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끄었느냐 누가 부르더니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갑부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 P88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팔목이 시도록 매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둡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 P89

오징어 3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최승호 - P132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P168

켄터키후라이드치킨 할아버지

그는 음식의 영웅
세계적인 주방장
기름 닭 타고 한국을 상륙한 맥아더

열한 가지 특제 양념과
정성으로 여러분을 요리하겠다고
티브이 광고까지 하는
지팡이 들고, 안경 쓰고 가늘고 검은 넥타이 MAN

그는 FBI요원인지도 모른다
지령 : 한국 맛의 문화를 정복하라
조선닭 - 토종이 별로 없고 외국 국적을 갖고 있는 닭이므로 별 죄의식 가질 필요 없음의 목을 미국식으로비틀어라 그래야 미국 자본의 아침이 밝아올 것이다 조선의 영계들, 영계들을 공략하라 외가로 유전하던 맛을끊어라 그리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외가에서 외국으로맛이 유전하는 시대라는 달착지근한 양념을 처발라라만국의 켄터키후라이드 치킨 식도락가여 단결하라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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