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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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작품은 정통 본격 미스터리의 논리적 추론보다는 한국 사회의 병폐와 인물들의 축축하고 어두운 심리 묘사에 치중한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깝다. 그래서 사건의 아귀가 딱딱 맞는 쾌감보다는 읽고 난 뒤의 찝찝하고 서늘한 뒷맛을 강조하다 보니 결말의 전개가 다소 비약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내가 특히 그렇게 느꼈던 부분은 담임 선생님과 미희의 관계였다. 이 둘의 관계가 이 소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결정적인 지점이 아닐까. 충분한 복선 없이 둘 사이의 관계가 결말부에서 폭로되듯 드러나다 보니 서사가 빈약하게 느껴졌고 촘촘한 빌드업을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이 지점이 개연성의 구멍으로 보일 수 있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영 엄마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체 저 여자는 소영 아빠와 소영에게 왜 저러는 건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었고, 끝부분 반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었기에 놀라움과 허탈감을 주었다. 누에나방은 고치를 뚫고 나오지만 입이 퇴화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곧 죽고 마는 비극적인 존재이다. 소영이는 결국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났지만, 소영이 곁에서 그녀를 도우려 했던 동기가 뒤틀린 애정이었다는 점은 완전한 해방이 불가능함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안겨준다.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재창조해버린 치밀한 가스라이팅. 소영이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사고 과정 전체를 통제하고,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어 소영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다루는 모습은 정말 소름 끼친다. 나는 내심 소영 아빠가 소영이를 도와주거나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소영 아빠 또한 가족 놀이를 유지하기 위한 부품처럼 취급받았고, 집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매일 눈으로 보면서도 바로잡지 못한 채 서서히 무너져 내린 또 하나의 피해자일 뿐이었다. 어쩌면 소영이보다 더 무력하고 비극적인 인물일지도.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어 옆에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영. 소영이를 퇴원시키고 집으로 데려왔지만 소영이의 물건과 옷가지들을 모두 내다 버리고 아빠가 있는 방에는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소영 엄마. 휠체어에 앉아 거동할 수 없는 말 없는 소영 아빠. 그리고 소영의 기억을 되찾게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 민지. 한결같으면서도 입체적인 등장인물 덕분에 소설이 주는 재미가 더해졌다. 단연 이 소설의 재미는 소영 엄마의 정체일 것이다. 그녀의 정체를 알면 누구라도 탄식하지 않을까. 소영이 엄마에게 벗어나기를,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겼다. 인간의 집요하면서 이기적인 집착과 서늘한 욕망을 비극적으로 잘 그려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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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
토니 페르난도 지음, 강정선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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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불교 교리를 설명하는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저자가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일들을 통해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나 가볍게 살 수 있을까를 다정하게 들려주는 에세이라서 더 울림이 크게 느껴진다. 괴로움은 곧 스트레스로 직결되는데 이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나 혼자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타인과의 충돌을 피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이라도 잘 다스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마음을 평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리라.

p.68 ˝우리는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경험을 지닌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와 대화를 창조한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이 무익하고, 대개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한다.˝


저자는 이처럼 각자가 자신만의 경험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짚어주고 있다. 타인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급기야 상대방이 싫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저 문장을 상기한다면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구나라는 통찰을 얻고, 그 과정들을 토대로 내면적으로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리라. 결과적으로는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동 또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였음을 깨닫게 하여, 날 선 감정 대신 연민의 마음을 갖게 한다. 내가 보는 세상과 상대가 보는 세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마음챙김 호흡 명상법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 요동치는 생각에서 벗어나기에 호흡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고 한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머릿속 이야기는 진실이 아님을 깨닫는 연습이 필요하다. 숨을 내뱉을 때 내 안의 긴장과 상대에 대한 선입견을 함께 내보낸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익하고 와닿았던 내용은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독의 개념인 술이나 쇼핑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뿐만 아니라,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조차 중독의 일종이라는 통찰이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욕구가 갈망으로, 다시 집착으로 굳어지며 통제력을 잃는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중독에서 벗어나 평온해지는 법은 먼저 내 삶에 어떤 중독과 집착이 있는지 가만히 살펴보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물욕과 식탐이 어느 정도 있는데 이러한 욕구들을 자제하는 방법에 대해도 책에서 다루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을수록 마음챙김이 왜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지키는 강력한 도구가 되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머릿속의 모든 생각과 말을 진실이라고 믿지 않게 됨으로써, 무익한 스트레스와 불안에서 벗어나 편안해질 수 있는데, 마음챙김으로 비로소 생각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마음챙김은 심리적인 평온을 넘어 우리 몸의 시스템에도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머릿속 불안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신체는 긴장을 풀고 회복 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 돈도 들지 않고 건강한 신체가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마음챙김과 호흡 명상을 통해 건강하고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니 안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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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
구라치 준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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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수학 문제를 풀듯 깔끔하게 사건을 종결짓기 때문에 읽고 나서 뒷맛이 아주 개운하다. 이렇게 단순명료하고 논리정연한 추리라니! 하지만 구라치 준 특유의 유머러스한 비틀기는 마지막에 나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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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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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폴 오스터의 유작인 바움가트너의 책장을 덮고는 아련하면서도 복잡한 심정으로 한동안 멍해졌다. 누군가 이 책의 줄거리를 말해 달라고 하면 선뜻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도, 사건도 명확히 잡히지 않아서 내가 독서를 잘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소설은 선형적인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 주인공 바움가트너의 기억과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전적으로 화자인 바움가트너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마치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그의 과거와 회상 속에서 천천히 유영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 애나를 잃게 된 바움가트너. 사별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바움가트너의 의식 속에는 애나가 항상 자리한다. 타버린 냄비 하나를 보다가도 자연스레 애나가 떠오르는 것처럼, 팔다리가 없는데도 통증을 느끼는 환지통 현상처럼, 애나는 더 이상 없지만 그녀의 존재가 바움가트너의 모든 생각 속에 유령처럼 머물고 있다. 이 소설은 폴 오스터가 암 투병 중에 쓴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작가 특유의 지적인 유희보다는 삶의 유한함과 기억의 연쇄에 더 집중하고 있다.

