자극하고 싶은 건지 마비된 뇌 언어 영역으로는 알 수가 없다. - P149

맛있는 술에 대한 답례로 나는 들고 있던 공기를 내밀었다. 나이든 바텐더는 공손하게 두 손으로 받았다.
"무료로 받을 수도 없으니 가게에 놓아두겠습니다."
"응. 카운터에 놓아두쇼. 다음에 올 때 빨 테니까." - P149

기기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주인장, 이 가게 술을 놓는 장식장은 눈썰미 있는 내가 봐도 근사해, 의자들도 손님 상대 장사라 그런지 부드러운 표정에 매혹적인 모습이야. 오래도록 귀여워해주길."
"감사합니다." - P149

기기가 전파고 나도 전파. 하하, 이건 새로운 전자전이다! 달걀을 숨겨. 삶은 계란이 된다. 생식기도 숨겨 불임이 된다!"
나는 더욱 단말마의 경련처럼 웃으며 기기나에게 끌려 바에서 나갔다. - P150

키 183센티미터는 되는 나보다도 기기나가 머리 하나 정도 큰194센티미터나 되기에 보조가 맞지 않는 2인 3각이다.
"기기나 저능아 전투 편집광. 누가 단단하고 날카롭고 맹독이 칠해진 것을 가져와."
평소엔 할 수 없는 솔직한 악담이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 P150

"항상 버는 것보다 더 쓰고 있어. 가계가 힘들다는 걸 이해해.
엉? 나는 주부인가? 아니, 아니 무슨 황송한 말씀. 저는 그저 길을가던 기기나 절대 반대 근절 박멸 절멸주의자입니다."
기기나에게 악담을 하는 것은 내 권리이며 의무였던 모양이다. - P151

올려다본 기기나의 옆얼굴은 내 말을 거부하고 있었다.
"최초의 망상은 이해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네가 나와 만났을때는 이미 학생으로서의 길은 없었을 텐데. 게다가 가정이 어울리는 남자도 아니야."
그래도 나는 저주를 계속 늘어놓았다. 기기나는 주정뱅이를 상대하는 것이 귀찮은지 무시했다. - P151

건물 모퉁이까지 와서 기기나가 걸음을 멈췄다.
"가유스, 정말로 취한 건가?"
"아니. 취한 연기라고 말해야 기기나도 화를 덜 낼 것 같은데."
내 합리적인 의견에 기기나의 미모가 일그러졌다.
"그럼 계속해." - P151

이상한 관대함에 내 뇌속에서 알코올 주정이 몇 개 날아갔다.
"나와 네놈은 지오르그의 유지와 사무소를 이어받은 파트너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오늘 밤을 기회로 해보는 것도 좋겠지." - P152

이 기기나가 마음을 고쳐먹고 대화하자고 하다니 말도 안 된다.
기기나는 사악하고, 사악함이 기기나라는 건 열역학 제1 및 제2법칙이나 마찬가지로 확실하다. ‘나 자신 학회‘에서 사학적으로 증명된 물리 법칙이다. - P152

논리적인 추리가 내 등골에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기기가 양보하다니 ・・・ 네놈 또 무지하게 비싼 주식구나 가구를 산거지?!"
내 지적에 기기가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얼굴을 돌렸다. - P152

"기기가 무엇 때문에 살아 있는지 모르겠다."
"이유 같은 헛소리를 필요로 하는 건 네놈 같은 약자뿐이다. 유감스럽지도 않지만 나는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어."
기기가 내뱉은 말의 화살이 내 가슴을 관통했다. 분명 내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겠지. 늘 직선적인 말밖에 못 하는 이 남자옆에 있으면 나 자신이 시험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 P153

마이트 과자가게 모퉁이, 다리 앞에 서있었다. 즉 우리는 웨라거리 끝에 있다. 머릿속에서 지도를 펼쳤다.
"가까이에 있는 은신처 중 하나에 가서 아침을 기다리는 편이 좋겠지." - P153

경비회사 제복 차림 남자가 아스팔트에 드러누워 있었다. 손에든 마장검은 반으로 부러져 있었다. 주위에는 주탄의 빈 약협이 흩어져 있다.
남자는 복부의 소장과 간장 모두에서 혈액을 아스팔트에 흘리고있었다. 빨간 머리에 안경을 낀 남자의 눈은 공포로 부릅뜬 채였다. - P154

"또 틀렸나? 어떻게 구별을 하지."
여자는 왼손에 종이를 들고 있었다.
"그럼 어째서 이 자는 나를 공격한 거지?"
혀가 짧다고나 할까, 혀가 감겨 있는 것 같은 말투였다.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기기나도 말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
여자의 녹색 눈동자가 움직여 나와 기기나의 모습을 포착했다.
"그대가 그대들이 내 사랑스런 사람을 죽였나?"
소문에 듣던 말이었다. - P154

여자의 눈이 손에 든 종이와 우리의 얼굴을 비교해본다.
"마침내 찾았다!"
여자의 눈을 본 순간, 등골에 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강렬한 공포심이 일어나 취기가 단숨에 완전히 사라졌다. 소문 이상으로 이 녀석은 위험하다. - P156

그러나 마녀의 호흡은 거칠어지지 않고 떨리지도 않는다. 오른손에 낀 반지가 기묘하게 인상적이었다.
은고리에 라덴 조각이 되어 있고 빨간 보석이 박혀 있다. 내 마음을 흔들어놓는 수상한 빨간 색이었다. - P157

마찬가지로 날려가 낙법으로 아스팔트 위를 구르던 기기나가 보였다. 그러나 금방은 일어서지 못하고 네발 달린 짐승 같은 자세였다.
여자는 추격도 하지 않고 그저 밤의 골목길 위에 태연히 서 있었다.
무시무시한 공성주식사가 눈앞에 서 있었다. 여자는 중력계 공성주식사였다. - P157

중력계는 질량 하한치는 약 1,140억, 상한치는 1,530억 전자트라는 질량입자, 더욱이 중력자에 중력미자를 조종하는 매우 드문 주식사다. - P157

나와 기기나는 일어서서 여자와 마주섰다.
힘의 특성은 단순하게 거리에 반비례한다. 때문에 근접 전투에서는 생체계보다 골치 아픈 상대일 경우도 있다. - P158

방대한 살기가 물질적 압력이 되어 밤바람이 되었다. 소심한 인간이라면 심장이 멎을 정도의 살기였다.
"어디의 누구의 원수란 말이냐?"
기기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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