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에이버리 비숍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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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한 짓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적은 있니?"

"누구 하나라도 반드시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면

그건 바로 너야."

"너만 아니었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동서양을 막론하고 십 대들의 학폭은 나날이 정도와 수위가 심각해지는 것 같다. SNS가 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다. 심지어 과거의 행적들이 낱낱이 파헤쳐 지고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하루 아침에 학폭 가해자가 되어 소리 없이 파묻히는 일이 다반사다.



학폭과 왕따를 일삼는 소녀들의 무리, 그녀들의 이름은 하피스다. 우리나라식으로는 칠공주파, 흑장미파가 되려나? 하피스는 '여자의 얼굴을 가진 맹금류'라는 뜻인데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괴물이라고 한다. 하피스의 멤버는 엘리스, 매켄지, 올리비아, 코트니, 데스티니.



소설의 화자 에밀리의 직업은 상담 치료사다. 하지만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상담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에밀리 역시 하피스의 멤버였기 때문이다. 에밀리는 14년 전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치료사가 되었다. 왕따나 폭행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비아의 자살 소식을 엄마에게 전해 듣게 되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피를 흘리는 악몽을 반복적으로 꾸게 된다.



에밀리는 하피스의 멤버들과 연락을 끊고 산지 오래다. 그 흔한 페이스북 계정도 없이 자신의 소식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기를 바라며 그냥 혼자 조용히 살아가가기를 바랐는데 코트니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올리비아의 장례식장에 같이 가서 추모하자고 말이다. 14년이나 흐른 지금, 에밀리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다. 하피스 멤버들을 다시 만난다면 분명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과거의 그 일이 더 떠오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 안가 데스티니의 자살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에밀리와 코트니는 14년 전에 하피스 멤버들이 괴롭힌 그레이스가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에밀리와 코트니는 올리비아와 데스티니가 어떻게 자살까지 이른 것인지 궁금해서 그녀들의 지인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레이스의 행방을 쫓는다.



사실 에밀리는 혼자 남모르게 사설탐정까지 고용하면서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진 그레이스를 찾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탐정이 일부러 그레이스의 행방을 찾고서도 못 찾았다고 거짓말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고, 다시 그 사설탐정을 찾아 그레이스의 행방을 가까스로 알게 된다. 게다가 엘리스까지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 에밀리는 코트니와 엘리스를 데리고 그레이스가 있는 곳까지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들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레이스는 진작 사망했다는 것.



에밀리는 혼란스러워한다. 최근에 가끔씩 길에서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에밀리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에밀리는 자신의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밀리와 코트니는 왜 그렇게까지 그레이스에 집착하며 행방을 알아내려고 한 것일까. 물론 본인들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코트니에게는 어린 딸이 있었고 에밀리에게는 사랑하는 엄마가 있었다. 자신들로 인하여 가족들까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오자 그녀들은 목숨을 걸고 더욱더 그레이스에게 집착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수상한 엘리스의 행동으로, 에밀리는 직감적으로 이 모든일에 엘리스가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 가끔씩 궁금해. 혹시라도 너희가 날 따로 불러내서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근데 아무도 사과를 안 했다는 거지. 결국 하피스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진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너희보다 더 나쁜 년이 돼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



책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데,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엘리스의 기억에 의존하여 쓰인다. 그래서 범행을 저질렀을 때의 가해자의 마음도 알 수 있었고 14년 후에 엘리스의 후회하는 심정도 절절히 느껴진다. 하지만 에밀리를 비롯하여 하피스 멤버들을 응원할 수 없었다. 나는 첨부터 그레이스가 멋진 복수를 펼치기를 기대한 독자였으니까. 훗-.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딱 맞나 보다. 결말로만 따지자면 인과응보라는 말이 떠오르긴 하는데 씁쓸한 마음만은 지울 수가 없다. 피해자가 다른 식으로 복수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번 하피스는 영원한 하피스답게 에밀리를 제외하고 성인이 된 하피스 멤버들은 여전히 이기적이고 남 탓만 하는 이기적인 여자들이었다. 그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던 그레이스와 그레이스를 인간 취급하지 않았던 악랄한 5명의 소녀들. 너무 슬프고 잔인한 일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서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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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 동화를 꿀꺽해버린 꿀잼 심리학
류혜인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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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심리학에 접목해서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소설이나 영화 주인공이라면 몰라도 동화 주인공을 심리학에?? 신박하기도 했고 평소에 내가 알고 있는 동화 주인공이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해서 이 책을 읽으면 그 해답이 있을 것 같아 순식간에 다 읽었다. 책은 총 25편 동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하는 행동과 생각 등을 토대로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생각했는지 분석하고, 실험이나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심리학적 이론을 쉽게 설명해 준다.

