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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하늘은 하얗다 - 행복을 찾아 떠난 도쿄, 그곳에서의 라이프 스토리
오다윤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먼저 확인한다. 다른 책은 몰라도 여행 에세이를 접할 땐 그 부분을 먼저 읽는다.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책을 냈는지, 왜 하필 그 나라를 택했는지에 대한 속 사정이 제일 잘 드러나는 챕터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니까.
정규직, 안정된 위치, 어느 정도 모은 돈, 새로울 것 없는 하루하루.. 에필로그에 쓰여있는 말이다. 이거 내 얘기인가? 20대 초반에 1년간 도쿄로 유학을 떠났고 유학을 다녀와서도 일본에 여행을 자주 가긴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어딘가로 떠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번거로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여러 여행지 중에 내가 가장 동경하고 나랑 잘 맞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언젠가는 도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공공연히 한다. 사람에 질리고, 일에 치이고, 심지어 가족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도 막연히 일본으로 떠나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위안이 되니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정말 진부한 말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비행기로 2시간이면 우동 먹으러 당일치기로 갔다 올 수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우리나라와 정서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깊숙이 들어가면 문화도, 사상도 한국과 너무 다른 일본.
시부야, 하라주쿠, 긴자 같은 번잡한 대도시 속에는 우리나라 명동이나 강남과는 왠지 모르게 다른 에너지가 느껴진다. 오밀조밀하고 높다란 건물 속에서 활기차고 생생한 에너지가 느껴져 나도 도쿄 사람들과 섞여 그들과 함께 걷고 있으면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같은 동양인이라 그런 걸까.
사진만 봐도 느껴지는 일본의 사계절. 나도 겨울에 전구가 반짝이는 눈 오는 도쿄 거리를 걸었고 봄에는 벚꽃 구경을, 여름에는 하나비(불꽃축제)를 즐겼었는데.. 일본에서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그립고 아련해진다.
작가는 항공사 지상직을 그만두고 한국계 은행의 도쿄지점을 다니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도쿄에서 가장 비싼 땅인 긴자였다. 나도 도쿄에 살 때 긴자는 세 번 정도 간 적이 있는데 화려한 명품거리를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쭐해지면서도 동시에 위축되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도시였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신나고 재미있기만 하던 여행지가 삶의 현장으로 바뀌는 경험이다."p.55
어찌 됐든 여행지에서 산다는 것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니다. 생존 그 자체이자 삶의 연속, 또 연속이고 부딪치면서 계속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작가는 자유를 얻기 위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면서 겪은 고생담을 들려주는데, 긴자의 화려함이 때로는 서글픔으로 다가왔다고 토로한다.
인상 깊었던 도쿄의 맛집과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쿄 노트라는 챕터가 있어서 더 좋았다. 일본 취업은 막연하게 어렵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눈을 돌려도 괜찮은 것 같다. 90년생들이여,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작가는 평화롭고 예쁜 바다마을인 하야마라는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데 전혀 모르고 있던 도시라서 나중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야마는 원래 평범한 어촌마을이었지만 유럽 사람들이 이곳을 맘에 들어해 별장이나 건물들을 유럽풍으로 지었다고 한다. 도쿄에서 전철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매력적인 휴양지일 것 같다.
잠시라도 책을 통해 도쿄를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고 도쿄의 맛집과 핫플레이스, 각종 여행지등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