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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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의 책은 술술 읽히지만 책장을 덮은 후 밀려오는 먹먹함과 헛헛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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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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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과 번역으로 현재까지도 계속 출간되는 데미안. 더없이 심오하며 관념적인 책으로 간주되는 데미안. 전혜린 타계 60주년 기념을 맞아 북하우스에서 복원하여 출간한 이 책은 독문학을 전공한 전혜린님이 독일어 원문으로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사색적이면서 사유하기 좋은 고전 소설일수록 번역이 매끄러운 책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책의 내용도 어려운 마당에 번역마저 매끄럽지 않다면 대체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고 가독성이 떨어질 뿐이다. 이 책은 독일어 원문의 느낌을 최대한으로 살려 번역한 것인데 모든 문장이 매끄럽지는 않다는 것을 밝혀 둔다. 책의 끄트머리에는 헤세의 작품들과 데미안에 대한 전혜린님의 해석이 실려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왜 싱클레어는 막스 데미안에게 집착하는가. 싱클레어는 십 대와 이십 대를 거치는 동안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다. 프란츠 크로머 같은 악마로부터 자신을 구원해 준 사람이 데미안이긴 하지만 그 이후로 오랫동안, 싱클레어 생의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었던 사람이 데미안이다. 다른 사람 눈에 데미안이 보이기는 하는 걸까. 데미안은 싱클레어만 볼 수 있는 신과 같은 존재인가. 이때부터 나는 조금씩 데미안은 싱클레어 내면에 존재하는, 싱클레어의 또 다른 자아임을 눈치챈 것 같다.


싱클레어에게 카인과 아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선과 악의 이분법적 해석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사람도 데미안이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으로 인해 빛과 어둠, 참과 거짓 같은 대립되는 두 개의 세계를 인식하게 되고, 살아가는 내내 자신이 어느 세계에 속해 있어야 할지를 갈등하고 고뇌한다. 싱클레어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으로 본인이 나아갈 길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품는데, 그 와중에도 데미안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그의 집착이 무의식까지 확장되어 결국엔 초월적 존재이기도 한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카인과 아벨에 이어 데미안으로부터 세 개의 십자가와 두 도둑 이야기를 들은 싱클레어는 신앙과 종교에 대한 회의감과 의심이 싹트기 시작한다. 여전히 데미안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은 똑 떨어지게 정확히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존재하는 전부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 데미안 덕분에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게 되고 공허함에 빠지게 된 싱클레어. 데미안이 카인 같은 존재가 아닐지 의심하고, 예전처럼 평온한 세계로 돌아갈 것을 꿈꾸지만 단단하고 강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데미안 앞에서는 어쩐지 작아지는 싱클레어다.

p.138[그 여자는 내 앞에 자기 모습을 뚜렷이 보였고, 성스러운 영역으로의 문으로 나를 인도해갔다. 나는 사랑하고 공경할 무엇을 가졌었고, 다시 이상을 가졌었으며, 생은 다시 예감과 형형색색의 신비스러운 어둠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어느 날, 베아트리체를 알게 되고, 말 한 번도 나눠본 적 없는 그녀를 삶의 이상으로 삼아 내면의 세계를 재정립하려는 싱클레어. 그런데 형형색색의 신비스러운 빛이 아니라 어둠이라니. 이 부자연스러운 문장은 무엇인가. 이러한 평온한 상태가 오래 가지 못하게 될 것임을 알리는 하나의 복선 같은 문장 같다. 결국 싱클레어는 데미안에게 한 장의 쪽지를 받고, 그 쪽지에 씌여진 글을 이해하고 나서야 내면에 잠자고 있던 평온이 와장창 깨지는 것을 경험한다. 가엾게도, 그는 다시 괴로운 시절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을 통해 우리에게 각성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내면을 성장시켜 자신의 길로 소신 있게 나아가라는, 이미 틀에 박혀 널리 알려진 주제 말고, 이것을 개개인 자신의 삶에 대입시켜 보자. 분명 깨달음과 깊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더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내면의 자아, 외면의 자아와 끊임없이 대립하고 협상하면서 살아간다. 내면과 외면이 일치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갈등하고 고뇌하는 것이다. 내면의 신념과 외면의 행동이 일치할 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이 발휘된다. 아직은 어리고 미숙한 싱클레어의 내면이 본능적으로 데미안이 내뿜고 있는 강한 내면에 다가가고자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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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모르겠고 재미있게는 삽니다
김분주 지음 / 팜파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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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재밌지 않은 일화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가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키득키득 나도 모르게 현웃으로 터지는 바람에 낮잠 자고 있는 고양이가 놀라서 나를 쳐다볼 정도였다. 이런 류는 자학 에세이랄까. 일단 작가가 본인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족사나 친구, 주변 지인들의 까발려짐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쓴 글이다. 그래서 너무 솔직하고 작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우리 독자들은 이런 글을 좋아하지 않는가. 아주 재밌고 슬픈데 또 웃겨서 계속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중독되는 이상한 마력의 책이다.


