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저자는 아흔을 앞두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심리학자이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네팔에서 30년 넘게 의료봉사 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꾸준히 정신건강 상담과 교육 등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또한 행복한 노년과 삶의 지혜를 널리 알리기 위해 꾸준히 책을 쓰신다고 하니 이력만 봐도 대단한 분이신 것 같다. 2022년 새해에 첫 서평을 이 책으로 시작하니 뭔가 긍정적인 기운이 전해진다. 나는 평소에도 저자처럼 꼭 화려한 이력이 아니더라도 나보다 세상을 오래 사신 분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그 속에는 물론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고 소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충분히 예상되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책 속에는 무려 아흔 살을 앞두고 계신 저자의 생생한 삶과 에피소드, 그 속에 녹아 있는 삶의 통찰이 담겨 있다. 특히 내가 경험하진 못한 우리나라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정치, 사회, 문화 등등 그 당시의 분위기나 사건들을 저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환자와의 생생한 상담 내용도 흥미로웠다. 세상에 정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정말 그런 사건들을 겪고도 용케 극복해 냈구나..저 사람도 극복했으니 나도 극복할 수 있겠구나..여러 생각이 들면서 자극이 되었고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구나 용기가 생겼다. 또한 요즘 사회적인 문제들을 콕콕 집어내면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원인들을 정신적인 측면에서 풀어서 설명해 주는 저자의 말들도 쉽게 수긍이 갔다. 젊은이와 노인의 대립, 부모와 자녀의 대립, 부부 사이에서 쉽게 일어나는 갈등 등등 인간관계에서의 고충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풀어내는 과정에서 공감이 갔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심리학이나 자기 계발서에서 자주 다루고 있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남과 비교하지 말 것. 타인과 비교하는 것은 지극히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주체성이 약할수록 비교하는 심리가 커진다고 한다. 자기가 자신 자신임을 확신하는 힘이 약하면 타인을 그만큼 의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생을 타인과 비교만 하면서 살 것인가. 세상에는 저런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면 될 일이다. 너무 부러워하거나 시샘하지 말자. 시샘은 열등감을 키울 뿐이니까. 나의 주체성을 강화하고 나를 더 사랑하자.현대인 중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신건강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쩌면 신체 건강보다 더 놓치기 쉽고 간과하기 싶다. 나 역시 나이가 들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지고 싶고 젊은 세대보다 더 지혜롭고 싶다. 나잇값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의학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그냥 나보다 세상을 오래 산,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구나 하고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평안에 이를 것이다.