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을 다 읽었다.
그 다음은 언젠가 읽겠지.

기무라 형사가 의아한 얼굴로 상을 보고 입을 열었다.
"이상 선생님, 선생님 말씀대로 이분들을 모셨습니다. 하지만마지막으로 오시게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이제 선생님 의견을듣고 싶습니다." - P100

"이들이 종로서를 방문하는 건 마지막이 맞을 거요. 왜냐하면내 말이 끝나면 이들은 이곳에서 다시 나갈 수 없을 테니까."
상의 자신만만한 말투에 정병호는 코웃음을 쳤다. - P100

"처음 시체를 발견했을 때로 돌아가 봅시다. 목졸림사, 즉 경부압박질식사에는 보통 손을 이용하는 것과 끈이나 사슬 등 도구를 이용하는 것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소. 이 사건은 특이하게도 두 손으로 목을 조르면서 그 위로 사슬을 두른 흔적이 있어 손과 범행도구를 동시에 사용한 특이한 케이스였지.
(후략)" - P100

"(전략)
그래서 타살 가능성을 두고 백성린과 정병호를 소환하였지만, 이후 발견된 단서 때문에 자살 가능성도 염두에 두게 되었소.
 (후략)" - P101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왜 굳이 그렇게 힘든 자세를 택하여야 했을까? 나는 그 이유를 고 김화영의 노트에서 찾아냈소."
기무라가 발끈한 얼굴로 상에게 소리를 높였다.
"선생, 그렇게 중요한 정보가 있으면 경무국에 건네주셔야 되는 겁니다!" - P101

"하하하, 기무라 형사 그렇게 성낼 필요 없소. 사실 그건 진짜단서가 아니었다오.
(중략)
다행히 야마모토 박사의 도움으로 상황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오. 이 사진을 보시오." - P101

"제가 검시에 참여한 것도 아니니 정확히는 말할 수 없습니다. 흑백사진으로 보면 검은색 물이 든 자국 같기도 하고 작은 돌멩이나 쇠에 눌린 자국 같습니다. 미루어 짐작하기에 시신의피가 굳은 후에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외부에서 온 물리적 흔적인데, 피가 몰려 검은색 반점을 형성하였다기보다는 글쎄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 P102

"여기서 아주 평범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소. 범인은 왜 다시돌아왔을까? 범행 도구인 쇠사슬을 가져가려고 왔던 것일까?
이 문제는 정병호 군이 답을 말해주었소. 쇠사슬은 자신이 가져갔다고 말이오. 단지 쇠사슬만 가져갔다고 하였지. (후략)" - P103

"아니요. 거기에는 의도가 있소. 자살로 보이고자 한다면 어떤 증거가 남아 있어야 할까, 범인은 거기에 생각이 미쳤소.
(중략)
왜냐하면 김화영은 자신들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자살극을 위조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두 손을 사슬 안에 끼우고 사슬 끝은 나무에 걸고 몸을 늘어뜨려 자살하는 형태를 취한다. 마침 나무에는 버티고 올라갈 바위들도 제법 있다. 상황은 안성맞춤이 된다.
(후략)" - P103

"(전략)
그런데 범인은 김화영을 자신의 손으로 목 졸라 괴롭히다가 죽음에 이르게 하고서는 유유히 사슬을 가지고 떠났지. 사슬을 한강에 버리고 집으로 가려다가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된 거요. 바로 그것은 손등의 자국이지. 손에 사슬을 두르고 자살하였다면 분명 손등에 사슬 자국이 있어야 하오. 하지만 있을리가 없지.
(중략)"
정병호가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상을 보다 시신 사진을 가리키고 소리 질렀다. - P104

"이것이 과연 사슬 자국일까?"
상은 정병호와 백성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 P104

"나는 눈이 아주 좋은 편이오. 저 못난 모양의 안경을 쓴 구보에게 미안할 정도지. 하하. 게다가 눈썰미도 어찌나 뛰어난지!" - P104

"자아, 이 부분이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것이지.
(중략)
 손등 위 시반은 네모난 모양이오. 아주 특이하지. 게다가 이 가운데 부분에 펜촉 모양도 새겨져 있다!" - P105

"사슬은 없소. 이미 한강에 버렸으니까. 나는 정병호 군이 차를 몰고서 한강까지 가서 버렸다고 한 증언을 믿소. 
(중략)
 자살계획서대로 자살하였다면 손등에 있어야 할 사슬 자국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범인은 범행을 완전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돌아가 그녀의 오른손을 위로 가게 포개어 그 위에 벨트를 꽉 동여맨 뒤 시신을 엎드리게 한 것이오.
(중략)
 그는 의도한 대로 시신의 손등에 자국을 내고는 굳은 시신을 다시 돌리지 않고서 벨트만 회수하여 돌아갔고, 시신은 손등에 펜촉 모양의 버클 자국으로 범인을 알려주었소, 흑백 사진으로 우리가 손등의 시반이라고 추정하였던 것은 그냥 단순한 멜트 버클이 새겨진 흔적이었소. 피가 굳은 상태에서도 벨트 버클의 자국은 남으니까." - P105

기무라가 얼른 정병호의 상의를 걷어 젖히고 그의 벨트 버클을 확인하였다.
"정병호, 너를 김화영의 살인 혐의로 체포하겠다."
"안돼! 나 혼자 한 게 아니야. 이 모든 것은 성린이도 같이 공모하였어!" - P106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네.
(중략)
 문학회에서 만난 정병호와 백성린 그 둘이 이런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란 걸 어떻게 직감했나?
(중략)" - P106

"우선 첫 번째, 학사 가운을 묶는 그들의 손놀림이 특이하더군, 
(중략)
 그런데 그들은 뱃사람 매듭, 끈이쉽게 풀리지 않게 하는 특이한 방법으로 학사 가운을 묶더군.
(중략)
  그곳에 누군가를 결박해본 이가 있다 추정하면 그자들이 가장 의심스럽지.
 (중략)"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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