책에는 살면서 한 번쯤 쉽게 범하는 오류들이나 착각하고 있는 것들이 쉬운 예와 함께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나 역시 동화 주인공처럼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범했던 적이 있었고, 지금도 그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새벽이 오는 게 싫어서 수탉을 죽였던 게으른 일꾼의 이야기 역시 우리가 흔히 범하는 오류이자 착각일 수 있다.
징크스 혹은 머피의 법칙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 개념인 것 같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그 일이 일어나거나 혹은 일어나지 않는 것임에도 일방적으로 그렇게 믿는 것이다. 자기만의 징크스를 만들어놓고 그 틀안에 갇혀 행동하는 지인을 알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노라니 나 역시도 그런 징크스가 있다는 사실에 쓴웃음이 나왔다.

책에는 한 챕터가 끝나면 <한 걸음 더>라는 코너를 게재해 놓았는데 여기에는 좀 더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세태를 반영한 에피소드가 실려 있어 실생활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었다.

자신을 알아봐 주고 칭찬해 주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칭찬을 할 때 두루뭉술하게 그냥 칭찬을 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떻게 좋은지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이 더 진심으로 느껴지는 법이다. 상대에게 어떤 부탁을 하거나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자기 입증 효과는 밑밥을 깔아두는 데 있어 탁월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가장 공감했던 동화 속 캐릭터는 <여우와 포도>에 나오는 여우였다. 여우는 포도를 따먹고 싶지만 결국 딸 수가 없자 보나 마나 신 포도일 거라며 합리화한다. 이것을 인지 부조화 현상이라고 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모두 옳아야 하고 설령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게 되면 사실은 내가 바라던 일이었다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여우처럼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라서 이 글을 읽으면서 내심 찔렸다. 다르게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가 계속 반복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일 테다. 자기 마음 편하자고 계속 합리화를 하다 보면 잘못된 오류에 빠져 그릇된 결과를 초래해놓고도 개선해야 할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화 속에 나오는 인물은 나 자신 또는 내 주변 사람들일 수 있다. 단순하고 재밌는 이야기 속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학과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다니 재밌고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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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생 -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하여
앤드루 H. 밀러 지음, 방진이 옮김 / 지식의편집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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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는 상상을 해본 적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대개 그 대상은 내가 평소에 존경하거나 부러워하는 인물이다. 내가 그토록 선망하던 사람이 되었다고 치자. 하지만 그 인물의 자아가 내가 아니라면? 내 자아는 사라지고 없는데 나는 정말 그 인물의 삶을 살고 싶은가? 애초에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

수많은 의문을 나에게 숙제로 안겨준 사색돋는 책을 만났다. 책의 저자는 영문학을 전공한 평론가이자 작가인 앤드루 H.밀러라는 사람이다. 책에는 소설이나 시구,영화 속 대사나 줄거리가 소개되고 있는데 그 안에서 우리는 다양한 인간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인물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때로는 철학적이거나 심리학적인 접근도 가능하다. 인간의 다양한 삶은 복잡한 것 같지만 결론은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의 인생을 경험하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평등하다.

예전 같으면 이런책은 거들떠도 안봤을 텐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이러한 책이 내면의 힘을 길러주고 자아를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시대가 바뀌어가면서 삶의 방식이 다양해졌다. 인생은 한 번밖에 없기 때문에 더 잘 살고 싶고 후회하면서 살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자 욕구이다. 진로나 직업, 결혼 등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더 다양해졌고 그만큼 선택에 따른 책임도 따른다.

P.160 "모든 길에서 분기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가능성들의 그물이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우리가 각각의 삶의 경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만약에 그때 이러지 말고 저랬다면 어땠을까? 수많은 선택과 대안들 속에서 한 가지 길을 선택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삶은 인간의 숙명인 걸까. 선택에는 운과 변수도 작용하겠지만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자신을 다독일 수밖에.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본인도 어쩔 수 없는 요인이 작용하여 소위 있는 자들에게만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느냐며 언제까지 주변 탓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P.93"소설을 읽는 행위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느끼는 애착을 탐색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소설 읽기에 충실하다는 것은 우리 자신으로 있기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의 알레고리가 된다."


