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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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7
"뭔가 알 것 같니?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범죄였던 것처럼 느껴진다만."
"....또 어떻게 보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가 저지른 범죄 같죠."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정답이다.

짐과 야크는 부자 사이다. 그리고 둘 다 경찰관이다. 이들에게 새해 이틀 전날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
오픈 하우스에서 인질극이 벌어진 것. 하지만 범인은 인질들을 풀어주고 감쪽같이 사라진다. 야크와 짐이 파악할 수 있는 단서는 몇 개 되지 않고 인질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범인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행방을 쫓는다.

왜 하필 범인은 오픈 하우스에 들어갔는가. 사실 범인은 은행에서 돈을 갈취하려다 실패해서 얼떨결에 오픈 하우스로 들어간 것이고, 범인 얼굴에는 마스크가 씌어 있고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어 오픈 하우스에 있던 사람들은 자기들이 인질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인데 이 사건은 티브이에 보도되고 기자들이 출동하면서 대대적인 인질극으로 판이 커지고 만다.

소설에는 여러 등장인물이 나온다. 은행강도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엉뚱하고 괴짜인 것 같기도 하다. 짐과 야크가 목격자 진술을 위해 협조를 해달라며 본 것을 그대로 말해달라고 할 때도 엉뚱하게 대답하거나 비협조적인 발언으로 수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일곱 명인 줄 알았던 인질이 화장실에 숨어 있는 사람으로 인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이나 벽장 속 비밀 공간이 드러나면서 숨어 있던 사람도 나오고.. 이건 뭐 밀실 트릭 범죄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가장 큰 반전을 알면 허를 찔린 느낌이기도 하고 사람의 고정관념이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

짐과 야크는 범인이 오픈 하우스 벽장 속 비밀 공간에 숨었다고 생각하고 점점 수사망을 좁혀 나간다. 야크는 기지를 발휘하여 그럴싸하게 추리해 나가고 아버지인 짐은 야크의 의견에 동조하지만 어느 순간 야크는 추리가 잘못됐다고 느낀다.

스토리 중간중간에는 짐과 야크가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약물 중독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누나와 종교인으로서 사랑을 실천하고 돌아가신 야크의 어머니.

p.292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 심지어 사람조차 바꿀 수 없을 때도 많지. 조금씩 천천히가 아닌 이상. 그러니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어떻게든 도우면 돼.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면서. 최선을 다해."

야크가 어머니에게 살릴 수도 없는 채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임종을 지킬 때 그 옆에 앉아 있는 걸 무슨 수로 견디는지 물어봤을 때 어머니가 해주신 대답이다.

사실 야크가 10대 소년이었을 때, 그는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던 사람을 발견한다. 자신은 그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세상을 살면서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일까. 누구나 앞날이 불안하고 두렵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 역시 불안한 사람들이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유쾌하고 더없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은행 강도나 인질극 같은 극단적인 소재에 결말은 더없이 훈훈하고 따뜻해서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접한 느낌이다. 책을 다 덮고 표지를 보니 책표지에 인질들을 행복하게 해줬던 것들이 그려져 있다. 피자, 와인, 폭죽.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사연 없는 인생이 없고 누구나 행복해 보여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시 실감한다. 상처와 불안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를 하고 위안을 얻는 과정이 흐뭇하면서도 감동적이다. 풍자적이지만 그 안에 뼈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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