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생한 버그, 뭔가 좀 두렵다.
이 구절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라퓨타‘를 생각나게 한다. 햇빛을 오이에 보관시킨다고 말을 한 그 구절 말이다.

"베텔게우스 제4행성에는 오이가 자랐어. 게다가 당신 얘기처럼 달빛으로 재배한 것도 아냐. 우선 베텔게우스 제4행성에는 달 따위는 없어. 그것만으로도 명백하지 않나." - P46
일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따분했다. 그래서 지난주에 우주선의 송신기 앞으로 가서 뇌의 송과선에서 뻗어 나온 고전극에 도선을 연결했다. 도선은 그의 기도를 송신기로 보내서 인접한 중계 네트워크에 전달했다. 이 기도는 향후 며칠동안 은하계를 돌아다니면서 언젠가는-희망컨대-신의 세계중 하나에 도달할 것이다. - P13
(생략) 저는 아무 쓸모없는 예비 모듈에 불과합니다. 뭔가 조금 더 창조적이고 재미있는 직업을 찾아주실 수는 없을까요?" - P13
"볼치프" 주임이 벤의 칸막이로 들어오며 말했다. "전근 명령이 떨어졌어. 거참." - P14
"언제 떠나면 될까요? 당장?" 현재 주어진 업무에관한 불만을 주임에게 감춘 적은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더욱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 P14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나 해, 자기 문제는 밖의 도움을받지 않고 자기 힘으로 해결하는 편을 선호하거든. 하여튼 자네 전근 명령은 유효하네." - P14
"우주선에 있는 노우저noser 한 척을 타고 가도 되네. 대금은 은화로 3달러야." - P14
"오늘 빈 시간이 좀 남아 있어?" 벤은 주임 통신사에게 물었다. "기도를 하나 더 올리고 싶은데, 바쁜 사람들 시간을 뺏기도 뭐해서." "그런 것까지 보낼 시간은 없어." 주임 통신사가 말했다. "어이, 지난주에도 기도 하나를 보내게 해줬잖아.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 P15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마침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 그것도 가장 절실할 때 말이다. 여기에 몇 주 더 있어야 했다면 과거의 개탄스러운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또 술독에 빠졌을 것이다. - P15
내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야. 별다른 대책을 취하지 않고 놓아두었다면 아마 나를 배의 독방에 처넣어야했을 거고, 지금쯤 거기 있는 지금 거기에 몇 명이 갇혀 있더라? 하여튼 거기 있는 녀석들과 함께 썩고 있었을 것이다. 열명쯤 될까. 이렇게 큰 배에서는 그리 많은 인원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 P15
제례는 제대로 치러야 한다. 벤은 약간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예의 그 책을 꺼내 왔다. A. J. 스펙토프스키가 쓴 『나는 액가 시간을 활용해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났고, 당신 역시 그럴 수 있다』였다. - P16
"신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다. 신이란 스스로를 실체화한최초의 가장 자연스러운 존재 양식이다." - P16
"힘의 원이 커질수록 신의 선함과 예지는 약해졌기 때문에 가장 큰 원 주위에서 그의 선함은 약했고, 그의 예지도 약했다. 그 탓에 신은 ‘형상 파괴자‘를 미처 관찰하지 못했다. ‘형상파괴자‘는 신의 형상 창조 행위에 의해 탄생했지만, 그 기원이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를테면 첫째, 그가 처음부터 신과는 별도의 존재였고, 신의 창조물이 아닌 고로 신과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창조한 존재였는지, 혹은 둘째, ‘형상 파괴자‘가신의 한 국면인지의 여부를 단언하는 것은 불가능--" - P17
마흔둘이라. 벤은 자기 나이를 떠올릴 때마다 줄곧 놀라움을느꼈고, 그럴 때마다 멍하니 죽치고 앉아서 다시금 놀라움을곱씹으며, 과거의 그 젊고 날씬했던 이십대 청년은 어디로 갔는지 고민하곤 했다. - P17
마음의 눈으로 본 자신은 여전히 젊었지만, 사진에 찍힌 모습을 볼 때마다 낙담하기일쑤였다. 전기면도기로 수염을 깎기 시작한 것도 욕실 거울에비친 자기 모습을 보기 싫어서이니 알 만하지 않은가. 누군가가 자신의 진짜 육체를 빼앗아가고 이런 것으로 바꿔치기했다고 몽상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빌어먹을. - P18
묘하게도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계속 틀었다. 7번에 마음을 내준 것은한참 뒤의 일이었고, 여정의 마지막 몇 달에 이르러서야 발작적인 흥분 상태에 빠져 충성의 대상을 9번으로 옮겼다. 이후 그는 꿋꿋이 지조를 지켰다. - P18
아냐. 그는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어! 행동에 나서서, 뭔가를 달성하고 싶어. 그런 욕구는 매년더 절실해졌다. 그리고 매년 희망은 점점 멀어져가기만 했다. ‘조유신‘의 힘은 무엇이든 새롭게 바꿔주는 것이 아니던가.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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