인간의 욕망은 곧 애착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토록 삶에 집착하지 못할 것이다. 애착의 대상이 본인이 아니라 타인이라면 그건 흉측한 집착이 되어 영혼을 갉아먹는 괴물의 모습으로 구현될 테니까.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무엇일까. 나는 왜 매일 책을 읽고 있는가.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공감을 얻는 것 이상으로 영혼을 울리는 작가의 한 마디 문장에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그 무너지는 순간을 위해 책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건 아니지만 책 속에서 다시 한번 내 신념을 확인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구절에 현타가 왔을 때의 쾌감이란!! 그래서 나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믿는다. 책을 읽는 이유는 또 뭐가 있을까..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나는 그런대로 내 삶을 잘 살아왔다고 증명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소설 속 인물과 나를 비교하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잣대에 나를 투영시켜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지 않냐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P.86"기분이 살짝만 가라앉아도 내가 상상한 삶들이 지금 이 삶을 부족하다고 느끼게 한다. 살지 않은 삶이 내 세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대신 내 세계를 갉아먹는다."

분명, 가지 않은 길은 궁금하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모든 선택과 길에 대해서 그로 인해 초래되는 모든 결과까지 죽을때까지 몇 번이나 상상하고 후회하고 회상할 것이다. 달콤하고 완벽한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안 이상, 어느 누구의 생이라도 부럽지가 않다. 삶의 이면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어차피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으니까.

책의 소재가 참 신박하다. 가지 않은 길과 경험해보지 않은 삶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풀어낸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우린 그저 지금 있고 싶은 곳에,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이룰 수 없는 것을 욕망하지 말고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지 말고. 모든 것에 초연해지고 싶다.

삶을 가볍게 가볍게. 과거는 훌훌 털어버리고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만 향해 나아가자. 살아있는 한 삶은 어떻게든 계속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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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 한 권으로 읽는 오리지널 명작 에디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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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4색의 사랑과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 고전문학, 안나 카레니나. 이 책은 독서를 하다가 여러 책에서 언급되었기 때문에 책을 정독하기 전에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는 있었다. 연애소설이라 해야 할지 고전 철학소설이라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인간의 전반적인 삶과 사랑을 다룬 일반적인 고전 철학소설이라 명명하기로 한다.

P.44 모든 것은 그녀가 있음으로써 빛나고 있었다. 그녀야말로 주위의 모든 것을 밝게 비추는 빛이었다.

레빈이라는 인물은 조금은 고리타분하면서 나름의 철칙을 고수하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청년이다. 레빈이 키티를 좋아하는 마음은 순결하고도 어쩌면 숭고하기도 한, 정신적 사랑이 짙은 성격의 사랑이다. 레빈의 사랑을 받는 키티가 부럽기도 하면서 한 남자가 여자를 저렇게 지고지순하게 사랑할 수 있나 싶기도하다. 숙맥이면서 조금은 답답한 성격의 소유자 레빈은 4인 중에서도 지극히 정상적인 인물이지 싶다.

P.47 지금 고백을 할까? 하지만 지금 말하기는 두렵다.
난 지금 행복하니까.

동시에 레빈은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해서 번뇌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거니와 사색을 좋아하는 청년이다. 그래서 키티에게 다가갈 때도 몇 번이나 고민하고 망설인다. 그만큼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다.

소설 초반부는 레빈의 친구이자 안나의 오빠 스테판이 외도한 것을 들켜, 와이프인 돌리가 이혼할 결심을 하자 안나가 돌리를 설득하려 열차를 타고 스테판의 집으로 가는 내용이다. 안나가 그날 열차를 타고 스테판의 집으로 오지 않았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막을 수 있었을까?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마는 걸까? 안나가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겪게 되는 열차 사고는 그때는 아무 일도 아닌 하나의 사건으로 지나가고 말지만 그 일이 복선이 되고 장차 안나에게는 치명적인 한 획을 긋는 일이 된다.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고 브론스키가 자기에게 청혼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키티는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빠져 자신을 등한시한 것에 충격을 받고 병까지 얻는다. 유부녀에 아들까지 있었던 안나는 걷잡을 수없이 브론스키에게 빠져들고 결국 자신의 외도를 남편에게 고백한다. 안나의 남편은 남의 이목과 겉치레에 신경 쓰는 이중적인 사람이지만 안나를 사랑하는 마음과 가정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녀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한다. 사실, 안나가 고백하기 전부터 그녀와 브론스키의 관계를 눈치챘음에도 말이다.

P.250 가정이라는 것은 변덕이나 욕심 아니, 부부 어느 쪽의 죄에 의해서도 파괴될 수 없는 것이오.

안나는 결국 브론스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브론스키는 안나가 남편을 버리고 자기에게 오도록 종용한다. 하지만 정식으로 안나와 결혼한 것도 아니도 사회적 지위와 명예심 역시 높았던 브론스키는 갈등하고 또 갈등한다. 어머니와 집안 식구들을 설득하는 일도 만만치 않고 말이다.

P.262 남편을 버리라고 한 말은 나와 함께 살자는 의미가 된다. 나는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은 돈도 없는데 어디로 그녀를 데리고 간단 말인가?

