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문장들 - 1만 권의 책에서 건진 보석 같은 명언
데구치 하루아키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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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삶이 고달프고 힘들 때 나는 유독 책을 더 찾아서 읽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책 속 문장 하나, 구절 하나에 연연해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에게 얻는 위로보다 책에서 얻는 위로가 더 큰 까닭일 터다. 마음에 딱 맞는 문장을 만나면 다이어리에 필사하고 그 문장을 되새기면서 며칠을 보내는 것 같다. 이렇듯 인생 문장이란 인생을 살면서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하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심이 되어 준다.

P.132"사람은 책에서 배우고 사람에게서 배우고 여행을 통해 배운다."

저자는 1만여 권에 이르는 책을 읽고 주옥같은 명언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책과 사람, 여행을 통해 배우라고 권한다. 인간은 한곳에 머물러 있으면 좀처럼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기회가 닿는 데로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색다른 경험을 통해 견식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말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존재 인가보다.

?챕터 2장에는 관계의 지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해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관계는 복잡하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있지만 결국 이 세상에는 엄청난 현자도, 엄청난 바보도 없고 엄청난 악인이나 선인도 없이 거기서 거기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명작 속 명언을 골라 소개하고 있다. 명언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명언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로부터 전해져온 인류의 다양한 지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한 배움에는 한계가 있는데 옛 성현의 말이나 고전에서 나오는 말들은 읽을수록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저자가 명언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레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그 책들도 다 읽어보고 싶다.

P.24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연이 날지 않는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하더라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무엇을 해도 안 풀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바람이 불지 않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면 초조해하거나 저항하지 말고 담담하게 지내라는 저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 인생이 다 잘 풀리면 재미없겠지. 적당한 희로애락이 어우러져야 그것이 진정한 인생인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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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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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7
"뭔가 알 것 같니?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범죄였던 것처럼 느껴진다만."
"....또 어떻게 보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가 저지른 범죄 같죠."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정답이다.

짐과 야크는 부자 사이다. 그리고 둘 다 경찰관이다. 이들에게 새해 이틀 전날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
오픈 하우스에서 인질극이 벌어진 것. 하지만 범인은 인질들을 풀어주고 감쪽같이 사라진다. 야크와 짐이 파악할 수 있는 단서는 몇 개 되지 않고 인질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범인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행방을 쫓는다.

왜 하필 범인은 오픈 하우스에 들어갔는가. 사실 범인은 은행에서 돈을 갈취하려다 실패해서 얼떨결에 오픈 하우스로 들어간 것이고, 범인 얼굴에는 마스크가 씌어 있고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어 오픈 하우스에 있던 사람들은 자기들이 인질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인데 이 사건은 티브이에 보도되고 기자들이 출동하면서 대대적인 인질극으로 판이 커지고 만다.

소설에는 여러 등장인물이 나온다. 은행강도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엉뚱하고 괴짜인 것 같기도 하다. 짐과 야크가 목격자 진술을 위해 협조를 해달라며 본 것을 그대로 말해달라고 할 때도 엉뚱하게 대답하거나 비협조적인 발언으로 수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일곱 명인 줄 알았던 인질이 화장실에 숨어 있는 사람으로 인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이나 벽장 속 비밀 공간이 드러나면서 숨어 있던 사람도 나오고.. 이건 뭐 밀실 트릭 범죄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가장 큰 반전을 알면 허를 찔린 느낌이기도 하고 사람의 고정관념이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

짐과 야크는 범인이 오픈 하우스 벽장 속 비밀 공간에 숨었다고 생각하고 점점 수사망을 좁혀 나간다. 야크는 기지를 발휘하여 그럴싸하게 추리해 나가고 아버지인 짐은 야크의 의견에 동조하지만 어느 순간 야크는 추리가 잘못됐다고 느낀다.

스토리 중간중간에는 짐과 야크가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약물 중독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누나와 종교인으로서 사랑을 실천하고 돌아가신 야크의 어머니.

p.292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 심지어 사람조차 바꿀 수 없을 때도 많지. 조금씩 천천히가 아닌 이상. 그러니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어떻게든 도우면 돼.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면서. 최선을 다해."

야크가 어머니에게 살릴 수도 없는 채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임종을 지킬 때 그 옆에 앉아 있는 걸 무슨 수로 견디는지 물어봤을 때 어머니가 해주신 대답이다.

사실 야크가 10대 소년이었을 때, 그는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던 사람을 발견한다. 자신은 그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세상을 살면서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일까. 누구나 앞날이 불안하고 두렵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 역시 불안한 사람들이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유쾌하고 더없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은행 강도나 인질극 같은 극단적인 소재에 결말은 더없이 훈훈하고 따뜻해서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접한 느낌이다. 책을 다 덮고 표지를 보니 책표지에 인질들을 행복하게 해줬던 것들이 그려져 있다. 피자, 와인, 폭죽.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사연 없는 인생이 없고 누구나 행복해 보여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시 실감한다. 상처와 불안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를 하고 위안을 얻는 과정이 흐뭇하면서도 감동적이다. 풍자적이지만 그 안에 뼈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이 좋다.