작가가 글을 재밌게 쓰는 것도 그렇지만 그림이 정말 내 취향이다. 주로 인물 그림인데, 그림과 내용이 어우러지며 시각적인 부분도 자극되니 웃음이 절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작가는 비혼주의지만 아직 연애 세포는 살아 있어 연애는 하고 싶은 천상 여자다. 친구나 지인의 권유로 몇 번의 소개팅을 한 일화는 정말 재미있다. 세상에 이런 남자들과 소개팅을 했다고?! 번번이 소개팅에 실망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다르겠지 기대하며 꿋꿋이 소개팅에 나가고, 망한 소개팅을 유쾌한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초긍정 마인드의 정신을 가진 소유자이다.


​내 자신을 반성한다. 재밌는 일 하나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잘 살겠다고 뭐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던 날들에 대해. 작가는 주로 자기가 겪은 불합리한 일이나 고충, 망신당한 일을 토로하는데,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나도 작가 같은 유들유들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유머러스한 마인드를 장착하고 싶은데, 이게 참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 못지않게 작가의 친구나 부모님 또한 재밌는 분인데, 우리 부모님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또 짠하기도 한, 감정이 급격하게 출렁거리는 느낌의 일화도 있다. 이런 에피소드가 탄생하기까지 그녀의 성격 또한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리라. 배우는 걸 좋아하고 활동적이라서 남들보다 에피소드 부자가 된 것이겠지. 수다쟁이 친구가 들려주는 재밌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간만에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빠르게 완독했다. 요즘 내가 너무 우울하다, 웃고 싶다 하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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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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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손원평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꽤 오랜 기간 동안 각 서점 베스트셀러 자리에 머물러 있던 [아몬드]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한동안 먹먹했었던 기분이 떠오른다. 필력이 정말 굉장하구나! 이런 소재로 이렇게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썼으니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는 다르구나 감탄했다.


[젊음의 나라]는 독특하게도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인 유나라는 간호사인 엘리야라는 룸메이트와 한 집에 산다. 동갑이긴 하지만 성격이나 가치관은 어쩐지 잘 맞지 않는다. 유나라의 가족은 단 한 명, 엄마뿐이다. 그러나 엄마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새해를 맞아 엄마에게 안부 전화가 왔지만 둘 사이의 대화는 건조하다.

p28. [우리의 대화를 구성하는 건 말이 아니라 한숨과 정적이다. 그 안에서 엄마와 나는 각자의 비밀을 조용히 삼킨다.]

유나라가 살고 있는 시대는 곧 우리나라가 겪을 초고령화 사회의 확대로 사회 제도와 복지 등이 노인들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이른바 실버 산업이 우위를 독점하고 있는 세상이다. 유나라의 최종 목표는 시카모어 섬에 입도해서 엘피다 극단의 일원이 되는 것. 배우를 꿈꿔 왔던 유나라는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하고 공연을 하고 싶어 한다. 어느 날, 그녀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온다. 유카시엘 재단에서 일해도 좋다는 합격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유카시엘은 시카모어 섬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유카시엘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면 시카모어 섬 채용에 유리하다.

시카모어 섬은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 현실인 메타버스 공간의 섬이다. 카밀리아라는 여자가 이곳을 쾌적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환상의 섬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최고급으로 제공되는 코랄빛 섬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보다, 유나라는 카밀리아라는 여자의 정체가 궁금하다. 카밀리아라는 여자는 왠지 모르게 민아 이모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카밀리아는 민아 이모가 듣던 음악뿐 아니라 음식에 대한 취향까지 비슷하다. 유년 시절에 곁에서 자기를 보듬어주고 사랑해 주었던 옆집에 살던 민아 이모. 한때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지만 아빠가 나타난 순간부터 점점 멀어져 버려 지금은 생사조차 모르는 민아 이모. 유나에게 있어서 어쩌면 엄마보다 더 애틋하고 친구 같은 사람은 민아 이모일지도 모른다.

유카시엘은 노인 수용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유나라는 유닛 안에서 노인을 상대로 상담 업무를 하면 된다. 최고 등급인 유닛 A부터 최저 등급인 유닛 F에 이르기까지 수용 시설이 세분화 되어 있다. 유나라가 처음 출근한 곳은 유닛 A. 돈 많고 격식 있는 노인들을 위한 수용 시설이지만, 어느 할머니와 상담을 하던 중에 할머니의 심기를 건드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유닛 A에서 쫓겨나게 된다. 유나라는 탄원서를 써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하지만 유카시엘은 차선책으로 그녀를 유닛 B에서 근무하게 한다.

