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아는 현실에서 격리된 상황. 양아치들의 뇌는 더 큰 혼란에 빠졌다. 달아나지도 못한 채 몸은 조금 전까지의 지령을충실하게 따르려 할 뿐이다. 나이프를 쥔 리더는 악몽을 꾸는표정으로 눈앞의 ‘그림자‘를 향해 나이프를 휘둘렀다. 한순간의틈을 놓치지 않고 ‘그림자‘ 의 복부를 향해 용수철마냥 나이프를 찔러 넣었으나ーーー. - P40
칼날에 부딪힌 검고 날카로운 덩어리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 P40
그것은 ‘그림자 자신의 키에 필적할 만큼 거대한ー‘양 날의 낫‘이었다. - P41
-칸라 님이 입실하셨습니다. 《튕겼어용. 오늘따라 회선도 나쁘고 하니 이제 그만 잘래용.》 [즐꿈.] [하던 말은 어쩌고요? 도타 횽은・・・] 《담에 이야기할게용. 후후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 P43
그후 리더가 어찌 되었는지는 모른다. 몹시 비현실적인 광경을 본 다음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수 있을 만큼 대담한 성격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금 전에 본 거대한 낮의 모습이 눈에띄지 않았다. 역시 환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만, 무엇이 어찌됐든 지금의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 P43
"저기 저기요. 잠시만요자... 잠시... 잠시시시시, 마, 마요." 자신의 입에서 패배자나 쓸 것 같은 경어가 튀어나온다. 현재 자신의 신변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이해가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기는 했으나, 본능적인 공포로 그의 의사를 각성시키는 데에는 간신히 성공했다. - P44
그만한 각오는 되어 있고, 실패하지 않게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며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눈앞의 ‘그림자‘는 완전히 예상밖이었기에 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가장 좋은 방법 같았던 도망이라는 수단도 어이없이 막힌 지금, 양아치는 급기야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 P44
‘그림자‘는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게 대응하는 양아치를 보며말없이 서 있었다. 무언가를 찾는가 싶더니 별안간 그에게 등을돌리고는 주차장 안에 있는 한 대의 트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P45
그것은 양아치가 ‘작업‘에 쓰는 차였다. 상대의 의도는 알 수없지만 이 ‘그림자‘는 자신들을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 저것말고도 차들이 여러 대 있음에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신들의 차로 다가가고 있지 않은가. - P45
-이봐, 잠시만 안 돼, 안 된다고! 의중을 알 수 없는 ‘그림자‘ 의 행동 때문에 양아치는 간담이서늘해졌다. 지금까지는 눈앞의 그림자‘에 대한 공포로만 가득했으나 이제는 그에 더해 완전히 다른 공포마저 솟았다. - P45
눈앞의 비현실적인 공포, 또 하나는 몹시 현실적인 공포. -저 트럭 안을 들켰다간 경찰은 둘째 치고 자칫했다간 처분되고 만다고! - P46
목표인 트럭까지 10미터가량 남았을 때 ‘그림자‘는 조용히 멈춰 섰다. 뒤에서 희미하게 들려온 차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 그것을알아차리고 뒤돌아봄과 동시에 요란한 엔진 소리가 주차장 안에 울려 퍼졌다. - P46
직전까지 끌어들이고 나서 옆으로 뛸 셈이었으나, 공포에 쫓긴 양아치의 집중력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림자‘ 의 다리가 보일락 말락 구부러진 순간 양아치 역시 단숨에 핸들을 꺾었다. - P47
양아치는 차 전체에 전해진 충격에 기분 좋은 쾌감을 느끼며속도를 급히 떨어뜨렸다. 완전히 정차하는 것도 기다리지 않고운전석에서 튀어나가 끝장을 낼 셈으로 쇠파이프를 들었는데ー "?!" 땅에 쓰러진 ‘그림자‘ 훨씬 앞에 검은 덩어리가 구르고 있는 광경이 보인다. - P47
그러나 양아치가 놀란 것은 헬멧이 얹혀 있던 ‘그림자‘의 몸때문이었다. "모.... 목...." 원래 목이 있어야 할 부분에 아무것도 없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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