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게임이 있습니다. A는 1억 원을 딸 확률이 100%인 게임이고, B는 1억 원을 딸 확률이 89%, 5억원을 딸 확률이 10%, 아무것도 따지 못할 확률이 1%인 게임입니다. 당신은 어떤 게임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사람들은 5대 5의 비율로 A와 B를 선택하겠다는 대답을 내놓습니다. - P13
이때 모든 사람들이 A를 선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억‘을 ‘조‘로 바꾸는 것입니다. - P13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1억 원을단돈 100만 원으로만 바꿔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A를 선택한다는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B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월등히 높습니다. 왜 우리는 돈에 있어서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 아닌 ‘모험적‘일까요? - P14
다음 게임을 살펴보면 그 답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C는1억 원을 딸 확률 11%와 아무것도 따지 못할 확률 89%의 게임입니다. D는 5억 원을 딸확률 10%와 아무것도 따지 못할 확률이 90%인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서 C를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 P14
게임 C와 D는 A와 B에서 각각 1억 원을 딸확률을 89%씩 뺀 것입니다. A와 B에서 똑같은 양을 빼낸 것이 C와 D인 셈이죠. 계산 대로라면 A를 선택했던 사람은 C를 선택해야합니다. 그런데 그럴 이유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 P14
이는 인간이 일관적일 필요가 없으며 일관적이면 오히려 이상한 존재라는 것을 뜻합니다. 인간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인 셈입니다. - P15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그렇다면 우리 생각의 본질은 어떻길래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 P15
2016년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컴퓨터인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승 4패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그러자 인간의 실패로 인한 인류 재앙까지 우려하기 시작했습니다. - P15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이미 1997년에 기계와의 대결에서 쓰다쓴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 P15
2011년에는 왓슨이라는 컴퓨터가 미국의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무려 74회 연속으로 우승한 켄 제닝스ken Jennings를 물리치고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 P17
이를지켜본 결과, 인간에게는 매우 경이로운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잠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무엇일까요?" "과테말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는 무엇일까요?" - P17
지금 당신 역시 모른다고 대답하거나 생각했다면, 인간의 위대하고, 놀랍고,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인간의 특별한 능력은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 P17
컴퓨터는 알고 있는 것을 대답하는 것보다 모른다고 대답하는 데 반드시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 P17
그런데 우리 인간은 모른다는 판단을 1초 안에 할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은 ‘안다‘는 것에 있어서는 이미컴퓨터에 졌고, 앞으로도 이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에 있어서는 영원히 컴퓨터를 이깁니다. - P18
모르니까 찾아보면 되고, 모르니까 포기하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면서도 무한한일을 할 수 있습니다. - P18
우리 안에는 또 다른 나, 그리고 내 생각을 보는 더 높은 생각이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메타인지‘라고 합니다. 내 안에서 나의 능력과 지식, 그리고 내가 아는 앎의 정도를 모니터링하는 것이죠. - P18
메타인지는 입력된 정보가 나와 ‘친한가‘, ‘친하지 않은가만 확인하기에 재빨리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 P18
사실 우리는 어중간하게 친한 정보를 오히려 더 어려워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영국 총리 이름을 물어보면 곧바로 모른다고 대답하지 않습니다.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 ‘브렉시트‘ 등 영국에 관해 어중간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P19
지금껏 당신이 평생 살아가면서 1만 번의 실패를 맛보았다면 그중 절반은 자신의 메타인지에 속은 결과입니다. - P19
인간이 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는 것도 이 메타인지 때문입니다. 일이든, 사람이든, 기계든, 공부든 자주 봐서 친숙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아는 것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 P19
갑자기 자동차가 고장나면 남자들은 자신 있게 보닛을 열어봅니다. 금방이라도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아채고 고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이럴 때는보험사를 부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처입니다. - P19
우리나라에서 이런 실패가 잘 일어나지 않는 유일한 곳이 바로 제주도입니다. 렌터카가 훨씬 많은 그곳에선 대부분의 자동차와 운전자가 친하지않습니다. 그들은 자동차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보험사에 전화를걸어 더 큰 실패를 미리 방지합니다. - P20
지금부터 메타인지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커닝‘이라고 크게 다섯 번만 외쳐보세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은 누구일까요?" 정답은 워싱턴입니다. 링컨이라고 대답했다면 메타인지에게 속은 것입니다. - P20
이번에는 ‘다섯 개라고 크게 네 번만 외쳐보세요. "리어카의 바퀴는 몇 개일까요?" 네 개라고 대답했다면 이번에도 실패입니다. 리어카 바퀴는 두개입니다. - P20
