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은 뿌연 안개에 잠겨 있다. 간밤에 내린 비로 거리에는차가운 습기가 가득하다. 경성은 항상 이방인의 거리처럼 보인다. 아침이면 활기찬 상인들이 가게 문을 열어 손님을 부르고화려한 백화점과 고급 상점들이 늘어선 가운데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부와 고급 포드 승용차가 뒤섞이는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거리이다. - P9

새롭게 태어나는 거리 뒤편에는 화려한 경성과는 거리가 먼하루가 또 시작된다. 청계천변에 나와 빨래를 두들기는 여인의손은 빨갛다 못해 얼어 터져서 둥글게 부풀어올랐다. - P9

오늘도 어김없이 구보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 경성의 하늘로 솟아오른다. 청계천변에 위치한 구보의 집에서 종로 보신각인근 태평통(현재의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중앙일보 사옥까지는걸어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상섭과 약속한 10시가 되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 P10

홑적삼 위로 와이셔츠를 갖춰 입고, 그 위에 조끼와 서양식코트를 입었지만 어딘지 어색하였다. 낡은 모직 단벌 바지 위로는 자그마한 구멍이 보일 듯 말 듯했다.  - P10

. 붉은색 벽돌 건물의 신문사, 그 안에 들어가면 편집실, 기자실, 회의실, 사장실 등 여러 방이 있지만 구보에게 약속된 공간은 회의실뿐이었다. - P10

. 구보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고개를 젓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일층 로비의 타일을조심조심 밟으며 타 일 사이마다 나있는 금을 밟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 P11

"회의실이 어디입니까? 염상섭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
-1-1 1 111 귀이지 - P11

소년은 고갯짓으로 이층 계단을 가리켰고, 구보는 답례로가볍게 목례를 하였다. - P11

. 문단의 대선배들이 자신을 점찍어 구인회 회원이 되라고 권유한 사실에 속으로흐뭇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점잔을 빼고 앉아 있느라 힘이 들었다. - P12

아직도 시간이 안 되었구나, 빈 회의실을 혼자 지키기가 겸연찍은 구보는 탁자 가운데 뻥 뚫린 구멍에 들어앉은 양철 난로에 손을 갖다 대었다. 석탄이 부실한지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위에 있는 주전자도 미지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P12

자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앞머리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 P12

그러고는 나무 지팡이가 먼저 들어왔다. 손 - P11

일본인인가 하는 의문도 잠시 구보가 주춤거리며 일어나는사이에 그는 짤막한 나비넥타이를 고쳐 매며 자리를 잡아 앉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가 구인회가 모이는 곳이오?" - P13

"나는 김해경이라 하오. 남들은 이상이라고 합니다만."
"아! <오감도>를 쓰신 분 아니신지요?" - P13

"됐소! 거기까지 난 생각 없이 쓴 것이오. 어서 좀 앉지 앉은사람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구보는 상의 말에 기가 팍 죽었다. 생각 없이 쓴 것이라니……… - P14

"그 그러게요 저도 염상섭 선생님이 연통을 주셔서 오기는했습니다만, 구인회 입회를 위해서는 선배님들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해서 굉장히 긴장하고 있습니다." - P14

"제가 조만간에 연재소설을 하나 들어갈지도 모르는데, 그 일이 끝나면 제 자리를 이을 분으로 소개해드리죠. 그나저나 이선생 같은 분이 왜 굳이…………." - P15

<오감도> 때문에 일도 끊기고 해서 목에 거미줄이라도 쳐야될 형편이오. 소설을 들어간다, 그렇다면 삽화가가 하나쯤은 붙을 터인데? 그 자리라도 알아봐주겠나?"
"예? 하지만 삽화가가 따로 있을 텐데요?"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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