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홍콩의 건국일은 2029년 1월 1일이다. 그로부터 18개월 전, 그러니까 홍콩의 중화인민공화국 편입 30주년이 되던 해에, 기본법 정지에 항의하는 홍콩 시민들의 데모가 무력 진압되고 반대 의견이 탄압받으면서 불법 출국자의 수가 급증했다. - P64

그러나 해외 투자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대량의 자금이 홍콩으로 유입되었다. 이것은 인도주의와는 무관하며, 당시의 세계 경제 상황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잉어 자산을 흡수해 줄 프로젝트를 찾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산업 인프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겠지만, 뉴홍콩은 번영을 구가하는 동남아시아의 산업 중심지와 지리적으로 충분히 가까웠기 때문에 이들의 공학적 전문 기술과 남아도는 생산능력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 P65

그 이래 수십 년 동안 베이징에서는 정치적, 경제적 개혁이 주기적으로 일어났고, 그것들은 언제나 체제에 환멸을 느낀 유능한 중산 계급의 유출로 끝을 맺었지만, 해외에서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단 한 군데밖에는 없었다. 중국이 점점 더 가난해지고, 고립화하는 동안, 뉴홍콩은 점점 더 번영했다. 2056년에 뉴홍콩의 국내총생산은 오스트레일리아의 그것을 초과하고 있었다. - P66

돈이나 데이터가 조세를 피하기 위해 편의상의 국적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언제나 부조리하게 느껴지지만, 법률은 그렇게 빨리 바뀌는 것이아니기 때문에, 이곳의 무간섭 방임주의적 laissez-faire 법규에 매력을느낀 수백 개의 다국적 기업이 본사를 뉴홍콩으로 옮겼다. 설령 기업본체가 궤도상의 슈퍼컴퓨터들 사이를 흘러 다니는 비과세 데이터의물결로 무형 법인화되는 날까지의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 P67

오존층 파괴를 야기하는 물질의 단계적 사용 금지는 몇십 년 전에 달성되었지만, 성층권은 지금도 오염된 채로 남아 있다. 그리고 매년 봄마다남극 상공에서 확산되는 ‘구멍‘은 여전히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끼치고, 위도와 암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는다. 남반구 온대의 햇볕 쪽이 열대의 그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이다. - P68

바닥에 깔린 빨간색과 황금색융단과 다빈치의 스케치를 묘사한 거대한 벽화가 눈에 띈다. 뉴홍콩에서 싼 숙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푼도 없는 배낭여행자들에게는아예 비자를 내주지 않는 것이다.  - P68

호텔 방 자체는 돈을 물쓰듯 쓰고 있다는 내 기분을 조금은 완화해 줄 정도로는 작았고, 창문 밖으로도 <액슨> 본사 건물의 벽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건물 벽면을 우아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액슨>에서 발매된 각종 베스트셀러 신경 모드의 상품명들이었다. - P69

 사실, <액슨>은 ‘잠재의식학습 도구, 즉 잠재의식이 ‘직접‘ 받아들인다는 메시지를 기록한 영상이나 음성 테이프의 판매 회사로부터 성장해 온 회사지 않은가? - P69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뒤늦게 모든 뇌내 시계를 1시간 반 앞으로 당겨놓은 다음, 침대 위에 앉아 인구 1,200만의 도시에서 정확히어떤 식으로 로라를 찾아낼 것인지를 결정해 보려고 했다. - P69

닥터 팽글로스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정보 수집가다. 표면상으로는 보호받고 있는 정보를 훔치는 벨라와는 달리, 팽글로스는 합법적으로, 이론상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물론 이것은 헛소리다) 정보를단 몇 달러의 요금을 지불하고 키를 몇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찾아준다. 파우더를 뿌린 가발을 쓴 점이 있는 팽글로스의 가면은 나로 하여금 언제나 볼테르라기보다는 몰리에르를 떠올리게 하고, 그의 악센트는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의 무대에서나 들을 수 있는 것이지만,
조사 기술만은 트집 잡을 곳이 없다. - P71

벨라에게 전화를 걸어서 현재 제약업자들의 목록을 건네고, 최근석달동안의 배송 기록을 입수해 달라고 했다.
"5시간" 그녀가 말한다. "패스워드는 ‘녹턴‘이야." - P71

‘내 생일이 아냐, 바보, 로라의 생일로 점을 보란 말이었어."
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어깨를 움츠렸다. 지금 논쟁해 봤자 무의미하다.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힐게만 병원의 환자 기록이 들어 있었다. 로라의 생일은 2035년 8월 3일이었다. - P75

캐런은 사라져 있었다. 예언을 읽어보니, 결국 일에서 성공하고 연애에서는 수많은 시련을 겪은 끝에) 행복해진다는 얘기였다. 나는 종이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호텔로 되돌아갔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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