#소설 #프레드릭배크만 #불안한사람들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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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손힘찬 지음, 이다영 그림 / 스튜디오오드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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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4"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인간관계지만, 반대로 원하는 대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 또한 인간관계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국 남을 사람은 남는다."

내가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듯이,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이 말은 인간관계에 있어 불변의 진리다. 많은 에세이에서 자주 눈에 띄는 문구이기도 한데 나는 어리석게도 한때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견딜수 없어 했다. 누군가는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하고 싫어할 수 있는 일인데 어렸을 적에는 그런 것들에 민감했던 것 같다.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일부러 나를 낮추면서까지 그 사람 마음에 들고 싶어 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부질없는 짓이란 것을 안다.

P.36"변하지 않을 관계를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것만큼이나 미련한 행동은 없다."

흔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저자는 사람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상대방이 변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어떤 계기나 사건으로 깨달음을 얻어 서서히 바뀌는 과정을 좋아한다. 상대방뿐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나 안 좋은 습관들까지도 그렇게 변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하지만 서로 노력했는데도 변하지 않는 관계라면 빨리 손절하는 게 낫다.

저자의 글은 많은 인간관계를 생각나게 한다. 부모, 가족, 친구, 직장 동료와 상사 등등 나 이외에 모든 사람은 타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 사람이 걸러지고 남을 사람들만 남는다는 사실이 서글프면서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움을 느껴본다.

나는 위로에 서투르다. 누군가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불행한 일을 겪어 힘들다고 말하면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큰 힘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대는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에 위로를 받는 것이지 특별한 해결책을 바란 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대화하는 과정에서는 내 말만 하기보다는 들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P.61"말하기보다는 경청, 비판보다는 격려, 어쭙잖은 충고보다는 진심 어린 위로가 그 사람에게는 힘이 될 테니까."

저자는 친구에게 느끼는 열등감을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친구와 잠시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질투나 열등감 때문에 주변에서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열등감은 삶의 원동력이 되지만 과하면 문제가 된다. 우리는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해야 한다. 언제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내가 가진 것들은 보잘것없이 보이기 마련이다.

P.56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나의 강점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감정은 날씨와 같다고 한다. 이유 없이 기분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이다. 우울할 때는 우울을 받아들이고 내 감정을 숨기지 말고 표현하자. 단,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일시적인 기분에 휘둘리지 말고 그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서툰 감정을 추스르는 방법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인생을 살면서 인간관계와 감정에 대한 문제는 풀리지 않는 어려운 숙제로 남을 것이다. 꾸준히 노력하고 깨우치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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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제로인 사람의 머릿속 - 마음이 가벼워지는 100가지 습관
테스토스테론 지음, 권혜미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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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5 "기본적으로 정신 증상은 관계성과 사회적 문맥 속에서 생겨나지. 무인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는 정신 증상이 하나도 없다는 거야."

저자가 정신과 의사인 친구와 대화하면서 들은 말이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이 스트레스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문득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결론은 인간관계였다. 무인도에 가면 이 스트레스가 없어질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글귀를 보고 역시나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고로, 나 혼자 살아가지 않는 이상 스트레스는 늘 나와 함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당연히 이 책을 읽는다고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저자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경감하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100가지의 조언과 행동방침을 설파한다. 아니, 행동방침이랄 것도 없이 주로 마인드를 그렇게 먹으면 되니 읽는 것만으로도 뭔가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꾸밈없는 글이 간결하고 어떨 때는 단호하기까지 해서 저자의 진심이 느껴진다.

상황에 따라 어떤 관점에서는 성공이 독이 될 수도 있다. 과거의 성공에 사로잡혀 있다거나 반대로 실패했던 경험에만 연연해 한다면 앞으로의 일을 제대로 해나갈 수 없다. 저자는 72시간의 법칙을 말한다. 성공도 실패도 3일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것. 당연히 잘 될 거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실패까지 예상하는 여유와 각오를 가지라고 말한다.

P.196"모든 사람에게 배우겠다는 자세로 사람을 만나면 성장 속도는 매우 빨라진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내가 배우고 싶은 장점을 가진 사람에게는 좋은 자극을 받아 그것을 그대로 습득하면 되는 것이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의 행동은 나는 저렇게 행동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한다. 물론, 이 간단한 진실은 막상 상황이 닥치면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는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게 내 정신건강에 좋으니까.

P.178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상태는 인생에서 거의 없다. 즉 삶은 고민의 연속이다."

