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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 - 최선의 관계를 찾아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혜연 옮김 / 생각속의집 / 2021년 9월
평점 :
"생텍쥐페리의 관계에 관한 보석같은 말들"
사막, 별, 야간 비행, 어린 왕자, 여우, 장미꽃...그리고 사랑. 아마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일 것이다. 책 제목인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 어렴풋이 알게 된다. 삶에 있어서 사랑이 빠지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생텍쥐페리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그가 경험했던 세상과 우주에 대한 기록 혹은 감상에 관한 모음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새삼 그가 남긴 주옥같은 말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어떻게 해서 그런 주옥같은 말들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
책을 가만히 읽고 있노라니 광활한 사막과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 야간 비행을 마치고 땅에 발을 내디뎠을 때 마주하게 되는 나무와 꽃들이 그려진다. 한 번도 사막을 실제로 보지 못했고 야간 비행을 했을 때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상상만으로도 벅차오름과 동시에 생텍쥐페리의 일대기가 부럽게 느껴진다.
돈으로 살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한 것들이 있지만 평소에는 체감할 수도 없고 크게 와닿지 않아서 그냥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많다. 가족과 친구들, 반려동물, 사랑하는 사람이 남긴 물건 등등 주변에는 온통 소중한 것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물질만능 자본주의 시대에서 정말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돈이 많으면 정말 행복할까. 돈이 많으면 처음에는 내 욕망을 만족하기 위해 나를 위해 실컷 쓸 테지만 결국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돈을 쓰겠지.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욕망과도 맞닿아있다. 나는 이런 욕망을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돈에 얽매여 있거나 돈의 노예로 사는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우린 알고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불행해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너희는 내 장미와 달라.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야."
나만의 꽃, 나만의 사람이 된다는 건 내가 그 대상을 길들인 것이다. 수많은 꽃 중에 단 한 송이의 꽃. 수많은 사람 중 단 한 사람. 그래서 특별하고 애틋한 대상으로 변모하는 과정. 나 역시 상대에게 길들여져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사람들을 태운 기차가 달리고 있다. 어린 왕자는 철도원에게 묻는다.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거냐고. 그건 기관사도 모른다고 철도원은 답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기차에 몸을 맡기고 달리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생택쥐페리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꼬집는다. 바쁘게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는 건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인생이 허무해지지 않도록.
인간은 자기가 사는 곳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철도원의 뼈 있는 말도 나를 찔끔하게 만든다. 다른 세상을 동경하거나 허황된 꿈만 꾸고 있지는 않은가.
"인간은 역설적인 존재"
책은 철학적인 문구도 가득해서 아리송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하고 더 이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사람일수록 진실하고 담백한 관계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관계를 통해 행복을 찾는 동물이니까.
이 책은 한 편의 동화처럼 가볍게 보는 것도 좋고 철학서처럼 깊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읽을수록 영혼과 내면이 맑아져옴을 느낄 수 있으며 관계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최고의 잠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