이처럼 우리가 무언가에 5초만 친숙함을 느껴도 메타인지는 고집을 부립니다. - P20
하지만 능력과 실패라는 동전의 양면 같은 메타인지를 한번 건드려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초등학교에 가서 3학년 1반부터 4까지 똑같은 재료를 주고 30분간 똑같은 일을 시킵니다. 그러면 네반 모두 비슷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 P21
우선 1반에 가서 그림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도형을 주고 각자 마음에 드는 것 다섯 개를 골라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독특한 형태의도형에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뒷감당이 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 P21
이번에는 2반에 가서 말의 간격만 살짝 벌려줍니다. 마음에 드는것 다섯 개를 고르라는 말만 하고 교실을 나갑니다. - P21
1반 아이들은 잘 고르지 않았던 특이하고 재미있는 형태의 도형을 제각각 고릅니다. 그때 다시 교실로 들어가지금 고른 것으로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들라고 합니다. 한숨을 쉬거나 곤란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이 보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골랐기 때문에 비슷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 P22
3반에서는 도형을 커튼 뒤에 가려놓고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1반과 2반에서 했던 말의 순서를 거꾸로 합니다. 먼저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든다면 무엇을 만들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 P22
이야기를 들은 다음 커튼을 올리고 조금 전에 너희들이 말한 것을 여기 있는 도형 다섯 개를 골라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 P22
4반에서는 3반과 같은 과정을 거친 뒤 다섯 개를 고른 아이들에게 옆 사람이 고른 것과 바꾸라는 하나의 과정을 추가합니다. - P22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평범한 초등학교의 3반 4반 아이들이 만든 결과물은 매우 창의적입니다. - P22
우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머리가 좋은 것과 같다고 여깁니다. 머리가 좋은 것은 IQ가 높은 것이라고 합니다. 메타인지는 IQ보다 훨씬 무서운 능력입니다. - P23
거창한 목표를 말하거나 생각한 뒤에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도구를 받았습니다. 이때 그들이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무엇일까요? ‘도구를 낯설게 보는 것입니다. - P23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또 한 번 큰 착각을 합니다. 인간은 거창한 꿈을 꾸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나 재료, 행위도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착각은 일상에서도 흔히 일어납니다. - P23
자신의 목표와 행동의 크기를 일치화시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착각적 통제감‘이라고 말합니다. - P24
실제로 메타인지가 무언가를 낯설게 보지 않고 익숙하다고 여기는 순간 우리는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인간의 역사를 살펴봐도 우리가 그 대가를 많이 치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 P24
당시 운송수단을 만들던 전문가들이 증기기관을 손에 쥐기 전까지 가장 익숙했던 것은 마차였습니다. 그들은 인류사를 바꿀 새로운 물건을 가지고도 낯설게보지 않고 자신에게 익숙했던 것에만 미련을 둔 나머지 마차도 아니고 증기기관차도 아닌 실패작을 만들어냈습니다. - P25
한 가지 사례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최초의 연필은 1565년에 발명됐습니다. 연필은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인 필기구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우개는 1770년이 되어서야 발명됨니다. 연필을 발명해 놓고도 무려 100년이 넘도록 지우지 못하고 조심히 써온 것입니다. - P25
더 가슴 아픈 것은 연필과 지우개, 이 두 가지가 만나는 데에만 100년이 더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 P25
우리는 모두 지혜를 가지고 있다, 활용하지 못할 뿐
1930년대 활동한 카를 딘커Kart Duncker라는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풀기 어려워하는 문제를 만들기 좋아했습니다. - P25
위에 악성 종양이 있는 환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시경이나 개복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입니다. 유일한 치료법은 최근에 개발한 레이저를 몸 바깥에서 안쪽으로 쏘는 것입니다. 문제는 레이저로 위의 종양을 제거하면서 중간의 다른 신체 조직도 파괴되어 종양을제거하는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을 정도로 레이저를 약하게 쏘면 종양이 제거되지 않습니다. 이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 P26
정답은 약한 레이저를 여러 군데에서 쏘는 것입니다. 레이저 하나하나는 모두 약하지만 여러 곳에서 쏘아댄레이저가 위장에서 하나로 합쳐지면 다른 신체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종양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 P26
우리나라 대학뿐 아니라 외국의 수많은 대학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단 10%에 불과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강연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여러 방향에서 병력을 분산해 동시에 요새를 공격해서 함락시키는 3분짜리 동영상을 보여주었을 때의 결과입니다. 동영상을 다본 뒤 10분쯤 지났을 무렵 학생들에게 레이저로 종양을 정리하는 문제를 내면 30%가 문제를 해결합니다. - P26
이것이 바로 불과 20년 전에 심리학자들이 알아낸 지혜와 지식의 차이입니다. 지식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새로 배워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반면 지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 단서가 이미 내 머릿속에 있지만 다른 영역에 있기에 그걸 가져와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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