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보라 한 색감에 미끄럽지 않은, 심지어 먼지도 묻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고급스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표지의 책. 이 책은 2019년에 첫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5만 부 기념 눈물 에디션으로 개정되어 나온, 딱 봐도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에세이다. 글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사진 역시 보라보라 해서 나에게는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는 안 그러는데 에세이류는 꼭 목차를 보고 읽을지 말지 선택한다. 한때는 자아성찰이나 공감, 위로 등을 목적으로 이런 에세이를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읽다 보면 그게 그 말 같고 어느 에세이나 애쓰지 말고 나를 사랑하자는 것이 공통된 주제라서 한동안 에세이류는 읽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센티해질때가 있다. 그럴 때면 책의 문구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어 또 에세이를 찾게 된다. 이 책의 저자 투에고는 본인의 슬픔이나 우울을 투명하게 글로 드러내는데, 억지로 힘을 내라거나 밝은 척을 하지 않아서 그 솔직함과 어두움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면서 읽는 내내 편안했다.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이토록 고요하고 잔잔하게, 담담한 글로 풀어내다니 흡사 시를 읽는 것처럼 내 마음도 차분해졌다.
누구나 인간관계에서 겪는 감정들 때문에 혼란스럽고 힘들다. 특히 고독과 외로움, 슬픔과 미움같은 감정들은 혼자 주체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유의 에세이가 계속 나오는 것이고 독자들도 책 속에서 위로를 얻고 싶어 책을 읽고 공감 가는 문구에 밑줄을 그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야 하면서 안도한다. 세상은 점점 스마트하게 흘러가는데 우리 감정은 스마트하지 못해서 난해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사람의 감정도 미세먼지나 자외선 지수처럼 수치화되어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심지어 가족 관계라도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기란 너무 어렵고 난해하다.
저자의 말처럼 나도 내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다. 무언가를 계획한다고 해서 꼭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님을, 그래서 기대하고 실망하고 나면 내 마음만 다친다는 것을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절절히 느끼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들은 다소 염세적이고 어둡다. 무턱대고 언젠가는 다 잘될 거다, 좋아질 거다 이런 희망을 주는 글보다 오히려 현실적이라서 좋았다. 행복과 성공을 위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세상에서, 내 안의 어두운 이면과 잠재되어 있는 우울을 정통으로 직시하고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좋은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