등장인물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독백 형식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각 인물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면서 같이 갈등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남녀의 사랑과 이별, 결혼과 이혼을 거치는 과정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흔한 소재임과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사랑이 식는 경험을 하며, 사랑에 배신 당하고 사랑을 부정하기도 한다.

P.428 이제 그의 안나에 대한 애정 가운데에는 조금도 신비스런 감동이 없었기 때문에 그 미모는 전보다도 더욱 강하게 그를 끌어당기면서도 동시에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랑이라는 감정. 손에 넣고 싶어 안달이 나던 때를 기억하지 못하고 손에 넣고 나면 이내 싫증을 내버리는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을 작가는 등장인물을 통해 꼬집고 있는 걸까. 점차 비극으로 향하는 안나, 브로스키와 달리 정신적으로 고결한 사랑을 이룩한 레빈,키티의 결혼 생활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안나 카레리나는 [보바리부인]이나 [인생의 베일]같은 작품과도 어떤 면에서는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세 작품 모두 유부녀의 외도가 시발점이 되어 비극으로 치닫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 이면에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진정한 사랑은 존재하는가? 삶에서 사랑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궁극적인 주제가 숨겨져 있어서 이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안나는 끝내 브론스키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다 못해 파멸의 길을 걷는다. 질투의 화신 저리 갈 정도로 이해 안 가는 행동을 하면서 말이다.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브론스키를 원망했고 자신이 죽으면 브론스키가 후회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함께.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안나를 선택한 브론스키였는데 무엇이 그토록 안나를 불안하게 만든 것일까. 안나는 브론스키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기애가 강한 어린아이가 떼를 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들과 딸을 남겨둔 채 극단적 선택을 한, 끝까지 이기적이었던 안나는 결국 누구에게 벌을 준 것이고 누구에게 복수한 것일까?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그녀의 사랑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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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가 업무에서 자주 물어보는 101가지 컴퓨터 활용팁
반병현.이효석 지음 / 생능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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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책을 보고 따라만 하면 원활한 업무를 할 수 있다. 칼퇴는 덤 !! 이 책은 진정한 컴잘못들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뭐 거창한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101가지의 소소한 꿀팁을 담아낸 책으로서 컴퓨터 활용 기본 입문서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공부해야 할 내용이 복잡하고 어렵다기보다는 우리가 이와 관련된 내용을 공부해 볼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위로가 되는 말임과 동시에 책에서 배운 내용을 자꾸 활용하다보면 습관이 되어 손에 익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저절로 생긴다.

단축키를 나름 잘 활용하면서 문서 작업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나와 있는 단축키를 보니 내가 몰랐던 단축키가 많다. 예전에 화면 캡처를 위해 안카메라같은 프로그램을 깔았던 게 생각난다. 그런 걸 안 깔아도 전체 화면이나 부분 화면 캡처를 단축키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아마도 Ctrl C와 Ctrl V가 아닐까. 하지만 대량의 데이터를 다룰 때는 여러 개의 창을 띄워 두고 화면을 바꾸며 자료를 복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윈도우 그림과 V를 동시에 누르면 된다는 것!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그 밖에 프로그램 설치 없이 무료로 워드프로세서 문서 작성하기라던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프린터 또는 스캐너 추가하는 방법은 정말 유용한 것 같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윈도우의 기본 기능들이 정말 많다. 아무리 성능 좋고 스마트한 컴퓨터가 있으면 뭐 하나, 내가 이 기능들을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인 것을. 컴퓨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나에게는 특히 팩스 없이 폰으로 팩스를 보내고 받는 방법, 사진을 폰으로 주고받을 때 깨지거나 화질 저하 없이 원본 그대로 주고받기 등의 방법이 유용했다.

이런 책이 왜 지금 나온 걸까? 진심 회사 사무실에 무조건 1순위로 비치하고 있어야 하는 책이다. 근데 나만 알고 싶으니 회사 서랍에 감춰두고 몰래 들여다보고 싶기도 하다ㅋㅋㅋ 단축키를 현란하게 사용하면서 컴퓨터에 대해 뭔가 많이 알고 있다는 듯이 ㅋㅋㅋ

책은 꼭 업무에서 다루는 기능이 아니더라도 컴퓨터 자체를 효율적으로 하는 법에 대해 알려 준다. 컴퓨터가 느려졌을 때 내부 청소하는 방법이라든가 모니터 화면의 색감을 살리는 법 등등에 대해서 말이다.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뭔가 컴퓨터에 대해 많이 알게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내가 컴퓨터를 하면서 궁금해하던 것이 고스란히 나와 있어서 놀랐다. 그래서 진작 이 방법을 알았더라면 더 빠른 시간에 업무를 맞추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업무에 백배 활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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