소설 속에는 애나가 쓴 시나 원고가 삽입되는 등 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조가 반복되는데, 결국 사람은 사라져도 그 사람이 남긴 텍스트와 기억은 계속 흐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듯하다. 바움가트너가 계속 애나의 미발표 원고를 읽거나, 일상 속에서 그녀를 소환하는 과정을 통해, 그녀가 곁에 없다는 물리적 사실보다는 그녀가 기억 속에 존재한다는 심리적 사실이 더 강력하게 그를 지배할 수 있었고 결국 이것이 그가 외로운 삶을 꿋꿋이 버텨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결국 기억은 죽은 자들을 다시 불러내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우리 곁에 머물게 할 수는 있다는 주제 의식이 또렷하게 남는다.

책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이 남는다. 운전 중에 갑자기 나타난 사슴을 피하려다가 피를 흘리며 부상을 입는 바움가트너. 그는 망가진 차 밖으로 걸어 나와 그를 가두고 있던 고립된 생활에서 강제로 튕겨 나와 세상과 다시 마주한다. 낯선 집의 문을 두드리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 이는 생존을 향한 의지이자,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신호이리라. 이 장면은 소설 초반, 바움가트너가 타버린 냄비 때문에 손을 다치고 과거에 집착하다 상처 입는 노년의 정체된 모습과 상반된다. 폴 오스터는 바움가트너에게 넘어져도 괜찮으니 이제 그만 애나를 보내주고 당신의 남은 삶을 살아가라고 등을 떠민다.

마지막에 실린 김연수 작가의 글에는 폴 오스터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이 드러나 있다. 또한 독자들에게는 다정한 위로를 준다. 김연수 작가는 폴 오스터가 죽음을 앞두고 이 소설을 썼다는 점에 주목하며 바움가트너가 애나의 유고를 정리하고 자신의 기억을 기록하듯, 폴 오스터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이야기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삶을 긍정했음을 헌정 글을 통해 강조한다. 이 소설을 통하여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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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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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음울하고도 기괴한 표지만큼이나 인간의 어두운 심연과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한 아쿠타가와의 단편집이 성림원북스에서 새로이 출간되었다. 작년에도 성림원북스에서 출간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마음‘을 읽었는데 그때와 동일하게 감각적인 표지가 눈길을 끌었고, 무엇보다 매끄러운 번역과 주석 덕분에 옛스러운 문체가 간간이 있었지만 읽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모든 단편이 각각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공통된 주제를 찾자면 바로 인간이 품은 본성이다. 특히 <거미줄>이라는 작품은 인간의 본성과 이기심을 가장 날카롭고도 간결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주인공 간다타는 생전에 살인과 방화를 일삼던 악당이었지만, 딱 한 번 거미를 밟지 않고 살려준 적이 있다. 부처님은 그 단 하나의 선행을 보고 기회를 주지만, 간다타가 지옥에서 거미줄을 잡고 올라갈 때 보여준 모습은, 그가 거미를 살려주었을 때의 마음조차 사실은 아주 얇고 깨지기 쉬운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결국 구원의 기회조차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비극이라는 점을 강조한 작품인데, 간다타 입장에서는 그 얇디얇은 거미줄이 끊어질까 봐 공포심이 작용한 것이리라. 아쿠타가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존 본능과 이기심 사이의 딜레마를 아주 잔인하게 파고들었다.


마치 한 편의 전래동화를 읽은 듯한 <용>이라는 작품은 아쿠타가와의 다른 심오하고 어두운 소설들에 비하면 훨씬 유머러스하다. 마을 사람들을 골탕 먹이려고 용이 승천할 것이라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스님 이야기인데, 나중에는 거짓말을 지어낸 스님 본인조차 정말 용이 나타나는 게 아닐까라며 자신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 결국 인간은 보고 싶은 것을 믿고, 믿는 대로 보게 된다는 메시지가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다.


아쿠타가와의 데뷔작이자 나쓰메 소세키에게 극찬을 받은 <코>라는 작품은 인간의 묘한 심리를 정말 기가 막히게 포착한 것 같다. 긴 코를 가진 스님은 코가 작아지기만 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만큼 코가 콤플렉스였다. 드디어 제자 덕분에 코가 작아졌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에는 관대하지만, 그가 노력해서 결점을 극복하고 애쓰는 모습에는 오히려 묘한 거부감을 느끼고 비웃기도 한다는 것을 작품 안에서 드러낸 것이다. 이 작품은 오늘날의 성형수술이나 외모 지상주의에 대입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에서 남의 시선을 중요시 여기는 현대 사회의 폐단을 꼬집고 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지옥변>은 실로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시히데의 딸이 가마 안에서 불타 죽는 장면은 이 소설의 가장 비극적이고 잔인한 설정이다. 그녀는 왜 그런 끔찍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까? 가장 섬뜩했던 사실은 처음에 딸이 죽는 모습에 절규하던 요시히데조차 불길 속에서 딸이 타 죽는 모습이 지옥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순간 예술가로서의 황홀경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예술이라는 괴물에게 바쳐진 무고한 제물이었던 셈이다. 대신은 요시히데에게 진짜 지옥을 목격하게 만든 것이다. 그의 뒤틀린 복수심과 소유욕이 이 사건의 근원인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의 잔혹한 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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