오랜만에 시카모어 섬에 접속한 유나라는 우연히 엘피다 극단에 속해 있는 한 남자를 만나 대화를 하던 중에 고급 정보를 듣게 된다. 카밀리아는 시니어들을 깊게 이해하고 진심 어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하위 유닛까지 경험하는 것이 좋다는 것. 일부러 하위 유닛까지 체험한 유나라는 우여곡절 끝에 시카모어 섬 입도 지원 서류에 통과해 면접 볼 기회까지 얻게 된다. 그리고 면접 자리에서 인간에게는 공통적인 본성이 있다며 소신 발언을 한다.

p259.[사람은 세상을 향해 손을 뻗고 싶어한다는 사실입니다. 소중했던 기억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전혀 낯선 이에게까지도 사람들은 손 내미는 걸 멈추지 않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결코 혼자가 아님을 확인받으려고 말이죠.]

좀처럼 간극을 좁힐 수 없는 청년과 노인 사이의 거리. 청년은 노인 때문에 소득의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며 AI와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얻는 것도 어렵다. 노인은 노인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꾸리며 살아왔지만 저출산으로 노인이 증가하자 사는 것 자체가 민폐로 느껴지고, 결국 안락사 같은 극단적인 것을 생각하는 노인이 많아진 것이다. 유나라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민아 이모를 다시 만나게 되고, 대화를 통해 엄마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동시에 노인에 대한 편견도 내려놓는다. 노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토록 그녀가 가고 싶어 했던, 유토피아라고 생각했던 시카모어 섬은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한, 일개 환상의 섬일 뿐이라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소설로 엮은,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결국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아무리 돈 많은 재력가라도 곁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얼마나 허망하고 쓸쓸할까. 세상은 눈부신 속도로 최첨단 AI 시대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만큼 사람의 온기는 더욱 귀하고 소중해진다. 인간 소외에 맞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가 시급한 문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AI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본성과 마음으로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야 한다.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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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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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금보다 많이 어렸을 무렵, 고전 소설 몇 개를 읽고 선입견을 가진 적이 있어 한동안 고전 소설을 읽지 않았다. 내가 읽은 작품만 그런 건지 몰라도 주인공이 괴짜에다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가치관으로 사로잡혀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래, 이 작품은 나이가 들면 다시 읽어보자, 이런 식으로 넘겨왔다. 이제는 삶이 힘들 때 고전 소설만큼 나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 없다는 것을 안다. 반복해서 읽어도 좋고 내용이 어려워 무슨 말인지 몰라도 책장에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주는 책이 있다.

책은 저자가 읽은 몇 편의 고전 속 내용들을 반추하며 느꼈던 감정이나 일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독서 모임이나 고전 문학 함께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벽돌책도 완독했고, 같은 문장이라도 타인의 시선을 만나면 다른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며 사람들과 같이 책을 완독하는 것의 장점을 설파한다. 나는 독서 모임을 해 본 적은 없으나 결이 맞는 사람들과 책을 같이 읽고 느낀 점을 서로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같은 책, 같은 문장이라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타인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질 수도 있으리라.


목차를 보니 내가 읽었던 책이 3분의 2 정도였다. 훗, 내가 고전을 좀 읽었네 하며 뿌듯함과 동시에 전혀 몰랐던 책도 있어서 저자가 들려주는 짤막한 줄거리 속에서 의미를 찾고 싶은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고전 속 인물들의 엉뚱하고도 기이한 행동, 무슨 말인지 모를 해학적인 말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순간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고전을 계속 읽을 것이다. 저자는 매일 루틴처럼 박경리의 토지를 조금씩 읽으며 완독했다고 한다. 나의 독서 로망이 있다면 그건 바로 토지 완독이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기도 하고 내용이 방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집으로 한 번에 사놓고 아껴 가며 조금씩 읽어야지.

​꼭 고전이 아니더라도 본인 취향에 맞는 책부터 조금씩 읽어나가다 보면 책 읽는 습관이 잡혀 어느새 책을 읽지 않으면 허전한 날들이 온다. 나 역시 매일 조금씩 꾸준한 루틴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들였던 것 같다. 주로 소설 위주로 읽지만 삶이 팍팍하고 인간관계가 부질없다고 느낄 때, 마음이 답답할 때면 고전소설을 찾게 되는 것은 왜일까. 이것이 고전소설의 힘일까.

당장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가치관이 이해가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는 아!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겠다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고전소설의 힘.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나 역시 그들을 토닥여준다. 재산을 두 딸들에게 모두 나누어주었지만 버림받은 고리오 영감, 평생을 하인으로 몸 바쳐 일하느라 사랑이 다가와도 알아채지 못했던 스티븐스 집사가 짠하면서 애틋하다. 고전소설을 읽는 일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면서 인물의 생애를 통해 내 삶을 통찰하고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것 같다. 그래서 나 역시 고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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