왜 유독 잠자리에 들 때 고민거리가 떠오르는건지. 저자는 고민만큼 비생산적인 행위는 없다고 말한다. 고민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민은 단순한 기분 문제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한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자고 식생활 조절과 적당한 운동으로 건강한 생활 리듬을 관철한다면 자율신경과 호르몬 균형이 맞춰져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고민거리에도 기분이 관여하고 있다니 조금은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기분이 우울하고 나쁠 때는 고민을 더 심각하고 크게 부풀려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맞는 말 같다. 반대로 같은 고민거리라도 기분이 좋을 때는 쿨하게 해결하거나 받아들인다. 정말 마인드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P.89 "기대하지 마라. 바라지 마라. 인생은 자립이다. 강해져야 한다."

이 글귀를 다이어리에 필사했다. 정말 맘에 드는 구절이다. 저자는 책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버려야 할 것, 도망쳐야 할 것, 받아들여야 할 것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는 그중에 남에게 기대하거나 바라는 마음을 버리면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든다고 말하는 대목에 오래 눈길을 머물렀다. 나 아닌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는 마음. 행여 가족이나 친한 사람에게는 더욱더. 이 내용은 얼마 전 읽었던 에세이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타인을 컨트롤하려 하지 말고 나 자신을 바꿀 것. 어쩌면 이것만 지키면 스트레스 90프로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도 컨트롤 못하면서 타인을 컨트롤하려는 것은 그렇게 마음먹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저자가 어떻게 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위가 책 초반부에 나오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또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화법이 머리에 쏙쏙 박혀서 좋았다. 머리맡에 두고 마음이 힘들 때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또 펼쳐서 읽어야지.

#스트레스제로인사람의머릿속 #책이있는풍경 #테스토스테론 #인간관계 #스트레스 #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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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스트 -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EBS CLASS ⓔ
유영만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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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철학 책은 여전히 난해하고 어렵다. 자기계발 책과 달리 이렇다 할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반 소설책이나 에세이를 읽는 것과 달리 영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하면 흐름을 놓치고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게 된다. 그래서 한동안 철학 책을 멀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철학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사유의 고증과 삶에 대한 태도를 재정립하고 싶어서다.

그렇다면 아이러니스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자는 이 책에 소개하는 철학자들을 아이러니스트(ironist)라고 규정한다. 아이러니스트는 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창안한 개념으로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어가는 시인이나 소설가와 같은 사람을 지칭한다. 저자는 철학자 12명이 내세우는 철학적 이론을 기조로 하여 총 12개의 탄탄한 주제를 제시한다.

P.30 "인간의 고유한 능력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 해결을 통해 깨닫는 데서 발현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빅데이터 등의 기계화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없어지는 것인가? 빠른 해결과 목표 달성만이 답일까?
실천적 지혜란 특정 상황을 인식하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행동에 주목한다. 또한 실천적 지혜는 숙성의 시간 속에서 탄생한다.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숙성의 시간 말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것, 타인의 아픔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생각하는 공감 능력, 연상작용에 의거한 상상력, 현실 구현의 실천력을 기반으로 한 실천적 지혜는 결국 인간의 체험적 각성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P.56 "모든 경험은 과거에 겪었던 경험과 연결되는 동시에 미래에 직면할 경험과도 연결되어서 종적인 시간축을 따라 하나의 경험으로 통합됩니다."

듀이 이전에는 경험을 거의 모든 철학에서 경멸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한다. 경험은 이성의 명령과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성보다 낮은 단계로 본 것이다. 하지만 듀이는 경험 없는 이성은 근거 없는 관념적 사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 사람의 인간적 면모와 정체성은 결국 그 사람이 쌓아온 경험과 연관되어 있으며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도 경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경험을 했다고 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다. 인간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인 것이다.

P.252 " 자기 배려는 스스로를 삶의 능동적 주체로 부각시키는 삶의 기술입니다."

챕터 8장에는 미셸 푸코라는 철학자가 등장하는데 '자기 배려'라는 개념으로 자기답게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푸코는 누군가가 정한 통념이나 규칙, 슬로건에 대해 이것이 과연 올바른 기준인 건지 의문의 화살을 던진다. 또한 그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과 경계는 과학적이지 않은 것이며 자기 배려는 자기 인식의 중요성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나는 8장 챕터에서 가장 많은 자극을 받았다.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타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모방하거나 타인의 스타일을 흉내 내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왜 자기계발을 한다면서 경쟁상대를 어제의 내가 아닌 타인으로 두는가? 정곡을 찌르는 말에 허를 찔렸고 나 자신의 가증스런 욕망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진정한 자기계발은 나의 색다름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돌려 나의 본래 모습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책은 읽을수록 어려운 용어도 등장하고 아리송한 내용을 품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예를 들어서 쉽게 풀어주기 때문에 마냥 난해하지만은 않다. 괴짜 같은 철학자의 엉뚱한 상상과 이론도 재밌고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방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옛 성인들 또는 철학자들의 사유들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과 문제에 대입하다 보면 그 실마리가 풀리거나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철학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아이러니스트 #유영만 #철학 #철학서 #인문 #EBS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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