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봐도 이 작가는 용두사미로 써서 너무 슬프다.
그것만 아니었음 좀 더 좋았을 건데.














3층을 지났을 때 위쪽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5층 정도일 것이다. 그런 다음에 계단을 올라가는 듯한 발소리가 들려서 갑자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각 층마다 멈추기 때문에 계단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 계단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 P372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는, 기억에 남아 있는 발소리였다.
마치 리듬을 맞추는 것처럼 발을 끄는 소리 거미가 사냥감에게다가갈 때에 보이는,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듯한 동작………. - P373

신지는 살그머니 고개만을 내밀고 7층 계단을 살펴보았다.
다음 순간 재빨리 고개를 집어넣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틀림없다………. 고모다 사치코다. - P373

걸음수를 세고 있자 사치코가 어디쯤 걸어가고 있는지 짐작이 되었다. 발소리는 복도에서 다섯 번째에 있는 그의 집 앞에서 멈추어섰다. - P374

역시 착각은 아니었다. 그의 방에는 분명히 꺼놓은 불이 켜져있다. 커튼을 치지 않은 창문을 통해 언뜻 사람의 그림자가 비치었다.
그런 다음 다시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이 꺼졌다. - P375

신지는 자동응답 메시지 속에 결코 이름을 넣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에게 이름을 가르쳐주는 것은 위험하는 생각에서였다.
만약에 전화를 건 사람이 자신을 아는 사람이라면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P376

다시 라는 버튼을 누르자 수화기를 통해 텅 빈 공간에서 울려퍼지는 잡음이 들려왔다. 전화의 모니터 기능으로 자신의 방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 P376

잡음과 함께 들리는 것은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특유의 발소리였다. - P376

‘무슨...... 원한이 있어서.....‘ ‘먹고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다니‘ ‘바싹 굶어 죽게 만들 테다. 두고 보자‘ ‘보험회사가……‘ ‘돈을 벌고 있는 주제에‘ ‘엄청난 건물‘ ‘역 앞에‘ ‘굉장한 건물을 짓고 ・・・・・ 가만둘 줄 알구!‘ ‘뒤에서 더러운 짓이나 하고...... ‘몇 푼 안 되는 돈‘ ‘얼간이 녀석이.….‘ ‘지저분하게‘ ‘잠자코 돈을 주면 되는데‘ ‘제 녀석은 비싼 월급…… ‘그 어린 녀석이!‘ ‘어디로 갔지?‘ ‘왜 빨리 안오지?‘
‘돌아오기만 해봐라!‘ ‘돌아오기만 하면‘ ‘생선회를 떠줄 테다.....!‘ - P377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겨우 경찰에 전화를 걸려고 생각했을 때, 밤의 정적을 뚫고 문이열리는 듯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 P378

어째서 즉시 경찰에 전화를 걸고 안전한 장소로 도망치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의 무모한 행동을 믿을 수 없었다. 만약에 아파트를 나선 사치코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면………….
잠시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 전에 들은 소리가 착각이었다고 생각했을 때, 느닷없이 아파트 현관에서 사치코의 모습이 나타났다. - P378

그는 현관 옆에 있는 신발장에서 비상용 회중전등을 꺼내어방 안을 비추어보았다. 일그러진 동심원 속에서, 방 안은 상상 이상으로 참혹하게 변해 있었다.
선반에 있던 유리식기와 에어컨, CD 플레이어, 텔레비전 같은 전자제품은 모두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커튼과 달력, 옷걸이에 매달려 있던 양복과 침대 매트리스는 예리한 칼로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 P379

회중 전등을 비추어보니 두 조각 난 크리스털 액자로, 금년 봄에 아마노하시다테에 갔을 때찍은 기념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진 속의 메구미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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