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건이 내부인의 소행임을 나타내 주는 증거를 한가지 더 말씀드리죠. 어제 모든 분께 말씀드렸지만 연못 근처에서 범인의 것으로 짐작되는 발자국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그 발자국에는 신발 바닥의 형태가 찍혀 있지않았습니다. 아무리 선명하지 않더라도 여간 이상한 게 아니죠. 그래서 감식반에 넘겨 조사를 했는데, 양말만 신은 상태였을 거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P288

경감은 코를 벌름거리며 말했다. "그렇게 되면 다음은 소거법입니다. 그 발자국은 연못의 양쪽 가장자리에 찍혀 있었습니다. 그걸로 봐서 범인은 유카 씨의 방에서 자기방으로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못을 건너야만 하는 사람이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 P289

"잠깐만요" 상황을 지켜보던 기요미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두 사건의 범인이 동일인이라면, 저를 제외해도 되지 않나요? 엄마가 딸을 죽일 리 없잖아요."
그 말을 듣자마자 옆에 있던 요코가 올케인 기요미를 노려보았다. 소스케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 P290

"심정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저도 기요미 씨를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물리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P290

 "이 짧은 기간에 연이어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게다가 두 사건의 범인은 내부인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만약 범인이 각각 다르다면 이치가하라 집안은 살인마 집단이 되는 거죠." - P291

"비정상적이긴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지 않나요? 첫 번째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다른 범인에 의한 제2의 사건이 일어났다고도 생각할수 있잖아요."
요코가 그렇게 말하자 경감은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 P291

"딸이 죽고 이런 소리까지 듣게 됐는데,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아아, 알겠어요. 역시 범인은 고모예요. 틀림없어요."
어깨를 붙들린 기요미는 슬리퍼를 신은 발로 요코를 차려고 했다. 슬리퍼가 날아가 요코의 정강이에 맞았다.
"왜 내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거죠?" 요코도 다시 일어났다.
"돈 때문이지 뭐겠어요?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잖아요‘ - P292

고바야시 마호 씨가 첫번째 사건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이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범인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 이유는 방금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발자국 때문입니다. 종업원 숙소가 있는 본관은 연못을 건너지 않아도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경감은 발자국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았다. - P293

경감이 내 정체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젊은 여자가 노파로 변장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간파 못 한 것 같지만 혼마 기쿠요라는 인물에 대해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 P294

경감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만약 그 발자국이 꾸민 것이라면 범인이 가나에 씨든 다케히코 씨든 친부모에게 의심이 가는 것을 꺼려하지 않은 셈이 되는군요. 나오유키 씨라 해도 형제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셈이 되고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끽소리도 못한다는 건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할 것이다. 소스케는 비지땀을 흘리며 입을 일자로 꾹 다문 채 그저 끙끙거리기만 했다. - P295

"나는 방금 당신에게 기회를 주었소."
경감이 그렇게 말한 뒤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을 무시했어. 몇 시간 뒤에는 후회하게 될 거야. 우리 경찰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알 수 있어. 단언하건대 당신의 침묵은 헛수고가 될 거야."
그리고 갑자기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곧 범인을 잡을 수 있을겁니다. 그때까지만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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