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의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에서는 인류 공동의 책임감을 약화시키고 일부 선진국에게 면죄부를 주는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도의 문제점을 다룬다. - P43

1997년 교토 기후변화협의회에서 미국은 두 가지 중요한 이슈에서 개발도상국들과 의견 충돌을 빚었다. 첫째, 미국은 개발도상국들이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둘째로 온실가스 거래제도가 시행되어 국가들이 온실가스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44

실제로 중국과 인도는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에 반대했다. 그들은 배출권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되면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태만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P44

클린턴 행정부는 온실가스배출권을 환경정책의 핵심 이슈로 삼았다. 정부는 각국에 배출 허용치를 할당하기만 하는 것보다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이 오염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말한다. - P45

 예를 들어 미국으로서는 자동차세를 올리는 것보다 개발도상국의 구식 화석연료공장을 친환경적인 공장으로 교체하는 일에 돈을 지불하는 편이 더 손쉬운 일이다(그리고 정치적으로도 더 괜찮은 방식이다. - P45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러한 의문이 든다.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 지구상의 어느 지역에서 온실가스를 더 적게 배출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단 말인가? - P45

첫째, 배출권 거래제는 선진국들이 의무 감축량을 피해갈 수 있는구멍을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미국은 러시아가 1990년 이후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였다는 사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배출량 감소는 에너지 효율성 향상 때문이 아니라 경제 침체 때문이다. - P45

둘째,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면 지구를 오염시키는 행위에 수반되어야 마땅한 도덕적 죄책감을 덜 느낀다. - P45

기업이나 국가가 과도한 대기오염 물질을 방출해 벌금을 부과 받으면사람들은 그 기업이나 국가가 뭔가 그릇된 행동을 했다고 판단한다.
반면 오염행위에 대해 요금을 낸다면 그것은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될 뿐이다. - P46

벌금과 요금의 구분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는 1인 탑승 자동차도 요금만 내면 로스앤젤레스 고속도로의카풀 차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료화하자는 제안과 비슷하다. - P46

셋째, 배출권 거래제는 갈수록 국제사회 공조가 늘어나는 오늘날 더욱 필요한 인류공동의 책임감을 약화시킨다. - P47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배출량을 제한하는 것에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뿐만 아니라 각국의 그러한 태도 역시 환경문제에 대한 전 지구적윤리의 정착 가능성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배출권 거래제가선진국들이 "돈으로 글로벌 책무를 비껴가도록 허용한다"고 주장하는 개발도상국들의 정당한 불만조차 막는다면 선진국들은 더 많은 도덕적 압박에 부딪힐 것이다. - P48

역사적 유물

개인의 사유물인가, 모두의 공유물인가 - P57

존 F. 케네디의 유품들이 경매에 나온 일은 1990년대 미국 문화의 불쾌한 특성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유명인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무엇이든 거래 대상으로 만드는 경향이다. - P57

이날 경매에 나온 물건들 대부분은 케네디 유품의 열혈 수집가인 로버트 L. 화이트Robert L. White가 케네디의 수행 비서였던 에블린 링컨Evelyn Lincoln 에게서 받아 소장하고 있다가 내놓은 것들이었다. - P57

경매 찬성론자들은 케네디의 자녀들이 2년 전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 Onassis 의 유품들을 경매에 내놓아 3,440만 달러어치를 판매한 일을 언급하며, 그들이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 P58

 화이트가 케네디의 수첩 두 권을 비롯해 몇 가지 개인용품을 케네디 자녀들에게 넘겨주는 대신 자녀들이 경매 문제를 법정에 끌고 가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양측의 언쟁은 일단락되었다. - P58

법적인 권리와 시시비비는 제쳐놓더라도 이 경매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한 가지 천박한 추세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역사적기억의 상품화, 국가적 자긍심과 고통을 판매하는 것, 우리의 과거를우편주문 카탈로그와 홈쇼핑 채널에서 소개되는 제품과 다를 바 없이만드는 일이다. - P58

역사 공유 기회의 상실과 박탈

역사적 물건들이 경매소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도덕적 거부감을 느낀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용하던 노트와 속옷 등을 판매하는 일이 왜 잘못된 것인가? - P59

역사적 중요성을 띠는 자료를 개인 수집가에게 판매해버리면 일반대중은 도서관이나 박물관, 문서보관소 등을 통해 집단 정체성과 역사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역사를 상품화해 판매하는 일은 공적인 영역을 타락시킨다. - P59

물론 수집가들이 손에 넣으려고 애쓰는 물건들 대부분은 역사보다는 유명인과 관련이 더 깊다. 누군가 거액을 주고 대통령이 쓰던 빗을 사들였다는 사실이 공공영역의 질을 실제적으로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적인 인물이 사용한 개인용품을 사고파는 행위에는 뭔가 불쾌한 면이 있다. - P60

유명인과 관련된 또 다른 경매에는 비틀즈도 빠지지 않는다. 도쿄의한 경매소에 나온 비틀즈 유품들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계 곳곳에있는 수집가들이 위성시스템과 전화를 이용해 경매에 참가했다. - P61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사람들이 이미지와 개인용품들을 손에 넣으려고 애쓰는 가장 인기 높은 문화 아이콘들(존 F. 케네디, 미키 맨틀 비틀즈, 마틴 루터 킹 등)은 모두 지금보다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시절인 1960년대의 인물들이다. - P62

교육현장의 상업주의

상업주의가 교육을 어떻게 물들이는가 - P64

하지만 최근에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장소에 대해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곳은 바로 학교다. 교실까지 침입해 들어가는기업들의 무차별 행보는 학교를 안전하고 확실한 강매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 P65

알렉스 몰나르Alex Molnar 의 책《아이들을 망치는 기업들 Giving Kids theBusiness》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몬산토 Monsanto가 만든 비디오는우유 생산 촉진에 소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프록터앤갬블 Procter & Gamble이 제공하는 환경교육 과정에서는 1회용 기저귀가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가르친다. - P65

브랜드 이름을 교육 자료나 커리큘럼에 교묘하게 집어넣는 기업도 있지만 직접적인 방식을 취하는 기업도 많다. 바로 교내 광고를 하는 것이다. - P66

학교를 무대로 한 상업주의의 침략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 먼저, 기업이 후원하는 대부분의 학습자료들은 선입견과 왜곡된 시각, 피상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미국소비자연맹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학교에 제공되는 무료 자료들의 약 80%가 기업 광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P67

 광고는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부추긴다. 하지만 그 욕구를 되돌아보고 자제하게 이끄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광고의 목적은 소비자를 최대한 끌어당기는 것이며 공교육의 목적은 제대로 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다. - P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