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와 ‘통고‘. 좀 고지식해보이는 단어.

12월 2일, 나는 승진이 인가되었다는 통고를 받았다. - P94
나는 로라의 유괴에 <나락의 아이들>이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단 하나라도 머리에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버블 데이>에 수태한 뇌 손상 환자의 납치는 그들의 범죄 전력에는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달리 뚜렷한 용의자들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선례가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이 부조리한 범죄에서 <나락의 아이들>의 냄새가 난다는 점은 부정할 길이 없다. - P99
나는 테러리스트들, 특히 <나락의 아이들>을 상대할 만큼의 보수를 받고 있지는 않다. 놈들은 고맙게도 내 목숨을 다시 노릴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만(마치 실패를 아예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이 방침은 운 좋게 놈들의 마수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듯했다) 놈들에게 또다시 내 존재를 부각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P100
그래, 로라는 <버블 데이> 혹은 그와 가까운 시점에 수태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정보일까 무의미한 잡음일까? 전 세계의 경찰 당국은<나락의 아이들>이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것들, 이를테면 날짜, 수비학, 행성들의 합 따위 -목록은 이런 식으로 지겹게 이어진다―를 주야로 추적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했지만, 결과는 언제나똑같았다. - P100
<나락의 아이들>의 멤버가 로라의 수태일이 언제인지를 알게 된다면, 그녀의 유괴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것을 그들이 유괴에 관여되었다는 증거로 간주한다는 것은 바보짓이다. - P101
나는 이 곤충을 프로그래밍하기 위한 전용 모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상자의 두번째칸에는 구식의 순차적 소프트웨어가 든 ROM 칩이 있었다. - P102
고로, 기묘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지금처럼 순차적 소프트웨어가 가득 들어찬ROM을 필요에 따라 로딩하는 것이 유일한 실제적 대안일 때도 있는것이다. - P103
나는 머릿속의 메뉴에서 내가 원하는 습성 패러다임들을 골라냈고, 프로그램이 그것들을 모기의 신경 스키마용 언어로 인코드할 때까지 5분을 기다렸다. 그러고는 신호의 발신 강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손바닥으로 상자를 덮고, 모기의 조그만 뇌에 내 명령을 때려 넣었다. - P103
지하철역으로 가는 도중에 지나간 거리는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한산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에서 음식을 파는 장사치들이김을 내뿜는 손수레 곁에 서 있었고, 손님들은 자동판매기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그러나 아무 냄새도 안 나는 홀로그램 광고를 무시하고이들 손수레 주위로 몰려들었다. 나도 국수를 한 봉지 사서 먹으면서걸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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