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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 - 작고 거대한, 위대하고 하찮은 ㅣ 들시리즈 7
이은혜 지음 / 꿈꾸는인생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제 나는 무언가를 깊이 좋아할 줄 아는 마음이 빼어난 재주 못지않게 값진 삶의 기술이라고 믿는다. 잘하는 게 많지 않아도 좋아하는 건 많은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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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 책은 이른바 고양이에 대한 사랑 고백을 담고 있다. 애정도 하나의 재능이라는 걸 깨닫고, 비로소 애정을 품은 대상을 기꺼이 마주하고 품으며 열정을 다하는 마음. 그 마음이 고양이처럼 정적이며 온화하고 잔잔하다.
작가와 나의 공통점이 많아서 흠칫 놀란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나 역시 현재 두 마리의 집사라는 점, 그중 한 녀석은 반야처럼 두 번 파양되어 몹시 예민하고 사람에게 곁을 두지 않는 고양이라는 것, 예전부터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다면 당연히 그 대상은 강아지라고 생각했던 것 등등. 고양이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던데 누가 알았겠는가. 고양이는 정말 애정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라는 걸 절감한다.
작가의 집사 인생을 열어 준 것은 자취방 앞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작가가 고양이에게 길들여지고,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와 같이 살게 되며, 둘째 애월을 입양하고, 고양이 세계에 흠뻑 빠지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이 짠하면서도 몽글몽글해서 나 역시 고양이와 함께 지낸 시간들이 오버랩되어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길고양이 밥을 챙기고, 아픈 고양이를 치료하고, 중성화나 입양 등등 캣맘에 대한 조심스러운 이야기도 실려 있는데 나 역시 길고양이 밥을 몰래 주다가 걸려서 싫은 소리를 들었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나 마음이 안좋을 때가 있었다. 튀르키예는 고양이와 인간이 융화되어 살아가는 나라라며, 작가는 한국 고양이를 안쓰럽게 생각한다. 나 역시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길고양이가 무서웠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는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다 사랑스럽다. 그들이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랄뿐이다.
"고양이의 솜털 보송한 배를 쓰다듬으며 유영하는 구름을 봐야지. 그런 다음에는 두유로 라테를 만들어 마시고, 좋아하는 문학평론가의 신간을 읽어볼까. 죄책감없이, 고양이처럼."
page.52
작가를 비롯해 모든 집사들이 공감하는 말은 고양이에게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내가 그들을 키우는 것인데 생활 습관이나 수면 패턴 등이 바뀌고 있으니 확실히 내가 길들여지고 있어서 반박할 수가 없다. 뭐가 그리 피곤한지 곯아떨어진 녀석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그들처럼 방바닥에 같이 누워 뒹군다. 세상 행복하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고양이의 배를 쓰다듬어 본다. 고양이는 배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데 내 손길에도 움찔하지 않고 평온한 걸 보니, 나는 기꺼이 녀석들에게 길들임을 당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챕터부분은 읽기가 힘들었다. 항암 치료를 받는 반야와 어떻게든 반야를 고통에서 구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눈물 콧물 범벅으로 대성통곡하며 읽었다. 작가가 억지로 슬프게 쓴 것도 아닌데 그 담담하게 쓰인 글들이 오히려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앞으로 나에게도 닥칠 미래라는 것이 자명해서 두렵고 조바심이 난다.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녀석들과 후회 없는 삶을 보내고 싶다.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겨준 책이기도 하고, 고양이에 관한 에세이는 처음이라서 깊이 기억에 남을 책인 것 같다. 선물처럼 내게 와준 소중한 두 털뭉치들에게 고맙다. 내게도 고양이라는 깊은 애정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일깨워 준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