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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2 ㅣ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효석 전집 1권에 이어 2권을 펴들었다. 2권도 두께가 상당하나 1권이 워낙 두꺼웠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졌고, 이효석 작가님 특유의 문체나 표현이 이제 익숙해져서 1권에서는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던 작품들도 이제는 술술 읽힌다. 하지만 수많은 단편 중에 여전히 어려운 작품이 있어서 이효석 작가님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과연 내가 잘 이해한 것인지 궁금한 작품도 있다. 짧게나마 작품이 끝나고 부연 설명이나 해설이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1권에 이어 당대 지식인들의 타락과 무기력함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작품이 꾸준히 이어진다. 그중 <삽화>라는 작품은 결말이 씁쓸하기 그지없다. 함께 문학을 공부하며 이상을 나누던 절친한 친구였던 재도와 현보. 시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다른 행보를 걷는다. 재도는 그새 현실과 타협하여 관리직을 한몫 맡게 되었고, 현보는 지식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 노력하다가 결국 생활고에 시달려 재도에게 일자리를 부탁하는 상황까지 이른다. 하지만 세속적이고 처세술에 능한 인물로 변해버린 재도는 뒤에서 남몰래 현보를 속이고 이를 눈치챈 현보의 분노가 소설 첫 장부터 드러난다.
이효석님은 왜 작품 제목을 삽화라고 지었을까? 옛 친구가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현보에게 이 상황은 현실이라기보다 비극적인 삽화처럼 생경하게 느껴졌으리라. 이효석님의 작품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처럼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제목이 대다수라서 ˝아하, 그래서 제목이 이렇구나˝ 하며 무릎을 치게 만든다. 직설적인 제목도 있는 반면, 대다수가 자조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효석 하면 흔히 <메밀꽃 필 무렵>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만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는 지식인의 내면과 세속적 갈등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심리 묘사의 달인인 것 같다. 또한, 당시대의 비극을 일상으로 전환하여 소시민들의 가난하고 굴곡진 삶을 냉소적으로 묘사하는 데 있어 가히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인간에 대한 통찰이 뛰어난 작품으로는 <개살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은 형태와 재수, 부자관계를 통해 비루하고 공허한 지식인의 허위의식과 대를 잇는 무기력함을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살구‘는 겉은 번지르르한 지식인 가문인 척하지만, 속은 가난과 무능력으로 뒤틀린 형태의 집안과 그 세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성적 본능을 자연스럽고도 세련되게,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개살구〉에서도 지식인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나 성적인 긴장감을 탁월하게 묘사했는데, 작품마다 인물들의 직접적인 화법이 언급되지 아니하여도 독자들이 눈치 챌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삽화〉의 재도가 현실과 타협해버린 괴물이라면, 〈공상구락부〉의 청년들은 꿈속에 사는 바보가 되기를 선택한 지식인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일자리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한 네 명의 청년은 찻집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낸다. 늘 공상만 하던 친구들 중 하나인 운심은 고향의 광산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듯하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된 1930년대 후반은 조선을 휩쓸었던 금광 열풍이 운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투영되어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공상이 현실이 되기를 바랐던 시대상을 보여주는데, 이 작품은 지식인을 비판하기보다 공상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당시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을 낭만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효석 전집 2권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지식인의 무기력함과 그 돌파구 찾기인 것 같다. 기쁘고 즐거운 일보다는 당시대의 어두운 일면과 지식인들의 애환을 직접적으로 나타낸 작품이 대다수이니 말이다. 이효석을 순수와 서정의 작가로만 알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그의 글은 냉철하고도 냉소적이다. 작품 안에서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잘못을 꾸짖고, 인물들을 통해 투영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할 때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부끄러움이 느껴짐은 어쩔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