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내면에서 뭔가 팍 터졌다. 저수지 제방 밑 풀밭에서 정신을 차린 뒤 어둠 속을 질주하며 포효하던 순간, 마치 짐승과도같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미우라의 목덜미를 거머쥐고 내 얼굴 앞으로 핵 끌어당겼다.
"오랜만이군. 내 얼굴을 잊었다고는 말 못 하겠지. 꽤 오래 얌전히 지낸다 싶더니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더군. 당장 자백해 금요일에 아이를 유괴하고 죽인 건 네놈이라고!" - P119

"이 신문은 뭐야? 시치미떼도 소용없어."
"아, 이거 때문이었구나." 미우라가 목멘 소리로 답했다. "형님, 형님이 이 일로 화가 났다는 건 알아요. 안다고요. 하지만 난 유괴하고 관계없어요." - P119

"아니, 전 다카시 아버지잖습니까." 미우라가 필사적으로 항변했다. "친부에게 아들의 안부를 걱정할 권리 정도는 있는 것아닙니까."
"닥쳐. 다카시는 내 아들이야."나는 미우라의 몸을 끌어내리고는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찍었다. - P120

"야마쿠라 씨, 그만하십시오."
느닷없이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자 구노가 현관에 서 있었다. 구노의 어깨 너머로 아까 그 여자의 얼굴도 보였다. - P121

"회사에서 나온 뒤 우연히 야마쿠라 씨의 모습을 봤습니다.
무척 서두르시는 것 같아 왠지 석연찮아 따라왔어요. 미행한 건아닙니다. 말을 걸 타이밍을 놓쳤을 뿐입니다. 이 집까지 왔을때 감이 오더군요. 주차장을 살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있더군요. 파란색 골프가 말이죠. 야마쿠라 씨, 이 우연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 P122

"우연입니다. 형사님이 돌아가시고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저희에게 먼저 연락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만약을 위해 직접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차마 박수 칠 수가 없겠군요." 미우라쪽을 곁눈질한다. 내가 휘두른 폭력을 질타하는 것이다. - P122

"이런 허름한 곳에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구노가 말했다. "제대로 된 응접실도 있습니다만, 지금 다른 사람이 쓰고있어서요."
"그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미우라 씨 말입니까? 다른 방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야마쿠라 씨를 고소할 의사는 없는 것 같더군요." - P123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죠." 구노가 실눈을 뜨고 나를 응시했다. "그보다 야마쿠라 씨, 왜 미우라 씨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 거죠? 자기 자식도 알아보지 못했다니, 아버지로서 실격이라니 말입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나는 말했다. "다카시는 양자이고, 친부가 미우라입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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