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의 자판기 앞에 있던 사람을 직업상 신경 쓰고 만다. 그렇다 해도 나는 남의 연애사를 조사하거나 개와 고양이의 행방을 찾는 것이 업무의 전부라서, 관찰벽이 도움이 되는 국면은 거의 없지만, 현실 속의 탐정은 살인사건 따윈 다루지 않는답니다. 그것은 경찰이 할 일이다. - P106
이번에는 토우키가 던진 질문이 평소보다 한층 더 이상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더욱 신경 쓰고 말았다. 그 학생풍 청년은 갱도에서 표고버섯 재배에라도 힘쓰고 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 P106
"호오, 루이지보다 대상 연령이 높은 로리콤이네.‘ "정밀도가 엉성한 연하 취향인 셈이지." - P107
카드키를 빼자, 바로 토우키가 문고리를 비틀며 문을 잡아당겼다. 문의 경첩이 희미하게 삐거덕거렸지만, 문은 수월하게 열렸다. 열린 문을 내가 손으로 잡고 있는 동안 토우키가 들어갔다. - P107
흔히 볼 수 있는, 푹신푹신 침대에서 폴짝폴짝 뛰어 부침(浮沈)을 거듭하며 먼지가 푸학, 하고 피어오르는 것을 기대한 모양인데, 이 방의 침대는 그것에 적합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 P107
두랄루민 소재로 만들어진 007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동작 중간에 문득 시야에 들어온 창문을 쳐다본다. 창밖에 푸른 하늘은 없다. 정면에 위치한 빌딩 모양의 건물이 칙칙한 시가지의모습으로 유리창을 점령하고 있었다 - P108
엎드린 자세로 누워, 포갠 손등에 턱을 얹은 토우키가 예정을물어본다. 나는 기지개를 종료하고 머리를 두 번 정도 좌우로 흔든 다음 대답했다. - P108
"음." 대답을 망설이며, 가방에서 신칸센에서 읽던 소설을 꺼내 표지가 꺾이지는 않았는지 가볍게 확인. 높이를 눈높이에 맞추고 수평으로 한 다음・・・ 이 정도면 괜찮겠지. - P109
"루이지는 다방면에 걸쳐 시간을 지켜 본 적이 없으니까. 가끔은 기대해 주는 거야." - P109
. 평소에 늘 머리에 얹고 다녀서 그런지 몸의 일부처럼취급하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 자신의 머리가 붙어 있는지 매번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은가? 내게는 모자가 그런 존재다. - P109
모자를 일단 벗고 머리를 흔든다. 거울을 이용하지 않고 빗 대신 손으로 적당히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 P109
"토우키, 불 안 켜도 괜찮겠어?" "안늦을 거지?" "그거야, 데이트 약속도 했으니까." "그럼 필요 없어. 아마 밖에도 안 나갈 거고." - P112
이번 일감은 소설가 킷카와 에이지의 외도 조사. 의뢰인은 연인을 자처하는 20대 여성. 킷카와 에이지는 호텔에서 지내며, 이미 한 달 가량 여기에 체류하고 있다. 사전조사로 투숙하고 있는 방 번호도 이미 판명되어 있다(뭐, 의뢰인한테서 들은 것뿐이지만). - P112
망설이면서도 ‘1707‘ 호실을 향해, 나는 융단을 발꿈치로 힘주어 지르밟으며 걷기 시작했다. ...자.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되나? - P113
암벽등반이란 것은 체험해 본 적이 없지만 바로 이런 느낌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스릴에 대해 내가 느끼는 바는 공포뿐, 매력을 체감하지는 못하겠다. - P114
말썽이 수그러들 때까지 외벽에서 가만히 참고 있다가, ‘1701‘ 호실로 돌아가 재빨리 철수한다, 라는 선택은 내 담력과 손가락과 다리가버텨 줄 것 같지 않아 불가능했다. 손바닥에 배어나는 땀이 목숨을 갉아먹고, 53년이라는 세월 동안 지칠 대로 지친 신경은 자극에 대해 마비를 호소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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